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후 집필 시작한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전방편, 처방 270여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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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 후 집필 시작한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전방편, 처방 270여개 정리”
  • 승인 2021.03.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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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전방편 출간한 노의준 원장

2015년부터 의론 전파 위해 책·전자차트 준비…북카페 Q&A 및 처방지도 등

초심자, 사인의 층차개념 주의해야…향후 도해편‧증례편 출간 계획

 

[민족의학신문=안양, 박숙현 기자] 상한금궤방을 주제로 자신의 의론 관련 책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노의준 교감한의원 원장. 2018년 ‘상한금궤방사용설명서: 약서편’과 ‘상한금궤방사용설명서: 기본방편’을 출간한데 이어 세번째 편인 ‘상한금궤방사용설명서: 전방편’을 출간했다. 지난 두 권의 책에 이어 이번 ‘전방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이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겪은 탈고의 어려움까지 노 원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를 주제로 약서편과 기본방편에 이어 이번에 전방편을 출간했다. 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동방총서 시리즈라는 큰 틀에서 현재까지 3권의 책을 발매했다. 첫번째인 약서는 상한금궤방의 임상단서, 두 번째는 각과질환의 프로토콜을 다루고 있고, 이번에 발매한 전방편은 여기서 확장해서 상한금궤방 전체처방 270여개의 사용법을 다루고 있다.

2018년에 약서와 기본방을 출간한 뒤, 이 책으로 나의 의론을 공부하는 부산지역 한의사 4명이 스터디모임을 만들었다. 이것이 발전해 인터넷에 ‘로부카’라는 북카페가 탄생했다. 이 곳은 나와 독자들이 직접 소통하며 나의 의론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Q&A 코너도 있다. 이 코너에 올라오는 질문 중에는 초심자들이 흔히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있고, 날카로운 질문도 있다. 이러한 질문은 내가 집필을 하느라 바쁘다보니 대부분은 카페 관리를 맡고 있는 김진상 원장이 답변을 달아주고 있다. 그 질의와 답변 중에는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양질의 내용이 많다. 그래서 전방편 앞부분에 그 질답 내용을 실어두었다.

 

▶처음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시리즈의 집필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2년에 미국에서 나에게 배우고싶다고 찾아온 한의사가 있었다. 내 진료를 지켜보며 한 달 동안 배운 뒤 미국으로 돌아가고, 다음 해에 또 다시 찾아오기를 반복했었다. 그 사람이 미국에서 내 의론을 공부하는 학술모임을 만드었는데, 그 모임의 규모가 커지면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미국으로 갔었다. 그것이 2015년이었는데, 내 생에 첫 미국 방문이었다. 내 강의를 보러 온 사람들도 정말 많았고, 호응도 좋아서 나 역시 기분이 몹시 들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한의사들이 두 가지를 요청했다. 첫 번째는 나의 의론을 정리한 책을 써 준다면, 영어로 번역해보겠다는 이야기였고, 또 하나는 전자차트를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이 두 가지가 있다면 미국 등지에도 더욱 체계적이고 쉬운 방식으로 나의 의론을 전파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이들의 제안을 받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책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이 현재 3권이 출판되었다. 영어 번역도 현재 진행 중이다. 번역작업은 내 한의원의 부원장이 맡아주었다. 재작년에 내 강의를 듣고 부원장으로 뽑아달라고 찾아왔었는데, 미국 시민권자이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수료해서 번역에 적합한 인재다. 그가 올 한 해 동안 ‘약서’를 다 번역했다. 앞으로는 진료부원장의 역할에서 벗어나 번역 일만 전담하면서 ‘기본방’, ‘전방편’을 모두 번역하기로 했다.

누구나 그렇지만 한의사 역시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하기 싫지만 처방은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이러한 욕망을 어느정도 충족시켜주는 상품이 전자차트라고 생각한다. 전자차트는 오래 전부터 만들고 있었는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회사에 맡기자니 프로그래머가 한의사가 아니라 의론을 이해하지 못했고, 한의사는 프로그래밍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 한의사 중에서 SK 수석 프로그래머 출신인 사람이 있었는데, 전자차트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그가 내 의론을 공부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고, 이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라갔다. 그래서 그와 함께 우여곡절끝에 전자차트를 만들었다.

 

▶책 집필만 7년을 하다보니 많이 힘에 부쳤을 것 같다.

책을 쓰면서 동시에 임상진료를 보는 것이 벅차서 한의원을 일주일 중 3일을 쉬면서 책에만 몰두했다. 남은 4일중에서도 하루는 오전시간 진료를 뺐다. 사실상 반은 진료를 하고, 반은 책을 쓴 셈이다. ‘전방편’을 쓰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분량으로 치면 하루에 10페이지 정도 썼다. 몇 년 동안 계속 쓰다 보니 오늘은 잘 써지고, 오늘은 안 써지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그냥 매일 똑같이 쓸 뿐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매번 내가 직접 썼는데, 나중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책을 쓰는 일만 하는 부원장을 따로 고용했다. 내가 입으로 문장을 말하면 그는 컴퓨터로 받아 적는 식이다. 그렇게 ‘전방편’을 썼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 나오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방식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상한금궤방 270여개의 처방을 알고리즘으로 표현한 처방지도를 그렸는데 그것을 언급하고 싶다. 책을 사면 별도 부록으로 있기도 하고, ‘로부카’ 카페에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유해놓았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정보를 막으려고 해봐야 막을 수 없지 않나. 그럴 바에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차원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이 처방지도가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집약해놓은 것이다. 2014년부터 만들어서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처방은 파편적, 분절적인 것이 아니라 그물처럼 얽혀있다. 만약 상한금궤방을 충분히 공부했다면 머릿속에 처방이 이 지도처럼 정리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상한금궤방을 공부할 때, 노 원장의 의론을 배우는 한의사들이 흔히 실수하는 내용이 있다면.

로부카에 올라온 Q&A 중 내가 답한 질문 하나를 소개해보겠다. 초심자는 흔히 사인의 층차개념이 부족해서 많이들 고생한다. 처방을 접근하는 사인은 크게 형색성정(形色性情)과 신체증상이 있다. 형색성정은 체형, 얼굴색, 음양, 감정을 뜻하고, 신체증상은 몸에 나타나는 사인을 의미한다. 이 신체증상은 세부적으로 T(temperature) I(input) O(output) M(mental)이 있다. 이 중, 형색성정보다 신체증상이 더 상위개념이다. 이를 까먹으면 안된다. 예를들어 성(性)이 음(陰)이 있는 환자가 왔을 때, 음인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체증상을 파악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신체증상에서부터 시작해서 음양을 판단해야 한다. 신체증상인 TIOM도 중요도를 따지면 M(잠)-I-O(음식섭취)-T(추위) 순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신체증상의 판단이 끝나면 형-색-성-정 순서로 파악한다. 이것이 사인의 층차인데, 이러한 중요도에 따라 처방에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의 출간 계획은.

처음에는 3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7년동안 책을 쓰다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당분간은 쉬고 싶다. 어느정도 쉬고 나서, 그림책인 ‘도해편’과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증례편’을 내고 집필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증례편은 내 증례는 조금만 넣을 생각이다. 내 의론으로 5년에서 10년가량 공부한 한의사 3,4명이 있는데, 그들이 겪은 참신하고 좋은 증례를 많이 넣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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