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이웃집 아저씨도 밟으면 꿈틀한다
상태바
[영화읽기] 이웃집 아저씨도 밟으면 꿈틀한다
  • 승인 2021.06.11 0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노바디
감독 : 일리야 나이슐러출연 : 밥 오덴커크, 코니 닐슨, 크리스토퍼 로이드
감독 : 일리야 나이슐러
출연 : 밥 오덴커크, 코니 닐슨, 크리스토퍼 로이드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라는 말이 있다. 즉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끝까지 참아 나가면 무슨 일이든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뜻을 가진 말로써 여러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되는 세상에서 인내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매일 폭발하면서 산다면 평화라는 단어는 사전에만 나오는 것이 될 수 있으니 무조건 참지 말고, 불합리한 것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사는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폭발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심정을 최근 영화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한 가정의 가장 허치(밥 오덴커크)는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코니 닐슨)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고, 결국 그동안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특수부대 출신의 정예요원이었다는 <아저씨>의 미국판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노바디>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던 한 남자가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자 순간적으로 폭발하며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주인공도 알고 보니 무시무시한 전적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것을 가족들에게도 숨기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평범하게 생긴 주인공이기에 영화에 대한 흥미가 더욱 더 높은 것처럼 <노바디>는 항상 참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듯이 영화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맘껏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이런 삶이 그리웠다’는 그의 아버지의 대사처럼 항상 숨죽이며 일상에 순응해서 살아야만 했던 이들에게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그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 방에 확 날려주고 있다.

물론 이야기 구성과 이음새면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빠른 템포의 편집과 음악, 현란한 액션들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으며, 91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도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안 그래도 답답한 현실 속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는 요즘, 내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시원한 액션의 맛을 느끼면 좋을 것 같다. 단, 영화는 영화일 뿐임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엔딩 크레딧 중간 부분에 쿠키 영상이 있으니 놓치지 않길 바라며 점차 더워지는 날씨 속에 잠시나마 유쾌하고 통쾌한 액션의 향연을 즐기고 싶다면 꼭 감상하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