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5> - 『疹方要覽』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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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5> - 『疹方要覽』②  
  • 승인 2021.06.0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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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天地玄黃, 천자문으로 푸는 돌림병

 지난 호에 기술한 내용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었겠지만, 이 진역방서는 주로 茶山 丁若鏞 지은 『마과회통』을 祖本으로 삼아 감별증상과 치료법을 중심으로 필요한 부분만을 요약한 내용을 수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두 의서 사이에 동일한 부분과 차이점을 찾아 비교해서 살펴보는 방식으로 얘기를 풀어보기로 한다.

◇ 『진방요람』
◇ 『진방요람』

  먼저 크게 보았을 때, 이 책은 原證편, 因證편, 辨似편, 資異편, 我俗편, 吾見편, 合劑편 등 7편으로 구성된 『마과회통』전서에서 병명을 비롯해 마진의 원인과 증상을 논한 원증편을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이어 因證篇에서도 앞부분에 있는 한증, 혈증, 갈증, 식증 4항을 빼고 咳喘으로부터 취사선택하여 편집한 것이 가장 특징적인 면이다.

  또 인증편 안에서도 복통과 번조, 섬어, 광란, 경축 등은 별도 분류 없이 구토에 취합되어 있다. 아울러 대변에 주 증상을 보이는 설사와 이질도 항목 하나로 합해 다루었다. 아마도 이 책을 편집한 이는 다소 개념적인 질병규정이나 이미 잘 알려진 임상증상을 나열하는 것은 번쇄하고 긴요하지 않다고 느껴, 방역 일선에서 활약하는 의원들에게 좀 더 실용적이고 정확한 지식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어 유사질환과의 감별진단이나 특이증후 치료법을 다룬 辨似篇은 따로 두지 않고 거의 축소하였으며, 단지 斑疹總論만을 남겨둔 채 인증편의 말미에 붙여서 수록하였다. 나머지 자이편, 아속편, 고이편, 오견편 등은 모두 과감하게 생략해 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전반적인 면에서 이 책의 체제를 분석해 보자면,『마과회통』의 전체 내용 가운데 인증편에 수록된 주요 임상증후와 합제편에 실려 있는 마진 치료처방 부분만을 위주로 집중해서 수록해 놓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책의 특징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마과회통』에서 개설에 해당하는 의론이나 원론적인 내용, 그리고 마진이 아닌 두창 치료에 대한 내용은 모두 골라내 버리고 오로지 마진의 임상증상에 관한 실증적인 의론과 함께 합제편에 실린 마진 치료방만을 전격적으로 압축해서 기술한 것으로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이 책은『마과회통』을 저본으로 주요 내용을 취사선택하여 편집한 2차 저작 문헌으로 판정할 수 있겠다. 체제 면에 있어서, 건곤 2책으로 구성한 이 책 안에서 상편에는 임상에 적절한 실질적인 증후론만을 편집해 배치하였고 하편에서는 처방편을 집중적으로 편배해 다룬 것이 한눈에 보이는 특징이라 하겠다.

  그래서 상편에는 부제로 ‘諸名醫家經驗神方症論’이라한 것에 비해서, 하편에는 ‘諸名醫家經驗神方處方’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바꿔 말하자면 상권이 역대명의들의 병증론을 취합하여 논의한 것이라면, 하권은 역대명의들이 남긴 마진치료방들을 모아서 비교해 실은 셈이다.

  그래서 하편의 처방편에서는 내용 구성상 독특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첫머리의 승마갈근탕조에서는 먼저 기본처방의 구성을 제시해 놓았고 이어 龔廷賢의 저술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龔方’이라 적고 가미약재와 분량이 서로 다른 처방을 적어 놓았다.

  또 그 아래 ‘馬氏云’이라 하여 이 처방을 쓸 때, 주의해야 할 감별증상의 특점을 기재하였다. 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翟氏曰, 張氏曰’ 등으로 구별하여 서로 다른 명의들의 견해를 서로 비교하거나 참고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모본의 특성을 이어받아 잘 살린 것이다.

  특별히 처방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변화로 『마과회통』 합제편에서 10간, 12지, 28수명 순으로 처방의 차례를 정해 분류 배치한 것에 비해, 이 책에서는 『千字文』수록 순으로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재편한 것이 편집상 가장 눈에 띠는 큰 대별점이라 할 수 있다. 天地玄黃, 宇宙鴻荒으로부터 都邑華夏, 東西二京까지 416방을 수록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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