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7> - 『漢醫學의批判과解說』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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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7> - 『漢醫學의批判과解說』② 
  • 승인 2021.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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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아직도 진행중? 동서의학 是非論

  1913년 일본총독부에서 발포한 의생규칙에 의거하여, 전통의학에 종사하던 의원들은 한지의생 신분으로 격하되어 겨우 명맥만 이어나가게 되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인 의사들이 의료계의 패권을 장악하자 점차 의료일선에서 밀려나 퇴색이 완연해진 상황이 되었다. 1930년대 중반이 되자 한의계는 의료인의 수에 있어서도 축소일로에 놓였으며, 1940년을 고비로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의생제도마저 폐지할 거라는 소문에 온통 절박한 위기감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 『한의학의비판과해설』
 ◇ 『한의학의비판과해설』

  다행이도 전통의학에 우호적인 인사들에 의해 ‘한방의학 부흥책’이란 논점이 제기됨으로써 전통한의의 존치와 발전책을 사회적 관심사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논의의 시작은 양의사인 張基茂로부터 제기되었다. 그는 관립의학교 출신으로 의학교 교관과 군의관을 지냈고 1908년 최초의 의사단체인 한국의사연구회 창립멤버였다. 또한 그는 식민지 조선의료계의 대변지 역할을 했던『중외의약신보』에 많은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1915년 한성의사회 창립 발기인을 지냈다.

  1934년 2.16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장기무의 기고문에 의하면, 한의계를 이끌어나갈 학술연구기관의 설립, 강연이나 토론회를 통한 공개발표회를 가질 것, 한의학용어사전을 만들어 고전을 번역하고 교재로 사용할 것, 그리고 용어를 현대적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비영리 연구소를 설립해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한성 부립병원에서 한방진료를 시행하며, 연구소 부설강습소나 교육기관을 설립해 후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한의계 공론의 장을 펼칠 수 있는 학술잡지의 지면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은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개원의로 있던 鄭槿陽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의 반박논리를 요약하자면, 곧 서구문명 도입 이래 자연과학이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 보편타당하고 유일한 진리이므로 오직 하나의 의학일 뿐, 동서의술을 가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방부흥운동에 반대하며, 좋은 치료법이나 명약이 있다면 과학적으로 연구해 보완하면 된다는 주장이며, 오로지 한약의 유효성분 분석이나 생약연구만 그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두 사람 모두 양의학을 전공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동서 대립적인 시각이나 주장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논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3번째 주자로 나선 인물은 경성약학전문학교 출신으로 훗날 다산의 경학사상과 동무 이제마의 사상의학설을 改新儒學이라는 관점에서 철학적으로 분석하여 사상의학을 널리 전파하는데 기여했던 李乙浩(1910~1998)이다.

  앞의 두 글과 같은 지면인 조선일보 연재에서, 그는 한방의학 부흥운동의 목적은 고래의 동양의학으로 돌아가자는데 있다고 파격적인 주장을 내민다. 이는 은연중 서양의학이 완전치 않으며, 신빙성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강공을 펼친다. 또한 동양의학 부흥의 논의는 근본적 특이성에 원칙을 두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어설픈 절충은 서양의학과의 부자연스런 야합에 불과할 것이라고 통박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조선의 의사들이 의학 하나만을 배워 市井에 나가 근시안적인 배금주의자가 되기 전에 모름지기 인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하며 물질만능의 상업주의에 빠져 세속화된 의료계와 의사집단을 질타했다. 또 종으로 동서의학의 역사 발전과정도 비교 고찰하고 횡으로는 두 의학의 내적 가치를 검토하여 우열을 밝히는 진지한 학문의 장이 열려야 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상반된 주장으로 격론을 벌인 끝에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절충적인 입장을 낼 법한데, 의외로 양측 주장의 허점을 모두 통박하면서 원론적인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본격적인 논전이 펼쳐지게 된 셈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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