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뇌졸중 한약제제 개발 연구…제2b상 IND 승인 획득 성과”
상태바
“2011년부터 뇌졸중 한약제제 개발 연구…제2b상 IND 승인 획득 성과”
  • 승인 2021.07.01 05: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여한의사회 미래인재상 수상한 송정빈 경희한의대 연구교수

육계 등 한약재 산지‧채취시기별로 유효성분 함량 다른 탓에 연구 중 성분관리 어려워

전립성비대증 후보물질 개발 및 뇌졸중 한·양약 병용투여 지침 개발 연구 계획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여한의사회는 지난 6월 19일 온라인으로 미래인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미래인재상은 한의학 연구활동으로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여성과학자이자 미래인재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첫 수상자로 송정빈 경희한의대 연구교수와 이승민 자생아카데미 원장이 선정되었다. 그 중 한 명인 송 교수에게 뇌졸중을 연구하는 한의학연구자로서의 가치관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인재상을 수상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첫 번째 미래인재상 수상자가 되어서 매우 영광이고, 대학 동기인 이승민 원장과 함께 받게 되어 더욱 기쁘다. ‘미래인재’라는 상의 이름에 어깨가 무겁다. 2011년 한의대 졸업 이후 기초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지 만 10년이 지났다. 이 상은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더욱 나아가라는 의미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10년, 20년 후 이 상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동안 학문의 길을 이끌어주신 김호철 교수님과 뜻 깊은 상을 주신 대한여한의사회에 깊이 감사드린다.

 

▶대학원 시절부터 뇌졸중 치료 한약제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는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뇌졸중 분야에서 한의약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뇌졸중 치료제 개발은 내가 진학한 대학원 연구실에서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주제다. 석사로 입학한 2011년 지도교수께서 뇌졸중 치료 한약제제를 개발하는 복지부 비임상 과제의 실무책임을 나에게 맡기셔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3년의 연구기간 동안 후보물질 도출, 원료 표준화·규격화, 제형개발, 효력시험, 독성시험, 임상 프로토콜 개발 등을 마치고 2014년 식약처로부터 제2a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이후 박사 3년차였던 2015년에 해당 물질의 임상과제를 수주하였는데, 총 8개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급성기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4년 동안 수행한 복지부 과제였다. 내가 과제 수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스크리닝 단계부터 수행해온 연구라 후보물질에 애착이 높고, 앞으로 다기관 임상연구에 실무책임자로 참여할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은 마음에 박사졸업 후에도 임상연구를 계속 수행하게 되었다. 참고로 현재 연구단계는 제2b상 IND 승인 획득을 완료하였으며, 다음 단계의 임상과제를 수주하려고 하고 있다.

뇌졸중은 운동장애, 언어장애 등의 후유장애를 남기는 질환이다. 뇌는 손상에 대응하여 신경을 재구성 또는 재배치하는 능력(가소성, plasticity)이 있고, 이는 기능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약은 여러 연구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기능회복에 기여함이 보고되었고, 뇌졸중 실험모델에서 신경가소성을 촉진함이 밝혀져 있다. 최근 뇌졸중 발생 2주 후 뇌 가소성이 최대치에 이르고 그 후엔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뇌 가소성이 높은 시기에 적극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데, 한약으로 기능회복을 촉진하여 후유장애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의대 졸업 후 임상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대학원을 진학해 본초학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본초학은 나에게 한의학에 대한 재미를 붙여준 학문이다. 본초학 수업에서 약물의 다양한 종류와 효능에 대해 알아가고, 현재까지 실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어디까지인지 배우는 것이 재밌었다. 한의대를 다니면서 두 번의 방학을 본초학교실에서 학생연구원으로 보냈고, 기초연구가 적성에 맞음을 느꼈다. 나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 창출하는 데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같다.

 

▶한의학 연구를 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내가 주로 수행한 연구는 질환 동물모델에서 한약의 효능을 평가하고, 이후 임상 연구를 통해 인체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한약 시료의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아마 한약을 연구하는 연구자 대부분이 겪는 어려운 점일 것이며, 연구 결과의 재현성(reproducibility) 확보를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천연물인 한약재는 산지, 채취 시기, 연생 등에 따라 유효성분의 함량이 다르다. 이 때문에 지표성분을 설정하고, 매 로트마다 성분 함량을 일정 기준범위 내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도 쉬운 일이 아닌데 여기에 추가로 유효성분이 휘발성 성분이거나, 불안정하여 분해가 된다든가, 식물조직에 따라 함유량이 다르다든가 하면 어려움은 더 많아진다. 육계(肉桂)가 연구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약재 중 하나다. 주성분이 휘발성 정유성분인데다 외피와 내피의 성분 함량에 크게 차이가 있어 표준화, 규격화가 어려웠다. 사실 이러한 어려운 점은 한의약 산업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데 아직은 그럴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기초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 중에는 졸업 직후 대학원을 진학할지 임상경험을 먼저 쌓을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나는 한의대 졸업 후에 바로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진학했고, 그 후로 계속 학교에 있었다. 임상경험을 쌓지 않았기에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기초연구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면 현실적인 부분도 함께 생각하시길 권하고 싶다. 대학원을 진학·졸업한 후 어딘가에 자리 잡고 독립된 연구자로서 내 연구를 시작하는데 대략 10년은 걸린다. 이 기간은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이 기간이 지나도 멀 수 있다. 이 시기를 20대에 보내느냐, 혹은 그 이후에 보내느냐는 체력적, 경제적인 부담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연구에 임상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면 그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께 연락해서 물어보시길 바란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함께 고민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당시 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가칭 ‘뇌졸중 한의약 전문 재활클리닉’을 만들어보고싶다고 했는데, 이 목표는 여전한가.

벌써 8년이나 지났다. 당시 한창 뇌졸중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허혈성 뇌손상 후 기능회복을 촉진하는 약물을 스크리닝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뇌졸중은 한방치료 수요와 만족도가 높은 질환이다. 잘 기획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에 여전히 하면 좋겠다 싶은 일인데, 나는 기초연구자의 길로 진로를 확정 지어서 이 일을 하려면 함께할 임상 한의사 선생님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동안 내가 중점적으로 수행한 연구분야는 한의학 기반 치료소재 발굴과 작용기전 규명이며, 더불어 한의약 산업화에 필요한 한약 품질표준화, 독성연구, 임상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앞으로도 비슷한 연구를 수행할 것 같다. 그리고 작년에 두 개의 국가과제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한의학 이론에 기반한 전립선비대증 치료 후보물질 발굴 및 기전규명’ 연구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과제로 선정되어 연구책임자로서 4년간 지원받게 되었고, ‘심혈관질환 치료제-한약제제 약물상호작용 및 뇌졸중 한·양약 병용투여 지침 개발 연구’를 실무책임자로서 4년 5개월간 수행하게 되었다. 당분간은 이 두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겅디 2021-07-02 15:42:55
좋은 임상의와 만나셔서 뇌졸중 정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