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9> - 『濟世堂文先生硏究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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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9> - 『濟世堂文先生硏究方』①
  • 승인 2021.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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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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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慶尙九郡 명성새긴 永世不忘碑

  일제강점기 부산을 비롯해 경상남도 일대 여러 지역을 무대로 인술제세의 의명을 떨친 의약인물 가운데 文基洪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고려조 충신 三憂堂 文益漸(1329~1398)의 후예로 본관은 남평, 호를 제세당이라 했고 1914년 의생이 되었는데, ‘官許 醫生 /鍼術士 /製藥士 /藥種商 文基洪 著述 濟世寶鑑’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보아 각종 관련 면허와 자격을 취득하여 동시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제세당문선생연구방』

  평생에 걸친 의약경험을 담아 펴낸 대표작 『제세보감』이외에도 유림의 일원으로서 『大東名賢綱倫錄』같은 책을 직접 펴내기도 하였다. 『제세보감』에는 특이하게 그의 평생에 걸친 인술제세의 업적을 칭송하는 비문과 師承전수 관계를 밝혀주는 불망비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비문을 그려놓은 도면의 상단에는 ‘濟世堂文先生硏究方’이란 이서명이 드러나 있다. 이에 여기서는 특별히 그의 의학연구를 조명해 보려는 취지에서 이 명칭을 표제서명으로 삼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목판본으로 처음 간행되었으나 소장처가 드물어 널리 배포되지 못한 듯하다. 초간본은 울산의 제세당약방에서 발행한 것으로 보아 제자들과 후손들이 비용을 추렴하여 자비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三木榮의『조선의서지』나 김두종『한국의학사』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한국의학대계』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광복 이후 행림서원에서 다시 본문을 正寫하여 석판으로 발행한 판본이 보급되면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판본은 1966년 행림서원에서 선장으로 제책한 석인본을 대본으로 삼았는데, 본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서 진즉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한 『濟世寶鑑』편을 참조해도 좋으리라.(346회 頌德碑에 기록된 仁術遍歷, 2007.7.30일자.) 다만 소개한 지도 10여년이 흘렀고 당시 미처 못다 한 얘기를 좀 더 풀어볼까 하는 욕심에서 한 번 더 지면을 보태기로 작정했으니 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저자에 대해서는 이미 김남일과 황연규 등이 활약상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일제치하 영년의생으로 활동하다가 1934년 면허를 반납한 기록이 관보에 기재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책이 출간된 뒤로 유명을 달리하였거나 더 이상 활동이 어렵게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추후 가계조사를 통해 심도 깊은 인물탐구가 필요하다.

  불망비의 외관을 그리고 비문을 적어놓은 碑記에는 ‘濟世堂碑石謄寫圖’란 제목이 붙어 있는데, 정면에 ‘濟世堂文先生基洪永世不忘碑’라 하였고 碑銘 좌우로 찬시가 새겨져 있다. 이 송덕시는 함안 사람 조성덕이 지은 것인데 이에 의하면, “江城君作, 生無其凍, 濟世堂出, 死無其橫, 是祖是孫, 前後吾東, … 一片貞氓, 可語千星.”이라 적혀 있다.

  즉 문기홍의 선조인 고려 때 충신 문익점이 원나라로부터 목면을 들여와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조선 땅에 제세당 문기홍 선생이 난 덕분에 몹쓸 병에 걸려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없어지게 되었다며, 우리 동방이 천년을 두고 기릴 만하다고 칭송한 것이다.

  측면 陰記에는 문하생으로 김정호, 유공진, 김수경, 이우성, 김수량, 이용수, 김용택, 이원필, 김만천, 김정래, 김실근, 한정호 등 열두 명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行略 뒤편에 덧붙인 小識에도 제자들이 모두 함께 연명으로 기록한 門生 명단이 붙어 있다. 그런데 비문과 비교해 오직 김만천의 이름만이 빠져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다.

  이어 곁에는 ‘慶尙九郡濟世堂竪碑處及碑文’이라는 표제 아래 포항을 비롯해 여러 곳에 세워진 송덕비와 비문이 차례로 기재되어 있다. 송덕비 수립처로 거명된 곳을 열거해 보면, 포항읍, 감포항, 경주석굴암, 울산읍, 언양면, 양산통도사, 동래좌수영, 마산봉화령, 칠원 귀산 등 9곳에 이르는데, 부산과 울산을 주무대로 경남 일원에 걸쳐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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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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