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토레토의 바비큐 파티에 참여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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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토레토의 바비큐 파티에 참여하고 싶다면
  • 승인 2021.07.0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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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감독: 저스틴 린출연: 빈 디젤, 존 시나, 미셸 로드리게즈, 타이리스 깁슨, 루다크리스, 조다나 브루스터, 나탈리 엠마뉴엘, 성 강
감독: 저스틴 린
출연: 빈 디젤, 존 시나, 미셸 로드리게즈, 타이리스 깁슨, 루다크리스, 조다나 브루스터, 나탈리 엠마뉴엘, 성 강

 

흔히 어떤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라고 표현할 때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다. 줄거리, 메세지, 영상미, 음악, 개성 등등. 나는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를 중요한 판단지표로 생각한다. 무언가 확실하게 훌륭한 요소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어느정도의 다른 문제점은 과감히 무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범죄로 타락한 도시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죄수의 딜레마’와 ‘트롤리 전차’를 연상시키는 철학적 고뇌를 담았다면 히어로라고 보기 힘든 엉성한 액션씬은 눈감아 줄 수 있다. 이명을 겪는 청년이 음악을 하루종일 듣고 다니면 이명이 괜찮아지는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사랑에 빠져서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녀가 목숨을 걸고 사랑의 도피를 할 수 있는지 미심쩍기는 하지만 그 덕에 엔진과 총소리가 난무하는 자동차액션씬에서 퀸(Queen)의 ‘브라이튼 록(Briton Rock)’이 흘러나오는 것은 쾌감을 선사한다면 그런 현실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만약 그 장면에서 성시경의 ‘희재’가 흘러나온다면 당장이라도 영화관을 뛰쳐나올테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나름대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성이나 인물의 감정변화에 대한 깊은 고찰은 관심이 없지만 아무튼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서 무언가를 계속 화려하고 참신하게 때려부시겠다는 의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분노의 질주’, ‘패스트&퓨리어스2’ 그리고 스핀오프인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 무렵만 해도 이 영화는 단순한 레이싱 마초 영화에 가까웠다. 그러나 영화의 세계관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는 변했다.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 등장하는 전 세계를 위험의 도가니로 몰아갈 최악의 악당은 바로 8편의 메인 시리즈와 2편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찍는 동안 언급한 번 나온 적 없던 도미닉 토레토의 남동생이고, 그를 막을 수 있는 영웅이 바로 도미닉 토레토라는 설정은 무시무시하다. 원래 전과가 있지만 근육이 멋있는 베스트드라이버 정도였던 도미닉 토레토가 사실은 거의 음지의 세계 대통령급으로 영향력있는 인사였다니. 그의 영향력에 감화되어 말 한마디면 오케이하는 인재들의 수준은 일론 머스크가 우주선을 쏘아올리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과 금액이 쓸데없는 노력으로 보이게 하는 지경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 분노의 질주는 흥행했다. 폭탄이 실려있던 자동차에 타서 죽은 줄 알았던 ‘한’이 어떻게 살아돌아왔는지는 중요치 않다. 알고보니 그 차에 타고 있지 않았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더라도 아무튼 살아돌아와서 토레토 패밀리의 찐한 동료애를 느끼면서 도로 위를 찐하게 달리는것이 중요하다. 히스패닉으로 추정되는 토레토 가문에서 왜 제이콥 토레토는 백인인지에 얽힌 이야기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건 근육질의 빈 디젤과 존 시나가 자동차로 절벽을 뛰어넘다가 비행기로 날아가버리고, 총질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편이 전편에 비해서 가장 뛰어나고 발전된 영화인지는 잠시 고민이 필요하다. 토레토를 중심으로 한 뜨거운 우정과 가족애는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요소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가족들과의 순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다. 웹툰 '부기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런 것 할 시간에 총이라도 한 번 더" 쓰거나 차라도 한 대 더 부숴야 한다. 거대 자석을 활용한 액션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한 번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대단한' 액션으로 가득 찬 영화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질주가 벌써 10편과 11편 제작까지 계획한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팬심'과 '정'의 무서움을 잘 안다. 그렇기에 그 어떤 허술한 이유를 대면서 죽었던 동료를 다시 맞이해도 그저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는 것이 최선임을 안다. 부득이하게 여정에 함께할 수 없지만 아이를 보며 그 자리에 남아있는 옛 동료를 기다리는 법을 안다. 그렇기에 팬들은 그저 다음편에도, 그 다음편에도 기꺼이 영화관에 착석하게 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만약 토레토와 함께 시원한 드라이브를 하며 바비큐 파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큰 고민 없이 분노의 질주를 마지막까지 함께하길 바란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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