[이강재의 임상 8체질] 8체질의 명칭
상태바
[이강재의 임상 8체질] 8체질의 명칭
  • 승인 2021.12.11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41

1972년 6월

1972511일부터 68일까지 4회에 걸쳐서 경향신문침술 그 신비의 베일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기사가 실린다. 이때는 1972217일에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에, 중국(中共)에서 침으로 마취를 한 후에 외과수술을 한다고 하고 암 치료법도 연구 중이라는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침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기자는 도대체 침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며 글을 시작하였는데, 시리즈를 완결하면서 68일자 고칠 수 있는 병들에서 권도원 선생과 체질침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체질침이라 하여 이것을 개발해서 상당한 효과를 거둔 이가 있다. D한의원의 權度沅 博士는 약 1백년 전인 李朝末漢醫 李濟馬東醫壽世保元에서 밝힌 인체의 4체질을 발전시켜 8개의 體質로 분리(金陽 金陰 土陽 土陰 木陽 木陰 水陽 水陰), 이 다르더라도 체질이 같으면 치료법이 같다는 體質鍼을 놓고 있다.”

이제마의 4체질을 8개의 체질로 분리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권도원 선생은 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에 응하면서 8체질의 새로운 이름을 처음 말했던 것이다. 신문기사로 나온 것은 날짜가 명확하니 明大 논문에서 아래와 같이 날짜를 특정하여 명시하였다.

筆者主張하는 “8體質 形成先天性時間硏究를 거듭할수록 確固不動하게 立證되므로 197268日 各 體質獨立性相關性含蓄하는 다음과 같은 體質名으로 改定하였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68일이 아닐 것이므로 2차 논문에는 ‘June, 1972’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현재 8체질 명칭으로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여덟 가지 이름(金陽體質, 金陰體質, 土陽體質, 土陰體質, 木陽體質, 木陰體質, 水陽體質, 水陰體質)의 시작은 19726월인 것이다.

 

체질침 논문

체질침의 첫 논문인 62 논문에서 8개의 구분은 syndrome(病證)이었다. 즉 사상인(四象人) 각각에 1증과 2증로 나누어서 여덟 개로 나누었다. 이것은 병리적인 구분으로, 1증이란 최강장기(最强臟器)의 과강화(過强化)이고 2증은 최약장기(最弱臟器)의 과약화(過弱化)이다. 1차 논문에서는 태양인은 금상인(金象人), 소양인은 토상인(土象人), 태음인은 목상인(木象人), 소음인은 수상인(水象人)이라고 하고, 각각 장질(臟質)과 부질(腑質)로 나누었다. 병리의 명칭으로 1증은 1병형(病型 morbidity), 2증은 2병형이 되었다.

명대 논문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논문에 처음으로 8체질론(the theory of 8 constitutions)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논문의 내용에 사상의학과 관련한 것은 나오지 않는다. 8체질론에 의한 독립적인 체질침 논문인 것이다.

 

최병일 노트

1971년에 권도원 선생은 경희한의대 본과 4학년의 임상특강 강의를 했다. 당시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은 19기 동기생들이었다. 이들 중에 강명자, 최병일, 김기창 등은 강의를 들은 후에 한국체질침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최병일(崔炳一) 원장은 당시의 수업 내용을 정리한 노트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 이 노트 속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위에서 먼저 나온 내용에서 태양인을 금상인(金象人)으로 했다고 하였는데, 이때 금상인이란 금성(金星 Hesperus)을 닮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머지도 수상인은 수성(水星 Mercury), 토상인은 토성(土星 Saturn), 목상인은 목성(木星 Jupiter)을 닮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1차 논문에서는 사상인의 이름 대신에 Mercuria(수상인), Hespera(금상인), Jupita(목상인), Saturna(토상인)이라고 칭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병일의 노트에서는 水象體質, 木象體質, 土象體質, 金象體質로 되어 있다. 그리고 四象體質 各各 二分하여 八態라고 적혀 있다. 노트에서 사상(四象)을 장질과 부질로 나눈 것은 1차 논문의 내용 그대로다.

노트의 내용으로 보면, 19726월이 되어 명칭에 정식으로 체질이 들어가기 이전에 이미 체질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장질을 양체질(陽體質), 부질을 음체질(陰體質)로 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 이를테면, ‘수상인 장질에서 수상체질 장질로 그리고 수양체질이 된 과정을 최병일의 노트가 증거하고 있다. 그러니까 임상특강이 열린 1971년에는 체질맥도의 이주송맥도처럼 과도기적인 명칭이 있었던 셈이다.

세 편의 체질침 논문을 통해 명칭이 변화된 것을 정리하면 표(8체질 명칭의 변화)와 같다.

 

 

8체질의 국제명

8체질의 국제명(國際名)이 한의계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94년 전반기에 배철환이 한의사통신망에서 “8체질의 명칭이 再改定되었다고 소개한 때인 것 같다. 국제명은 라틴어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목양체질은 Hepatotonia로 목음체질은 Cholecystotonia로 되어 있다. 19948월에 나온 빛과 소금113‘8체질을 압시다에도 목양체질을 Hepatotonia로 썼다. 그런 후에 19957월에 나온 제124체질을 알려주는 병들에서는 Hepatonia로 변경하였다. 라틴어 전공자의 조언을 받아 HepatotoniaHepatonia, CholecystotoniaCholecystonia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1985년에 나온 영양학회 논문에서는 명대 논문과 동일한 체질 명칭을 쓰고 있으므로, 국제명을 새로 정한 것은 아마도 1980년대 중후반인 것 같다. 권도원 선생의 작은 아들인 권우준 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임상을 시작한 것이 1986년이다. 그리고 이 무렵에 권도원 선생은 아들에게 체질침 2단방 구성표를 만들어서 보낸다. 이 표에 국제명이 약어로 표기되어(Pul. / Hep. / Col. / Cho. / Pan. / Ren. / Gas. / Ves.) 있다.

 

번역어의 여러 시도

8체질의 국제명은 각 체질의 최강장기를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Hepatonia(목양체질)는 간(hepato~)이 강한 사람(~tonia)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여덟 개의 국제명은 서로 연관성이 없고 독립적이다. 그래서 1980년대 후반기에 국제명을 정한 이후에는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19726월에 발표한 8체질의 번역명칭은 금...(金土木水)의 양체질과 음체질로 지어진 것이다. 그래서 사상의학의 태소음양인과 연계된 것 같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 최병일의 노트에 적힌 것과 같이 네 가지 분류로부터 각각 두 개를 더 나눈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fact)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건 계속 이제마와 사상인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권도원 선생은, 국제명에 대한 번역어로서 각기 독자적인 여덟 개의 이름을 정하는 것에 계속 집착했다. 그런 집착을 반영하여 정리한 것이 표(8체질 번역명칭의 여러가지 시도)이다.

 

참고 문헌

1) 침술 그 신비의 베일, 경향신문1972. 5/11, 5/18, 6/1, 6/8

2) [권도원 선생 임상특강 최병일 노트] 1971.

3) Dowon Kuan,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中央醫學1973. 9.

4) 權度沅, 體質鍼 治療硏究」 『明大論文集1974. 1.

5) [KOMA 동의학당 정리집]

6)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113호 두란노서원 1994. 8.

7) 체질을 알려주는 병들, 빛과 소금124호 두란노서원 1995. 7.

8) 8체질의학론 개요, 東方學志106집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1999. 12.

9) 이강재, 학습 8체질의학행림서원 2009. 11.

10) 이강재, 체질맥진행림서원 2017. 4.

11) 이강재,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행림서원 2019. 10.

 
각주

 1) ① 세계적인 연구열 (1972. 5. 11.) ② 침의 원리 (1972. 5. 18.) ③ 중공의 침 마취 침술 (1972. 6. 1.) ④ 고칠 수 있는 병들 (1972. 6. 8.) 

2) ‘독립성(獨立性)’이란 동일한 명칭에서 Ⅱ와 Ⅰ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하여 각기 다른 8개의 양체질(陽體質)과 음체질(陰體質)로 나누어 독자적인 명칭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3) ‘상관성(相關性)’이란 양체질(陽體質)과 음체질(陰體質)을 금(金) 목(木) 토(土) 수(水)로서 연결한 것이다.

4)  「體質鍼 治療에 關한 硏究」 『明大論文集』 1974. 1. p.608

5)  Dowon Kuan,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中央醫學』 1973. 9. p.328.329

6)  최병일 원장은 2014년 6월 19일에 작고하였다.

7)  Zang-temperament & Fu-temperament

8)  『체질맥진』 행림서원 2017. 4. p.60~62

9)  金陽體質(Pulmotonia), 金陰體質(Colonotonia), 土陽體質(Pancreotonia), 土陰體質(Gastrotonia), 木陽體質(Hepatotonia), 木陰體質(Cholecystotonia), 水陽體質(Renotonia), 水陰體質(Vesicotonia)

10)  113호와 124호 사이에는 115호(1994년 10월), 117호(1994년 12월), 120호(1995년 3월)가 있는데, 이 세 편의 기고문에서는 목양체질의 국제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11)  ‘toto’처럼 철자가 중복될 때는 한쪽을 생략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