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85> - 『現代鍼灸醫學全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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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85> - 『現代鍼灸醫學全書』① 
  • 승인 2021.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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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동방침구학의 光復을 위하여

  근현대 한의학교육에 있어서 일면을 장식할 침구학교과서 1종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명인 『침구의학전서』앞에 ‘現代’라는 수식구가 붙어 있기에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어 했던 주안점을 대강 짐작해 볼 수 있으며, 동서의 지식을 종합하여 소개하고자 한 점이 눈에 띤다.

 ◇ 『현대침구의학전서』

  1957년 행림서원에서 발행한 침구서인데, 본문은 세로쓰기에 국한문 혼용으로 편집했으며, 등사판으로 인쇄하였다. 종이표지로 만든 보급형 제본인지라 보존상태가 매우 취약하며, 산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책장을 펼칠 때마다 종이가 부스러질 정도로 심각한 형편이다.

  권두에 동양의약대학 학장을 지냈던 이종규의 서문이 실려 있으나 추천사에 가깝고 서문을 청탁받은 일과 당시 학계의 정황을 전한 뿐 별달리 읽어볼만한 의미 있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다만 서문 말미에 ‘丁酉(1957)菊秋 求仁齋主 曉亭 醫學博士 李鍾奎’라고 밝혀 놓았기에 작성자의 당호를 확인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표지 한 구석에는 ‘의학박사 이종규 선생 서문’이란 말과 함께 ‘醫學博士 梁承浩 先生 推薦’이란 표현을 내세워 명시해 놓았으나, 별도의 추천사는 실려 있지 않아 그 내력을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학계의 중진학자로부터 학문적 권위를 빌어 이 책의 내용을 보증 받고 싶은 의도가 담겼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소개하는 도입글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저자인 金昌謙의 自序인데, 다분히 한문투성이로 이뤄진 글이라서 현대인들이 읽어 내려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필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다소 한자어를 풀고 일부 표기법을 고치거나 바꿔서 수록한다.

  “夫鍼灸治學은 東方上古 石鍼시대부터 今日까지 유구한 역사를 갖인 것은 贅言을 不要하거니와 우리나라의 斯學은 근본적 진리를 通透硏究한 시대가 없었고 종래 고전 그대로에 피상적 추종에 불과하였음으로 개인기능 여하에 따라서 名人善手는 다소 있었으나 其學의 進展은 寸步도 없었다는 평을 가하여도 과언이 아닐 거니와 …”라며 침구연구의 시대적 한계와 역사배경을 설명한다.

  또한 “然而 近代에 와서는 隣邦日本은 尙矣勿論이어니와 서양의 獨佛까지도 刮目相對케되는 現狀에 迫頭하였으니 一羨一嘆의 感을 느낀다.”라고 하면서 역사전통과는 달리 침구학에서 있어서는 후진인 일본과 불모지였던 서구에서 오히려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부러워하며 침구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에 저자는 자신이 지난 36년간 침구학 연구와 시술에 매진해 온 바, 오랫동안 쌓인 연구경험과 일본과 서구에서 입수한 새로운 학설을 종합하여 이 책을 엮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아래는 저자가 남긴 말로 옮겨 적은 이 책의 저술배경에 해당한다.

  “저자는 曾是斯學에 有意하여 學而鍊之한 세월이 于玆三十六年인바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其理가 深遠하고 其術이 微妙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치법의 보급발전을 위하여 저자의 積年經驗과 大方諸家의 신비적이요 과학적인 학설을 獵取綜合하여 一編의 書를 今玆告功하는 바이다. 回顧컨대 淺學菲才의 저자로써 사학의 眞理全般을 述하여 盡치 못함은 극히 遺憾之事나 然而斯學을 연구하는 諸賢에 다소라도 참고가 되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아울러 서문 말미에 다음과 같이 작성시기가 밝혀져 있다. “檀紀4290年 8月 解放記念日 著者 識” 곧 1957년 8월15일 광복절을 맞이하여 지은 것이다. 앞서 언급한 표현에 의거해 추산해 보면 그는 1920년경부터 침구연구에 매달려온 셈이다.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광복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침구학은 여전히 일본과 서구의 앞선 수준을 쫒아가야만 하는 애달픈 심정이 느껴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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