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춤추지 않을 이유를 찾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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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춤추지 않을 이유를 찾지 마세요
  • 승인 2021.07.0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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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애

김린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뇌는 춤추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서 상상해볼 때가 있다. 고지식하겠다, 말이 많을 거 같다, 친해지고 싶다, 멀찍이서 보고 싶다 같은 상상들. 이 책은 저자들의 춤 사랑 냄새가 풀풀 난다. 신경과학전문가인 저자 중 한 명은 전직 전문무용가였고, 다른 한 명은 좋은 의사와 스윙댄스의 도움으로 삶의 기쁨과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아내는 나와 춤을 추려 하지 않는다. 이 책으로 아내를 설득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제랄지 목적이랄지가 바로 이 서문의 문장에 있다.

 장동선‧줄리아 F. 크리스텐슨 지음,
염정용 옮김, 아르테 출간

왜 이 사람들은 춤이 추고 싶을까? 이 질문은 좋은 질문이 아닌 것 같다. 춤을 추는 쪽이 오히려 본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기들은 리듬이 있으면 몸을 움직인다. 성인도 마찬가지이다. 움직임 센서를 활용한 연구에서 브레이크 곡을 들려줄 때 완벽히 얌전히 앉아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왜 춤을 추지 않게 될까? 사춘기가 되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며, 누구에게서나 주목받고 평가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남들이 자신을 실제보다 더 가혹하게 평가하고 비난한다는 믿음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춤을 춘다.

그렇게 춤을 추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춤을 통해 우리는 감정과 생각을 우리의 뇌와 주변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기분이 좋은 표정이나 동작을 하면 뇌에 기분이 좋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뇌는 이에 해당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렇게 감정을 “느껴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옮겨갈 수 있다.

또 춤은 추고 있는 본인뿐 아니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뇌에도 다양한 신호를 전달한다. 우선 동작 자체가 일종의 언어처럼 감정을 전달한다. 몸의 움직임만 전달하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춤추는 이들의 감정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마카레나> 춤을 똑같이 추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실험, 다른 문화권(인도인과 미국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춤추는 이들이 표현하는 정서를 잘 구분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춤은 정서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정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춤을 지켜볼 때, 우리의 뇌는 마치 자신이 직접 춤을 출 때와 비슷한 활성을 보인다. 이는 MRI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볼 뿐 아니라 리듬을 타고 동시에 같은 동작으로 교류를 하면 각 사람의 뇌는 동기화 되며 강력한 공감, 말 그대로 공통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운동경기를 보면서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할 때 느끼는, 튀는 전류와도 같은 감각이 춤을 함께 추는 참여자들에게 공유되면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준다.

춤은 건강에 좋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것이 한둘인가, 당연히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순환기를 강화하며 지구력과 면역력이 좋아진다. 척추와 관절로 가는 영양과 윤활액이 증가하니 회복도 빨라진다. 하지만 춤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운동과는 다른 방식이 있다. 춤의 동작들은 일상적이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뒤로 걷고 골반을 벌린다. 가슴을 한껏 내밀고 팔을 들어 올린다. 이런 평소에 하지 않는 동작들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유연성을 강화한다.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할 때 얻는 집중력의 강화가 여기에 더해진다.

춤의 다양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동작들은 신체뿐 아니라 기억력과 정신을 자극하여 신경의 노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춤은 자신의 몸을 인지하는 “내수용기 감각” 능력을 높인다. 이 감각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고 관리하는데 활용될 수 있지만, 불안감에 시달리는 환자는 이 내수용기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해진다. 환자는 자신의 몸과 관련된 사항들, 심박을 느끼고, 배의 가스를 느끼고 통증을 세밀하게 느끼게 되고 이는 다시 불안을 가속화시킨다. 춤은 이 부적절하게 과도해진 감각에서 벗어나 통제감을 되돌리도록 돕는다.

읽어가면서 작가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읽는 중간중간 춤에 관한 경험도 떠올리고, 책에서 설명하는 춤을 찾아보기도 하며 즐겁게 읽게 된다. 하지만 어떤 얘기를 들었는가 정리해보려 하면 난감하다. 정보의 양이 많고 흥이 그 이상으로 많아서 그런가 정돈이 잘 된 글이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춤이나 신경과학, 심리학에 대해 정보를 체계적으로 얻기에 좋은 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각과 춤에 대한 즐거움을 전해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김린애 / 상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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