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0> - 『濟世堂文先生硏究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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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70> - 『濟世堂文先生硏究方』②
  • 승인 2021.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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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舍巖鍼을 活人劍으로, 문선생침구방

  저자 文基洪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의생시행규칙에 의거하여 의생으로 선발된 이후, 鍼術士, 製藥士, 藥種商 허가를 받아 활약했던 것으로 보이나 저작 이외 관보나 관찬문헌에서는 행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울러 재고해야만 할 것은 이 책이 『방약합편』의 3통 분류를 본 떠 갑을병정 4통으로 구성하여 고금명방과 경험처방을 위주로 열거하고 있기에 전반적으로 용약에 능한 藥醫로만 여기기 쉽다.

◇ 『제세당문선생연구방』
◇ 『제세당문선생연구방』

  하지만 당시 『동아일보』기사에 의하면, “……명성이 자자한대 특히 침구술이 능숙하야 일차 문선생에 手術을 바드면 여하한 난병이라도 용이히 全治되어 일반에 신임이 자못 두텁다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비문에도 ‘鍼能起死, 藥可回春’, ‘鍼端鬼哭, 劑下神出’이라고 칭송할 정도로 방제용약 이상으로 침구술에 매우 능통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이 책의 내용 구성에 있어서도 200여수의 약방문과 아울러 각 처방 조문마다 병증에 유효한 경혈을 제시했는데, 대략 침법에 700여혈, 구법에 700여혈 수재되었다. 또 권미에 별도로 침구법이 수록되었는데, 靈龜八穴飛騰圖와 主治要穴을 소개함과 아울러 舍巖流注침법을 수록해 놓은 것이 매우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침구문에는 ‘舍岩流注六十四穴’이란 조항 아래 전신 12경락의 각 경맥별로 오수혈과 원혈의 위치와 주치증을 열거해 놓았다. 예컨대, 手太陰肺經考穴及主治에 있어서는 “◑井(水), 少商. ◑在手大指內側, 爪甲角韭葉, 以三稜刺, 微出血, 泄諸臟熱氣. ◑治頷腫, 喉肺, 煩心, 善噦, 痎瘧, 手攣, 喉中, 小兒乳鵝. ◑榮(火), 魚際. ◑在手大指本節內側, 去寸口一寸陷中, 針二分, 禁灸 …….”(이상 필자 원문표점, 오자교정.)

  위와 같은 방식으로 井榮兪經合의 차례로 수태음폐경맥의 소상, 어제, 태연, 경거, 척택, 수양명대장경맥의 상양, 이간, 삼간, 양계, 곡지, 원혈로 합곡이 등장한다. 또 족양명위경맥의 여태, 내정, 함곡, 해계, 삼리, 원혈로 충양혈이 기재되어 있으며, 족태음비경맥의 은백, 대도, 태백, 상구, 음릉천혈에 대한 혈위와 주치증이 기재되어 있다.

  또 수소음심경맥의 정혈에 소충, 영혈에 소부, 수혈에 신문, 경혈에 영도, 합혈에 소해혈이 배정되어 있고 수태양소장경맥의 정혈에 소택, 영혈에 전곡, 수혈에 후계, 경혈에 양곡, 합혈에 소해, 그리고 원혈로 완골혈이 제시되어 있다. 족태양방광경맥에는 정혈에 지음, 영혈에 통곡, 수혈에 속골, 경혈에 곤륜, 합혈에 위중, 원혈에 경골이다.

  이후로 신경에 용천, 연곡, 태계, 복류, 음곡혈, 심포경에 중충, 노궁, 대릉, 간사, 곡택혈, 삼초경에 관충, 액문, 중저, 지구, 천정혈, 담경에는 규음, 협계, 임읍, 양보, 양릉천혈, 끝으로 간경에 대돈, 행간, 태충, 중봉, 곡천혈에 대한 각각의 혈위와 주치증을 기록해 놓았다.

  아마도 한의대에서 소정 교육과정을 마치고 한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고시를 앞두고 수험공부에 매달린 경험이 있다면, 12경맥 오수혈을 암기하느라 표를 만들어 두고 갖가지 연상기억법을 동원하여 암송하느라 애쓴 추억이 있으리라. 전신12경락의 사지말단에 소재한 오수혈을 위주로 운용하는 사암오행침법에 있어서 경락의 분포와 오수혈의 위치 및 주치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선 고유침법으로서 사암침법은 필사본 형태로만 전해져 오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을 전후로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일인학자들에 의해 구미권에 五行鍼法으로 소개되면서, 원천지식의 출처인 한국침구학에 대해선 전혀 부각되지 않은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에 사암침법을 임상술기로 수록해놓은 것은 전통의학지식의 보전과 계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입증자료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행림서원에서 발행한 석인본(1966)도 역시『제세보감』의 또 다른 전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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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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