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9> - 治膳方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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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79> - 治膳方③
  • 승인 2021.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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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한가위에 마주하는 전통 茶啖床

  돌림병의 기세가 여전히 엄중한 가운데서도 계절은 바뀌고 한가위 명절이 목전에 다가온지라 차례 상차림이나 가을철 시절식을 떠올리게 된다. 기제사나 享祀와 달리 명절상은 말 그대로 茶禮 혹은 茶祀라 부르기에 반찬을 올리지 않고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식이나 병과를 올리는 것이 원래의 예법에 맞는다고 한다.

◇ 『치선방』
◇ 『치선방』

 『산림경제』치선방에는 차탕과 함께 국수(粉麪)와 떡(餠), 엿(飴)이 등장한다. 잔치상이나 명절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간식인지라 조상들이 즐겼던 다과상에는 주로 어떤 것들이 올라갔는지 궁금하게 되었다. 그래서 차와 탕품에 이어 등장하는 갖가지 국수 종류와 떡이나 엿을 비롯한 전통 간식류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국수 종류로는 연근 녹말가루로 만드는 藕粉을 비롯해 한약재로도 많이 쓰이는 연밥을 가루로 만든 蓮子粉, 가시연을 사용한 芡仁粉이 있고 마름풀을 가루 장만해 쓰는 菱角粉이 있다. 또 생강가루를 쓰는 薑粉도 있고 칡뿌리를 가루 낸 葛根粉도 사용한다. 특히 杆城 갈분을 녹두녹말과 섞어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갈증을 가시게 하는데, 모래땅에서 나는 것이 더욱 좋다고 전한다.
  또 『동의보감』에도 기재되어 있는 千金麨는 오늘날 미숫가루나 보릿가루와 같은 乾糧, 즉 장기보관이 가능한 가루음식인데 메밀가루와 꿀, 참기름, 백복령, 생강, 구운 건강, 감초를 섞어 덩어리로 만든 다음 푹 쪄서 응달에서 말려 가루로 만든다. 허기에 시달릴 때, 1숟갈씩 냉수에 타 마시면 여러 날이 지나도 배고프지 않는다. 비단주머니에 담아놓으면 10년을 간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마(山藥)를 가루내어 만든 山薯麵, 연한 느티나무 잎(槐葉)을 갈아 표고를 넣어 맛을 내는 翠樓麪, 날 새우(鮮蝦)를 갈아 천초를 가미하고 메밀가루와 콩가루를 반죽하여 만드는 紅絲麪이 있는데 붉은 빛이 도는 까닭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또 메밀과 콩가루를 물에 타고 마를 섞어 끓는 물에 수저로 떼어 넣어 익기를 기다렸다 양념즙을 타먹는 산약수제비(山藥拔魚)가 있다.
  떡 종류로는 주재료에 따라 마떡[山芋餺飥], 곶감떡[柹糕], 밤떡[栗餻]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밤떡은 예부터 맛좋기로 소문이 났던 탓에 고려에 왔던 사신들을 통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고려밤떡[高麗栗餻]이 원나라 때 유명한 실용백과전서이자 식품조리서의 원조격인 『居家必用事類全書』에 기재되어 전해진다.
  한편 밤과 붉은 대추, 호도, 감 4가지 과일의 씨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겨 살만을 절구에 넣고 무르게 짓찧어 반죽해서 두툼하게 떡을 만드는데, 볕에 말려두었다가 흉년이나 기근에 대비한다고 했으니 구황식으로 고안된 것이라 ‘防儉餠’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또 석이떡은 楓嶽山[가을 금강산을 지칭] 표훈사 스님이 전한 것으로 구맥을 곱게 찧어 채로 거른 다음, 꿀물에 버무려 석이를 섞어 구리 시루에 쪄서 먹는 것으로 맛이 매우 좋기에 瓊糕나 糯柿餠[곶감찰떡]이라도 비할 바가 아니라고 허성의 문집에 전한다.
  한편 엿을 고는 방법[造飴餹法]이 적혀 있는데, 주석에 이르기를 “본초서에 모든 곡식으로 다 만들 수 있지만, 찹쌀로 고은 것이라야 약에 든다.”고 하였다. 요즘 강원도 지방에선 수수를 고아 만든 엿이 소화흡수를 촉진하고 병자에게 좋다고 하여 세칭 약엿이라고 불리며, 쌀엿이나 고구마엿에 비해 더 비싼 값을 부른다.
  엿은 찹쌀로 죽을 쑤어 식거든 엿기름[麥芽] 가루를 넣고 삭은 뒤에 맑은 물만 떠내어 다시 졸여 호박 빛이 도는 것을 餃飴라 하여 약으로 쓴다. 이것을 늘여서 희고 단단하게 굳은 것을 餳糖이라 하는데 약에는 쓸 수 없고 식용으로만 쓴다고 하였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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