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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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의 시대
  • 승인 2021.05.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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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27

지천명
  불혹(不惑)의 40에는 오히려 유혹이 많았다. 그러니 불혹은 유혹에 휩쓸리지 말라는 경고 같다. 흔들리다가 결국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 시절을 거친 후에 지천명(知天命)이라는 50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이 보였다. 이 삶에서 내게 맡겨진 임무가 무엇인지 알았다. 60은 이순(耳順)이라고 한다. 이제는 내 신념이 확고해졌으므로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자유의지
  인류를 제외하고 생명체는 본능에 따라 생존하고 번식한다. 인류만이 본능에다 자유의지를 지녔다. 자유의지는 바로 욕심이다.  
  지구의 자연계 생물계는 먹이사슬에 의해 조직되어 있었다. 이 질서를 깨뜨린 것이 발전된 문명을 갖게 된 인류이다. 인류의 무차별적인 사냥에 의해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특정한 동물종들이 멸종되었고, 많은 동식물의 터전이 파괴되었다. 지구의 생태균형은 무너졌고 회복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단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토양과 해양, 거의 모든 동물의 체내로 침투했다. 이런 원인을 제공한 인류는 멀지 않은 장래에 무시무시한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구에서 인류가 섭취할 수 있는 모든 먹거리가 오염되는 상황이라면, 체질식을 하자고 외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체질의학이 현대 의료체계에서 비주류라는 처지보다 이런 환경적인 압박이 8체질의학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그래도 8체질의학에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체질침이다. 체질침이 오염에 노출된 인류를 구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나는 궁리하고 또 기록해야만 한다. 
  나는, 사람에게만 있는 자유의지는 본능을 다스리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본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된 후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개척하라는, 삶의 제2의 임무이자 명령이다.   

제2의 임무
  음악가는 연주를 화가는 그림을 작가는 글을 기술자는 기계를 법률가는 판단을 발명가는 창의를 회계사는 수지를 사업가는 경영을 몽상가는 상상을 철학자는 인생을 탐험가는 도전을 경기인은 나이스플레이를 학자는 연구를 방송인은 오락을 요리사는 맛을 마술사는 빠른손을 종교인은 반성을 활동가는 정성을 교섭가는 침착을.
  자기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일과 분야에 몰두하는 것이 삶의 제2의 임무이다. 재능과 일이 제대로 맞았을 때 당사자에게는 성과와 보람과 희열이 있고 그와 인연을 맺은 다른 사람에게는 편의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설혹 당대에 대중이 알아보거나 알아주지 못할 수는 있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말이다. 나도 늘 고흐를 떠올리면서 산다. 
  체질 속에 삶의 제2의 임무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다. 그런 재능은 체질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체질의 이치대로 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순리를 거스르려 할 때 억지와 편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본능을 제어하면서 가려먹을 수 있고, 체질의 이치대로 맞는 일을 찾아 하면서 살면 자연스레 욕심이 가라앉아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니 기본적으로 질병이 찾아올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일은 이렇게 단순명쾌하게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순진한 사람은 이용당하고 악인이 번창하며 선의를 가졌는데 화를 입기도 한다. 삶은 본디 아이러니하므로 사람들에게 종교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선천성 장애
  흔히 소아 선천성 질병이나 유전자이상 질환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다. 뇌성마비, 자폐증, 다운증후군, 소아 혈액암, 소아 당뇨 등을 들 수 있겠다. 나는 이런 질환들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장애의 범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천적인 장애는 ‘장부의 불균형’이라는 8체질의학의 병리로 설명하기 어렵고, 기존 동서의학의 이론으로도 치료법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출생이란 조건은 저마다 다양하게 다르다. 장애는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인식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장애는 차별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표준이나 평균은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정상적이란 절대적인 기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위와 같은 선천성 장애는 체질과 깊이 관계되어 있다고 믿는다. 

질병과 증상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의 이름은 1852년에 영국인들이 붙였는데, 영국의 측지학자 조지 에베레스트의 측량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전에 티베트어로 초모랑마라는 이름이 이미 유럽에 알려져 있었다. 네팔어로는 사가르마타이다. 중국에서는 티베트 발음을 따서 한문으로 珠穆朗瑪라고 쓴다.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다. 주요 등반루트는 17개가 있고, 그 주변에 부분적으로 개척한 4개의 변형루트가 있다고 한다.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도 크게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다르다. 그리고 동일한 질병이라도 사람의 여러 조건에 따라 나타내는 증상의 양태가 다양하다. 
  질병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하고, 사람이 질병에 져서 죽지 않는다면 그 질병을 겪어낸다. 그러면서 질병은 사람의 몸을 지나간다. 증상은 사람이 질병을 경험하면서 드러내는 것이다. 유명한 산악인도 종종 산에서 죽는다. 산악인이 산에서 죽지 않는다면 자신이 선택한 루트와 코스를 통해서 그 산을 경험하고 나오는 것이다. 모든 질병이 사람의 몸에 흔적을 남기듯이 산악인에게는 경력이 쌓이게 된다.  

서양의학
  백신의 발전은 신생아 및 영유아 사망률의 감소 등 예방의학적인 면에서 공헌했다. 마취술을 동반한 외과수술의 발달은 전쟁터에서 혹은 상해를 당한 사람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도왔다. 항생제의 개발로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수액제제는 전염병에 나타나는 탈수증으로부터 생명을 구했다. 이런 것들은 서양의학이 상대적으로 월등한 영역이다. 
  그런데 어두운 면도 많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무분별한 약물의 교차투여와 약물 부작용, 미용 목적을 좇는 외과술과 약물의 남용,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은 절제술의 성행 등인데, 서양의학은 근본적으로 대증요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레르기성 질환에 대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또한 백신이 전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지만, 영유아기에 접종하는 백신이 성장한 이후에 몸에 유해한 부하를 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의학자들 사이에 존재한다. 
  8체질의학에서 서양의학적인 진단명이 활용되는 것은, 전통한의학적인 변증이론보다는 질병에 대한 개념을 잡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8체질의학이 서양의학적 개념에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8체질의학은 동과 서 어느 쪽에도 기대지 않은 독창적인 의학체계인 것이다.  
  소변을 자주 보고, 잠을 자다가 소변을 보러 자주 깨고, 소변을 참기 힘들고, 소변이 나오기까지 준비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뇨가 원활하지 않고, 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없고 때로 중간에 끊기고, 끝난 것 같았는데 방심하면 흐르고, 소변을 본 후에도 상쾌하지 않고, 배뇨 시 통증이 있다면 이런 증상만으로 전립선염과 전립선비대증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둘은 다른 질병이다. 전립선염은 배뇨 시 요도의 통증이나 회음부의 불쾌감으로, 전립선비대증은 배뇨의 불편감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체질침 처방은 진단명보다는 주로 뚜렷하게 표출되는 증상을 따라 주방과 겸방을 선정하게 된다. 


  암을 기생체로 인체를 숙주로 보는 태도는 잘못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감염시킨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옮겨 간다. 그러나 암은 전염되지 않는다. 암종은 인체에 적합하지 않은 신생물이긴 하지만 그건 분명히 내 몸의 바탕에서, 어떤 기전에 따라 내 몸의 시스템이 스스로 생성한 것이다. 암종에게는 분명한 목적과 역할이 있다. 바로 몸을 죽음으로 이끄는 것이다. 즉 암은 생명체의 죽음이라는 자연의 질서 안에서 기능한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죽음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암은 변이로부터 시작한다고 추정한다. 변이란 정상적인 시스템의 오작동이다. 그리고 변이로 생성된 놈은 인체의 면역시스템으로부터 제거되지 않고 버티다가, 독자적인 혈관을 뻗으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인체를 죽인다.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인자는 아주 다양하다. 너무 다양하다.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의미다. 치료약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그 중에 유력한 치료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은가.  
  암은 일정한 단계에서 뚜렷한 징후를 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처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증상에 집중하는 8체질의학에서는 표적을 정하기가 어려워진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권도원 선생은 내원하는 암환자에게 서양의학적인 검사나 진단소견을 꼭 지참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암종의 발전단계에서 암세포가 우리 몸에서 커지고 세력이 확장되면 주변의 면역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암세포를 전파한다. 체질침으로 암에 대처해야 한다면, 암의 시발인 ‘세포의 변이’ 단계로 가서 시스템이 오작동 되는 기제를 먼저 탐구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암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인류에게 크게 대두되었다. 그것은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현재 서양의학이 암을 향해 가진 기본적인 태도는 정복이다. 인류가 태양계 행성을 향해서 탐사우주선을 쏘아 보내는 행위와 같다. 왜 다른 행성을 정복하고자 하는가. 지구가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할 것에 대한 대비일 것이다. 그건 전적으로 지구에 살았던 인류의 책임일 텐데 말이다. 암을 정복하려는 욕망을 파기해야 길이 보인다.
  몸에 남아 쌓인 질병의 흔적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 이 정보를 체질침 처방 구성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가. 특히 암에 관한 대처에서 처방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 이것이 향후 20년간 내가 궁리해야 할 과제이다. 처방 연구의 중요한 대상은 「기준 5단방」이다. 성과가 생기는 대로 그때그때 기록할 것이다. 기록이 바로 나의 사명이니 그렇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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