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미래 없는 세상에서 과거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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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미래 없는 세상에서 과거를 찾다
  • 승인 2021.09.0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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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레미니센스
감독 : 리사 조이출연 : 휴 잭맨, 레베카 퍼거슨, 탠디 뉴튼
감독 : 리사 조이
출연 : 휴 잭맨, 레베카 퍼거슨, 탠디 뉴튼

요즘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몇 년 전 모습이라고 하면서 인터넷 클라우드에 올려놓았던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가끔 그 메시지를 받고 나서 사진을 확인하면 오래 전 기억 속의 일들이 떠오르며 그 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울 때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며 그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는데 코로나19가 계속 되고 있는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바다에 잠긴 가까운 미래. 사람들의 머릿속을 엿보는 탐정 닉(휴 잭맨)은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가게 도와주며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세계인 과거 속을 항해한다. 단조롭던 닉의 인생은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으려는 새로운 고객 메이(레베카 퍼거슨)의 등장으로 영원히 바뀌게 된다. 닉은 메이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어느 날 메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메이의 실종에 대한 진실을 찾고자 분투하던 닉은 숨겨진 잔혹한 음모를 밝혀내고, 결국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야만 한다.

'망각의 역현상'이란 뜻을 갖고 있는 <레미니센스(Reminiscence)>는 해수면 상승과 이후 벌어진 전쟁으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과거의 기억에 매달린다는 매우 독특한 소재로 여타의 SF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 상황이 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기억을 재생하고 들여다본다는 설정을 통해 주인공들이 현재의 현실과 기억 속 과거 세계를 오가는 형식으로 구성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레미니센스>는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누아르 장르 양식을 차용하면서 색다른 SF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이자 <메멘토>의 원안을 쓰고, <인터스텔라>와 <인셉션> 등의 각본에도 참여한 조나단 놀란의 아내인 리사 조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점에서 <레미니센스>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후변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제대로 녹이지 못한 채 주인공들 간의 로맨스에 집중하다보니 독특한 SF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멜로 영화로 치부하여 본다면 그리스 신화 속 아련한 감정을 느끼며 볼 수도 있기에 어떤 취향으로 감상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가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 편의 영화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휴 잭맨의 멋진 목소리로 영화 전반에 깔리는 내레이션은 <레미니센스>의 백미이자 오랜만에 정통 누아르의 진한 맛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쿠키 영상은 따로 없으며,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영화 속 기계장치가 실제로 등장한다면 우리는 어떤 과거의 기억 속으로 가고 싶어 할 것인지 꽤나 궁금해진다. 단,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말처럼 과거는 과거이고, 영화는 영화이니 요즘 같은 시대에도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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