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은 연구가 많이 되었는데, 뜸은 온열효과 외에 특별한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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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연구가 많이 되었는데, 뜸은 온열효과 외에 특별한 것이 있나요?
  • 승인 2021.05.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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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본 기고문에서는 국내외 임상 진료 시 환자들이 자주 물어왔던 질문 중, 답변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이개국어’ 및 ‘이개의어’로 정리해서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대적 언어로 한의학의 내용을 소통할 수 있는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여 한의학이 다른 학문과도 함께 나아가서 세계 의학의 발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이개의어: 글로벌시대에 영어와 모국어 이개국어가 필수가 된 것처럼, 현시대의 한의사가 사용해야 하는 현대과학 기반 언어와 한의학 언어 두 가지를 의미

 

Q. 침은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고, 치료 효과와 관련해서 뉴스도 많이 봤는데, 뜸은 그냥 민간요법 아닌가요? 뜸이 온열효과 외에 특이한 것이 있나요? 그리고 전자뜸도 쑥뜸만큼 효과가 있나요?

A. 뜸은 침, 그리고 한약과 함께 수천 년 간 사용되어 온 한의학의 핵심 치료 도구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도 한의사의 67%가 단독치료 혹은 병행치료로 뜸을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1,2] 안타깝게도 침만큼 국내외 연구자들의 관심과 매스컴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솔직히 한의사가 뜸 뜨는 것을 보면 워낙 간단해 보이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할 수는 없는 것인지, 굳이 쑥을 써야 하는 건지, 그냥 따뜻하게 찜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①침과 뜸은 엄연히 다른 치료법입니다. 바늘을 이용해서 혈자리를 찌르고 자극하는 침과는 달리 뜸은 쑥을 체표의 穴位상에 놓고 불에 태워서 그 열기를 몸에 직접 전달하거나, 연기를 쐬어서 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②열을 肌膚에 투입시키는 치료 방법입니다. 한의학 원서를 보면 마르기 전의 쑥은 성질이 따뜻하지만 마르면 마를수록 뜨거워진다고 되어 있고, 이러한 뜨거운 성질이 ③溫經散寒, 通經絡, 扶陽固脫하는 작용이 있어서 몸이 허하고 차가운 질환, 즉 허한증(虛寒證)에 쓴다고 되어 있습니다.[3] 이렇듯 한의학에는 ‘일침이구삼약 (一鍼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의 정확한 해석에는 의견이 조금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➃질병의 초기에는 침을 사용하고, 질병이 오래되어 주리 및 경맥으로 깊이 들어가면 뜸을, 비위 및 오장육부까지 들어가게 되면 한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원서에는 침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뜸을 뜬다고 언급해 놓은 것을 보면 침과 뜸은 치료 적응증이 엄연히 다른데,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현대적 언어 및 논리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기전을 살펴보면, 침은 바늘을 이용해서 피부를 뚫고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국소적으로는 혈액순환 촉진과 근육이완을 유도하고, 분절적, 전신적으로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하여 전신의 치료 효과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➊뜸은 침처럼 직접 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고, 쑥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열기 및 복합적인 요소들이 혈자리에 있는 온각 수용기와 다양상 유해수용기를 자극하여 침과는 다른 체내 변화를 유발합니다.[4]

뜸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실제로 열 측정기기를 피부에 심어놓고 온도의 변화 및 도달 깊이를 측정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➋뜸의 열기는 단순히 피부 표면만 달구는 것이 아니라 피부 아래 더 깊숙한 부위까지 데워주고, 이는 0.8 – 5.6µm 사이의 근적외선과 비슷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작용입니다. 애주구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치료 방식도 오히려 온도가 오르고 내리면서 감각 신경이 지속적으로 자극에 대해 반응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렇듯, 단순 온열작용을 가진 핫팩과 뜸 치료는 조금 다르며, 신체에 가장 활발하고 유익한 변화를 유발하는 온도가 42-45℃ 사이라고 알려져 있는 가운데 쑥뜸이 심부 온도를 45℃ 전후로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뜸이 수 천 년 간 치료 도구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지난 50년간 발표된 중국 논문들을 봤을 때, 총 364가지의 질환이 뜸 치료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➌가장 많이 연구된 질환에는 설사, 장염, 요실금, 월경통, 슬관절염, 천식 등이 있었고, 분석해 보면 대개 급성 열성 질환들이 아닌, 과사용 및 퇴화로 인한 질환(虛) 그리고 상대적으로 혈액순환이 떨어지면서(寒)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 만성질환, 면역력 저하 질환들이 많았습니다.[4-6] 뜸이 피부에 닿는 국소부위는 혈관이 수축하지만 오히려 그 주변부의 혈관은 확장되면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열충격단백물질(heat shock protein)이 분비되고 면역세포의 기능이 활발해 집니다.

이외에도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대조군, 침 치료군, 뜸 치료군으로 나누어 치료를 했더니 침 치료를 받은 군과 뜸 치료를 받은 군이 둘 다 피로 수치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❹침 치료는 조금 더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던 반면 뜸 치료는 피로를 침보다는 더 많이 개선시키고, 장기적 치료 효과도 훨씬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작용은 미주신경을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사료됩니다.[7]

이러한 뜸의 여러 가지 효능을 연구하기 위해 최근에는 온열 및 적외선 효과에 집중하여 LSTS (local somatothermal stimulation)효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 되었습니다. LSTS 효과는 다양한 질환군, 다양한 동물모델에서 탐구 되었는데 몸의 한 부위에 집중적인 뜸 치료를 오랫동안 하는 것이 몸 전체를 찜질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자극을 하는 혈위에 따라 유도되는 신체 기능적 변화도 달라서 혈위 차이로 인해 생기는 특이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뜸은 시술하기 안전한 혈자리와 그렇지 않은 혈자리에 대한 공부를 훨씬 많이 한 한의사에게 받는 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할 것입니다.

요즘 한의원에서 많이 쓰는 전자뜸은 뜸의 여러 요인 중에서 특히 온열 및 적외선 효과를 살리고, 쑥연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단점과 화상까지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린 제품입니다. 아직 쑥의 다양한 치료 효과에 대해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외면되고 있는 뜸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나 슬관절염 환자들을 나누어서 전자뜸 혹은 간접구로 치료를 하게 했더니 전자뜸을 이용해서 치료한 환자분들의 통증 감소가 전통적인 간접구를 이용해서 치료받은 분들과 비슷하면서 부작용은 그만큼 적었다고 합니다.[8] 아직 전자뜸에 대한 연구는 진행중이지만, 몇몇 질환에 있어서는 충분히 간접구 대신 써도 효과가 있고 안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1. Han CH, Shin MS, Shin SH, et al. An in-depth interview for use of moxibustion therapy in Korea. Korean J Acupunct 2008;25(1):85-97.

2. Han CH, Shin MS, Shin SH, et al. Telephone survey for grasping clinical actual state of moxibuation therapeutics in Korea. Korean J Acupunct 2007;24:17-31.

3. 『침구학』침구경혈학교실, 집문당, 1988.

4. Deng H, Shen X. The mechanism of moxibustion: ancient theory and modern research.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3;2013:379291.

5. Chiu JH. How does moxibustion possibly work?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3;2013:198584.

6. Kim SY, Chae Y, Lee SM, Lee H, Park HJ. The effectiveness of moxibustion: an overview during 10 years.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1;2011:306515.

7. Shu Q, Wang H, Litscher D, et al. Acupuncture and moxibustion have different effects on fatigue by regulating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a pilot controlled clinical trial. Sci Rep, 2016;6:37846.

8. Kang HR, Lee YS, Kim SH, Sung WS, Jung CY, Cho HS, Lee SD, Kim KH, Kim EJ. Effectiveness and safety of electrical moxibustion for knee osteoarthritis: A multicenter, randomized, assessor-blinded, parallel-group clinical trial. Complement Ther Med. 2020 Sep;53: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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