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기차역을 기다리며
상태바
[영화읽기] 기차역을 기다리며
  • 승인 2021.09.17 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기적
감독 : 이장훈출연 : 박정민, 임윤아, 이성민, 이수경
감독 : 이장훈
출연 : 박정민, 임윤아, 이성민, 이수경

남서향의 집이다보니 창밖으로 일몰을 볼 수 있는데 어느 새 일몰 지점이 점점 짧아지고 석양 노을이 멋지게 드는 것을 보니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올해도 가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 연휴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때문에 추석 분위기가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 같다. 더욱 강화 된 방역수칙 때문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마음 놓고 모이기도 힘들고, 모였다고 해도 집에만 있어야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시라고 권하는 것도 꽤나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영화계의 가장 성수기인 추석 연휴인 만큼 혹시 가능하다면 가족들과의 영화관 나들이도 추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사는 준경(박정민)은 마을에 기차역을 만들어 달라고 청와대에 54번째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원칙주의 기관사인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반대에도 준경은 누나 보경(이수경)과 마을에 남는 걸 고집하며 왕복 5시간 통학길을 오간다. 그의 엉뚱함 속 비범함을 단번에 알아본 라희(임윤아)는 준경이 하는 일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1988년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새롭게 창조한 영화 <기적>은 카세트 테이프를 비롯해 VHS, 오락기, 빨간 공중전화기와 우체통 등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들로 80년대의 감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기차역이 들어서지 않은 시골 마을의 정감 가는 정취를 아름다운 풍광과 색감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로맨스와 판타지 등의 다양한 장르들을 섞으며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 <기적>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이장훈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고 있다. 또한 현재 나이 35살인 박정민이 17살 고등학생으로 출연하고, 누나로 출연하는 이수경보다 훨씬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준경이라는 주인공을 아무런 문제없이 소화해 내며 또 한 번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고, 이성민과 임윤아, 이수경 등의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결말부분으로 갈수록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놓인 갈등을 해결해내는 과정 속에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 등장하며 영화는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감동 또는 신파의 쓰나미를 경험하게 되면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답게 가족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관객들의 눈물과 함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코로나 때문에 개봉일자가 변경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을 날씨에 딱 맞는 감성으로 찾아 온 <기적>이 극장가에 어떤 기적을 펼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영화 엔딩 크레딧에 나온 문구처럼 모든 이들의 꿈꾸는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독자 여러분 모두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