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기억 속을 헤메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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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기억 속을 헤메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
  • 승인 2021.05.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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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내일의 기억
감독 : 서유민출연 : 서예지, 김강우, 성혁
감독 : 서유민
출연 : 서예지, 김강우, 성혁

 

영화 한 편이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는 예전보다 관객을 만나는 것이 녹록치 않아 개봉까지 이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개봉일자가 잡히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출연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난 4월에 개봉한 <내일의 기억>은 개봉 직전 주연배우인 서예지의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본의 아닌 노이즈 마케팅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수진(서예지) 옆엔 자상한 남편 지훈(김강우)이 그녀를 세심하게 돌봐주고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 마주친 이웃들의 위험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자 수진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옛 직장 동료는 수진을 걱정하며 지훈에 대한 믿기 힘든 소리를 하고, 때마침 발견한 사진에서 사진 속 남편 자리엔 지훈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있다. 설상가상 수진은 알 수 없는 남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만약 서예지의 스캔들이 없었다면 <내일의 기억>은 신인 감독의 작품이자 주연 배우의 티켓 파워가 그리 센 편은 아닌 작품이기에 그저그런 영화로 묻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때맞춰 터진 사건으로 인해 관객들은 그녀가 주연을 맡은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 한 달 동안 3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필자 역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이었지만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있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병이나 사고 등으로 주인공의 기억이 조작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에서 비일비재한 소재여서 약간 식상할 수도 있지만 <내일의 기억>은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끝까지 봐야만 이야기의 퍼즐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칫 범인이 누구인가에만 초점을 맞춘 채 전체 맥락을 다 놓칠 수도 있는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이기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심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촘촘한 이야기 구성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며 영화적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김강우는 자신이 맡은 인물의 다양한 면을 매력적으로 연기하면서 연기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서예지는 기억을 잃고 혼돈 속에 살고 있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면서 영화 외적인 논란을 잠시 잊게 만들고 있다.

<덕혜옹주>와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의 작품에서 각본과 각색에 참여했던 서유민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내일의 기억>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돋보이는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주연배우의 스캔들로 인해 홍보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역으로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노이즈 마케팅의 사례로 남게 되었지만 오랜만에 반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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