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56> - 『東醫臨床處方集』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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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56> - 『東醫臨床處方集』①
  • 승인 2021.03.2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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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師弟合心으로 일궈낸 졸업기념작

 근현대 한의학교육사에 있어 결코 잊힐 수 없는 특별한 처방집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1963년 졸업을 앞둔 동양의약대학 제13기생들이 주도하여 당시 동양의약대학에 재직하던 여러 교수님들과 전국에서 명성을 날리던 임상명의들의 경험비전방을 수집하여 방대한 처방서를 꾸며 편찬위원회에서 공동명의로 발간한 것이다.

 ◇ 『동의임상처방집』
 ◇ 『동의임상처방집』

 먼저 서문에 드러난 기록을 통해 이 책의 발간 의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 現四學年生은 그간 三個星霜 內經, 仲景全書를 비롯하여 原典을 耽讀硏究하고 證治사상과 全人的 見地에서 부분을 관찰하고 음양한열허실을 바탕으로 치병하는 한의학의 正道를 줄기차게 탐구해 왔으나 불과 수개월 후에 졸업에 앞서 현교수진의 한방 전 부문에 걸친 상용처방을 수집함 …… (중간 생략).”

  또 이어지는 말에서 이 처방서를 펴내게 된 배경에 있어서 첫째, 학생들의 임상실습교재로서 둘째, 개업 후에 참고서적으로서 필요함을 느끼고 그 편찬에 착수하였다고 동기를 밝히고 있다. 바꿔 말해, 졸업학년에 이르러 곧 이어 졸업과 함께 임상진료에 임하게 되는 여러 졸업생의 입장에서 대학교수님과 임상가 선배들의 진료경험이 십분 녹아든 처방을 모아 공유하고자 했던 것이다.

  위와 같이 학생으로서 졸업과 향후 개원을 준비하는 임상처방집으로 기획하였기에 그 구성에 있어서도 보통 임상과별 분류나 질병별로 나눈 일반 처방서와는 체제가 사뭇 다르다. 간략히 살펴보자면 먼저 제1편에는 현 교수진의 애용방과 저명 한의사의 경험방을 수록함으로써 스승과 선배의 뒤를 따르는 예를 갖추었다.

  제2편은 동양의약대학의 창설자이자 皇室典醫를 지냈던 朴鎬豊학장의 처방전을 수록하였다. 여기에는 매우 극적인 후일담이 곁들여져 있다. 이 책을 발행할 당시 이미 고인이 된 지 수년이 지난 터라 직접 강의를 듣거나 지도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명의의 처방이라도 얻고자 백방으로 탐문하였으나 秘藏 潛影되어 오리무중으로 방황하던 중, 스승을 추모하는 一念이 헛되지 않아 부속한의원 서고 속에 死藏되어 있던 처방전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처방전을 金長憲교수 지도 아래 정리하여 수록하게 되었으니 일세를 풍미한 巨匠의 국보급 처방이 공개되었다며, 그 기쁨을 서문에 남겼다. 아울러 “우리는 맹목적으로 인용하지 말고 학구적인 입장에서 執證과 方解를 바로하고 처방구성의 奧義를 이해하고 …… 학장님의 임상강의를 靈得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제3편은 고혈압연구 학생서클에서 제공한 중풍치료 기본방을 비롯하여 13기생의 애용방 및 편집부에서 수집한 처방이라고 밝혔는데, 다시 말해서 졸업반 학생들이 연구하고 탐색한 처방인 셈이다. 이어 4편은 부속한의원 전부원장인 李完稙 선생의 처방이고 5편은 소아마비를 비롯해 난치병에 妙方百出했던 손석환 교수의 愛用手記와 임상카드를 편집부에서 분석 종합한 것이라 했다.

  또 6편에는 鄕藥을 상용하고 백병에 이진탕을 구사했던 韓世靖의 처방을 수록했으며, 이어 7편에는 順化병원 한방과장을 지낸 李乙雨선생이 간직해 오던 眞本 金四物처방을 安秉國교수가 흔쾌히 제공해 주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글로 적어 표하고 있다. 나아가 8편에는 당시 학과장으로 재직하던 권영준교수가 내어준 尹草窓의 寶豆秘傳方, 必用本草 修治法과 상용 환약방을 기재하였다.

  제9편은 침구편으로 여기에는 두 군데 출처가 밝혀져 있는데, 한곳은 권영준 교수가 지도하던 침구학교실에서 나온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편찬위원회에서 제공한 것이다. 선후배와 師弟가 함께 합심 노력하여 일궈낸 소중한 임상교육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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