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89> - 『鍊形要訣』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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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89> - 『鍊形要訣』① 
  • 승인 2021.12.0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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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좀먹은 서책 바구니 속, 道家養生說

  이번 호에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완연한 古寫本 양생의학서 한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저자 성명은 밝혀져 있지 않아 전승내력을 분명하게 밝히긴 어렵다. 다만 조선 중기 대학자이자 세인들로부터 명망이 높았던 분의 후손가에서 전해졌다고 알려진 다량의 문서와 서책이 함께 나온 것으로 보아 출처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 『연형요결』

 한편 발이 촘촘하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얇은 한지의 지질이나 서책의 보존 상태로 보았을 때 연대가 족히 200~300년 이상 되어 보이므로, 조선전기로부터 비전되어 내려오는 도가 양생술의 숨겨진 일면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연구 대상이 아닌가 하여 기대를 부풀게 한다.

  표지에는 ‘喬招玅訣’이란 서명이 적혀있으나 서명에 담긴 의미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형편이다. 겉장을 들추니 내지에 해서체로 ‘鍊形要訣’이라고 적은 서제가 다시 나타나게 되어서야 비로소 이 책에 도가에서 양생수련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채록하였음을 직감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적힌 등사기에 있다. “歲戊戌夏, 偶拴冊籠, 於蠹簡中得之, 盖養生家說也. ……”로 시작하는 등사자의 글을 요즘 말로 풀어 옮겨보기로 하자. “무술년 여름 뜻하지 아니하게 책 바구니를 손보다가 좀 먹은 서간 더미 가운데서 (이 책을) 얻었는데, 대개 양생가의 이야기였다.”고 했으니 곧 도가에서 양생 수련하는 방법을 기재한 책이었더라는 사연을 적어 놓았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내용 가운데 부적 쓰는 방법 같은 것은 매우 해괴하고 망측한 것이지만 정기를 보전하고 放恣함을 절제하며(葆精節恣), 권선징악(勉善懲惡)하는 내용들은 자신에게 미루어 보아 사물에 접촉하여 자신의 몸을 닦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 될 터이니 또한 모두 거꾸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되지는 않을 것이며, 진실로 능히 (양생법을)행한다면, 이 또한 혼탁한 세상에 대처하는 신통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성자의 초획을 명료하게 해독하진 못했지만 儒者로서 미신적이고 믿지 못할 황탄한 부분을 과감히 버리고 자기수양과 선행을 권면하는 내용만 남김으로써 修己治人하고 行善處世하는 방편으로 삼을 만하다는 전사자의 편집의도와 소감을 밝혀놓은 글이다.

  목차 없이 본문 첫머리에는 ‘新刊居家必用事類卷之七’이라는 다소 긴 제목이 달려 있다. 이것이 애초 이 초본의 원래 제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집안에 전해지던 문서와 서책 더미를 정리하다가 이 사본을 발견한 후손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간략하게 묶어 粧冊하고 본문에 앞서 이러한 전승내력과 발견하게 된 자초지종 등 경위를 간략하게 적어 남긴 것이다.

  ‘居家必用事類全集’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통해 여러 번 소개한 바도 있거니와 『의방유취』・인용제서에 ‘居家必用’이란 약서명으로 이용되었기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전인 2001년 2월 12일자에 ‘가정생활의 필수 衛生法’(60회)이란 제목으로 소개한 바 있으며, 또한 589회 ‘고려시대 가정의약 백과전서’(2013.6.13일자), 590회 ‘피부미용에 관한 오래된 風俗’(2013.6.20일자), 591회 ‘건강수명 늘려주는 修養秘論’ (2013.6.27일자) 등으로 연재한 바 있으니 함께 참조하기 바란다.

  한편 주목할 점은 ‘居家必用事類全集’에 실린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재론할 필요가 없겠지만, 문제는 이 사본에 인용된 내용들과 서명 등에 다소 혼선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에 소장된 明代에 간행한 10권본과 비교해 보았을 때, 대략 같은 내용도 있지만 차서도 다르고 수록 내용도 상이하여 상세한 대조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호에 수록내용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재론키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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