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 버려진 역사책 읽으며 전 세계 80여 나라 여행했다”
상태바
“게스트하우스에 버려진 역사책 읽으며 전 세계 80여 나라 여행했다”
  • 승인 2021.06.17 0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14) 민정욱 공덕인과한의원장

역사책 속 현장 방문하는 문화유적 탐방에 흥미…‘실존’ 주제로 한 책에 관심많아

인생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약징’-‘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등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한국을 떠나 방문했던 나라만 70, 80개국에 아시아, 유럽부터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안 밟아본 대륙이 없다는 민정욱 공덕인과한의원장.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며 돌아다니던 그의 곁에는 항상 책이 존재했다.

민 원장은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서적의 도움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가 여행을 다니던 2010년 무렵은 스마트폰이 이제 막 출시되던 초창기였기에 돌아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기 힘들었고, 그래서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가이드북 시리즈 ‘론리 플래닛’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경험한 특별한 책 공유 시스템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이는 “여행을 다니면서 게스트하우스에 많이 머물렀는데, 그곳에 가면 전에 방을 이용했던 여행객들이 책을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자연스레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며 “그래서 다른 여행객이 두고 간 페이퍼백을 주워서 읽다가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다시 버리는 식의 일종의 공유시스템이 있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 여행지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역사책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여행을 다닐 때 도시보다는 문화유적을 선호하는데, 역사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나온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행지에서도 책과 함께했다고 하는 민 원장은 의외로 자신이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부터라고 했다. 민 원장은 “어머니가 국어교사여서 집에는 책이 정말 많았다. 책이 가득 있는 서재가 따로 있을 정도였고, 형도 책을 좋아했지만 정작 나는 책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며 “그러나 고등학교 때 사귄 친구의 영향으로 문학소설부터 시작해 차츰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 대학시절에는 역사서나 문학을 많이 읽었고, 최근에는 경제나 회계 서적을 많이 읽는다고 했다.

그러한 다양한 책 중에서도 민 원장의 독서의 핵심을 가르는 주제는 ‘실존’이었다. 실존이나 자존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는 그는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즐겨 읽었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역시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 조정래의 ‘아리랑’과 ‘태백산맥’, 표트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등을 언급했다.

민 원장은 자신의 인생의 책으로 ‘정의란 무엇인가’, ‘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근골격계의 기능해부 및 운동학)’, ‘약징’, ‘중경방임상강좌’ 등을 언급했다.

정의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 마이클 샌델의 대표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해 민 원장은 “기존의 정의관에서 벗어나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라며 “이전까지는 절차적인 정의를 중요시했는데, 사실 우리가 정의롭다고 생각한 것이 절차적인 것을 준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우연일 수 있고, 그래서 정의롭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근골격계의 기능해부 및 운동학)'은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해부학자 겸 운동역학자인 도널드 뉴만이 관절과 근육의 운동학적 원리를 650개가 넘는 삽화와 함께 소개한 책으로, 흔히‘뉴만 kinesiology’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민 원장은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종종 참고하는 책이다. 환자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기본서”라고 말했다.

‘약징(藥徵)’은 일본 에도시대에 활동한 의학자 요시마스 토도(길익동동)의 마지막 저서로, 기존 본초서의 틀에서 벗어난 저자의 질병관, 치료관, 약물관, 의사관, 의학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민 원장은“한의학에 대한 시선을 바꿔준 책”이라며 “관념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한의학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최용선의 ‘중경방임상강좌’에 대해 “약징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보여준 책이다. 흔히 한의학에서 몸이 찬 상태를‘냉(冷)하다’고 표현하고, 몸이 허약한 상태를 ‘허(虛)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사실 현대인은 과거의 사람들과 생활습관 등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몸이 찬 것이 ‘냉’한 상태가 아닐 수 있고, 몸이 ‘허’한 것이 사실은 ‘실(實)’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한의사들의 개념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