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하사심탕 – 위장관계 염증상황의 해결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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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반하사심탕 – 위장관계 염증상황의 해결사!①
  • 승인 2021.11.1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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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46)
권승원경희대한방병원중풍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68세 남성.

5년 전, 발생한 파킨슨병으로 본원 외래에서 침구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이다. 진행성 폐선암으로 진단받고 화학요법을 시작했는데, 화학요법 첫 번째 사이클 적용 후, 3일째부터 물 같은 설사가 하루 3~5회, 4일간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후, 시행한 검사에서 암의 축소가 확인되어 담당의로부터 동일한 투여량으로 화학요법 두 번째 사이클 진행을 추천받았다. 파킨슨병으로 평소 보행이 안 좋았는데, 설사를 자주하다 보니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질 뻔했다며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설사 발생 예방을 목적으로 두 번째 사이클 진행 1주 전부터 A 엑스제를 아침 저녁 식후 2시간째에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이후, 진행된 두 번째 사이클에서는 설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네 번째 사이클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A를 복용했으며, 설사 발생 없이 화학요법을 완수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이다. 반하사심탕은 중국 한대(漢代) 처방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잘못된 치료법 적용으로 인해 발생한 상부위장관 염증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제안되었으며, 이후 그 적응증이 오랜 세월 유지되어 왔다. 이후 과학적 기전에 기반하여 최근에는 암 화학요법 시 발생하는 설사나 구내염 같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반하사심탕 개요

구성약물: 반하, 황금, 건강, 인삼, 감초, 황련, 대조

효능효과: 체력중등도이면서 명치가 갑갑한 느낌이 있고, 때때로 오심, 구토가 있으며 식욕부진하고 배에서 소리가 울리며 연변 또는 설사 경향인 다음 증상: 급만성위장염, 설사 및 연변, 소화불량, 위하수, 신경성위염, 위장허약, 숙취, 트림, 가슴쓰림, 구내염, 신경증 (일본 내 허가사항)

 

반하사심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하사심탕은 중국 한대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한다. 『상한잡병론』은 감염질환에 대한 처방을 서술한 『상한론(傷寒論)』과 그 외 다양한 질환에 대한 처방을 서술한 『금궤요략(金匱要略)』으로 구성되는데, 반하사심탕은 이 두 서적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먼저, 『상한론』의 내용을 살펴보자. 『상한론』 태양병편(太陽病篇)에서는 “상한(傷寒) 5~6일째 소시호탕(小柴胡湯) 같은 화해제(和解劑)를 사용해야 할 시기에 사하(瀉下) 시키는 치료법을 잘못 적용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 중 하나로 반하사심탕 처방을 제안했다. 이 때, 함께 등장한 처방이 대함흉탕(大陷胸湯)이다. 『상한론』에서는 명치부 증상에 따라 대함흉탕과 반하사심탕을 구분하여 사용할 것을 주문했는데, ‘명치부가 그득하며 단단하고 아픈 상황’을 결흉(結胸)이라 부르며 대함흉탕을, ‘명치가 단지 그득할 뿐 아프지는 않은 상황”이라면 이것은 비(痞)에 해당하며 반하사심탕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여기서 ‘명치부의 그득함’은 위장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치료법 적용으로 유발된 상부위장관 염증상태를 반영한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강도와 경중에 따라 통증 동반 여부가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상한론』의 반하사심탕 적응증은 잘못된 치료법 적용에 따라 발생한 상부위장관 염증이었던 것이다.

『금궤요략』에는 반하사심탕 적응증의 보다 구체적인 동반증상이 함께 제시되었다. 『금궤요략』 구토홰하리병명증치제십칠(嘔吐噦下利病脈證治第十七)에서는 ‘구토하며 장명(腸鳴)이 있고, 명치부가 그득한 경우’에 반하사심탕을 적용하라고 제안했다. 『상한론』에서도 제시했던 ‘명치부 그득함’ 외에 구토와 장잡음항진 증상이 있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명치부 그득함과 구토는 상부위장관의 염증에 의한 증상으로 생각되며, 장잡음항진은 상부위장관 염증이 하부위장관에 영향을 주어 발생한 위장관운동 항진 상태로 볼 수 있다. 『금궤요략』에는 『상한론』과 달리 부적절한 치료적용과 같은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하사심탕은 애초에 이유를 막론하고 상부위장관 염증이 발생하여 나타나는 명치부 불편감, 구토, 장잡음항진 등의 증상에 적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고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거의 대부분의 고전 의서에서 ‘위장관증상’을 논할 때, 반하사심탕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장잡음항진 외 연변이나 설사와 같은 증상에까지 사용하게 된 것 외에는 적응증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첫 등장이었던 『상한잡병론』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며 사용되어 왔다.

그러던 중 반하사심탕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암 화학요법 후 발생하는 지연성 설사의 예방 및 치료목적으로 활용되게 된 것이다. 이 적응증의 확대는 전통적인 적응증에 기반하면서 과학적으로 규명된 반하사심탕의 작용기전이 결부되며 진행되었다. 1998년 모리 그룹은 『암과 화학요법(癌と化学療法)』에 ‘반하사심탕이 진행성 비소세포암에 있어 암 화학요법에 동반된 설사의 예방 및 경감에 유효하다’는 결론의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결과 발표 이후, 반하사심탕의 항암제 이리노테칸 유발성 지연성 설사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이리노테칸 투약에 따른 설사는 크게 투여 조기에 나타나는 급성 설사와 투여 8시간 이후 나타나는 지연성 설사가 있다. 급성 설사는 일과성인 경우가 많고, 항콜린제를 통해 대처가 가능하나, 지연성 설사는 때로 중증이 되고, 조절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보니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자체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바로 이 지연성 설사의 예방과 치료에 반하사심탕이 유의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연성 설사는 장관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에 해당하는 β-glucuronidase를 억제함으로써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하사심탕에는 이 β-glucuronidase 억제작용을 지닌 글루크론산 포합체 역할을 하는 바이칼린(baicalin)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뿐 아니다. 최근에는 암 화학요법 유발성 구내염에도 반하사심탕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2014년 아오야마 그룹이 『Cancer chemotherapy and pharmacology』에 ‘반하사심탕이 위암 화학요법에 따른 구내염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의 논문을 발표한 뒤, 최근까지도 추가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발표되고 있다. 이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저항성을 보이는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근거도 확충되고 있다. 2019년 다케우치 그룹이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효과가 비만하지 않은 환자, 비고령자에서 더욱 유의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약처방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처방 중 하나인 반하사심탕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과학적 기전 규명을 토대로 그 적응증의 확대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소개해 왔던 대부분의 처방이 개별 의사의 임상경험에 기초하여 처방 적응증의 확대를 이루어 온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추후 우리가 한약처방의 적응증을 확대해 갈 때,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한 표본이라고도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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