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세대(Generation):‘우리’와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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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세대(Generation):‘우리’와 ‘당신’의 이야기
  • 승인 2021.09.0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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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

감사하게도, 젊은 사람들과 늘 함께하며 제 나이보다 젊게 살 수 있는 환경에 사는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한의대생들, 그리고 나와 연구를 함께 하는 대학원생들. 모두 눈빛이 반짝이는 20대 혹은 30대 초반의 젊은 청춘들이다. 그들은 나에게 ‘흐르는 세월을 따르지만 말고 가슴 뛰는 삶을 살라고 속삭이는’ 동기의 원천이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날들이 쌓여감에 따라,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피드백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 만나 들려주는 학생들의 고민 주제도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진심을 다하고자 노력을 해 왔지만, 문득 과연 나는 그들에게 “꼰대”가 아닌 진정한 “멘토”가 되고 있는 건지가 궁금해졌다. 혹시 내 눈높이에 맞춰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혹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생들이 살고 있는 ‘그들의 세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멘토로 나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최샛별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출간

최근 이러한 고민에 대한 열쇠를 최샛별 교수의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언론이나 학자들에 의한 타인의 관점에서 재단하는 세대 비평과는 결이 다르게, “사람”의 관점에서 다른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감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또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전국적인 규모의 설문지를 통한 양적 데이터를 마련하고,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생생한 인터뷰를 통한 질적연구를 통해 살아 있는 ‘나’와 ‘당신’의 세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20-30대의 청년. 그들을 지칭하는 세대명칭들은 밀레니얼 세대, N세대, MZ세대, 88만원 세대, N포 세대 등 다양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세대 정의에 대해 그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가슴 아프게도 직접 “88만원 세대”라는 부정적인 이름을 자신들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특정 기간에 태어난 개인들이 하나의 동일한 ‘세대’로 묶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해 온 삶의 궤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청년들 또한 이전 세대와 차별화되는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경험을 통해 그들만의 특징적인 세대 특징을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이전 세대들이 독재 및 군부 정권에 맞서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것과 달리, 밀레니얼(88만원)세대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삶을 시작했다. 더구나 이들 세대는 대통령들이 구속되는 등 대통령조차도 권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자랐다. 베이비붐 세대가 키워 놓은 놓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란 그들은 대한민국은 어려웠던 나라가 아니라 ‘처음부터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나라’이다. 그러나 외환 위기를 통해 국가와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이전 세대들보다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에서 성장해왔다. 전통적으로 중시되던 호주제가 폐지되고, 출산율 저하로 아들 딸 구별없이 부모에게 사랑받으며 남녀평등이 당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개인용 PC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각종 IT 산업이 활기를 띠었고, 해외의 문화를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한류열풍과 함께 우리 문화에의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해외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이 조성되어, 디지털 세대와 글로벌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였으나, 왜 그들 세대를 88만원 세대라며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경제적 문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부모세대인 베이비붐 세대 때의 사회구조적 상황과의 비교를 통해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학진학률은 부모세대(베이비붐세대)보다 3배나 높은 75% 이상. 그러나, 부모세대가 청년기를 보낸 시기 1인당 국민총소득이 약10배나 증가(1970-1985)한 것에 비해,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겨우 1.5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야말로 경제적 저성장기로 부모세대에 비해 높은 학력의 구직자 대비 일자리는 형편없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다. 부모세대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취업시장에 자리 잡고 결혼·출산 등 사회구성원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그들이 접한 현실은 취업난, 신용난, 주거난 등 3대 경제난과 함께 사회인으로서 자리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20-30 청년 세대의 성장과정에서의 환경과 경험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을 경험을 먼저 고려하고 나니, 밀레니얼(88만원)세대의 특징이라고 제안된,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와 태생적 글로벌리스트, 인생의 목표를 즐겁게 사는 것에 두는 이들,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실용주의파, “내가 제일 중요해” 권위를 거부하는 평등주의자들이라는 그들의 특징에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준비가 된 듯하다. 이제는 한의대생, 그리고 대학원생들과 대화할 때, 조금 더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멘토가 되도록 노력해 보려 한다.

이 글은 지면관계상 첫 관심사였던 20-30 밀레니얼(88만원)세대의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지만, 이 책은 우리 부모님 세대인 산업화 세대부터, 베이비붐 세대, X세대들까지도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얻은 더 큰 소득은, 우리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고 끌어 안을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각 세대의 성장배경과 문화적 특성, 그리고 사회구조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공감을 통해 함께 소통하게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최근 한의학 교육 개혁을 위해 분주히 대학이 움직이고 있다. 교육개혁은 임상역량을 강화하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을 주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비전과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현장에서 세대 이해하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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