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27): 장기운행(臟氣運行) 끝맺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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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27): 장기운행(臟氣運行) 끝맺음 ②
  • 승인 2021.01.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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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전편(前篇)에 이어

 

7. 상어어이반쇠(上於魚以反衰) 운행방향.

02章 黃帝曰, 氣之過於寸口也, 上十焉息? 下八焉伏? 何道從還? 不知其極.

폐기(肺氣)의 운행경로는 촌구(寸口)로부터 폐장(肺臟)으로 향하는 길이 8식(息)의 왕도(往道)와 폐장(肺臟)으로부터 소상(少商)을 지나 촌구(寸口)로 돌아오는 길이 10식(息)의 환도(還道)로 이루어진 원도(圓道)이다. 《동수.영62》의 저자는 상기문장을 통해 365절(節) 기미(氣味)의 빛-에너지를 오장(五臟)으로 공급하는 원혈(原穴)의 운행목적과 운행양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짧지만 중요한 촌구(寸口)와 환(環)을 무시(無視)했던 모든 의가들은 ‘상어어이반쇠(上於魚以反衰)’를 촌구(寸口)에서 어제(魚際)로의 향외성(向外性) 운행으로 해석해 왔다. 이는 《경맥.영10》의 운행경로와 《본수.영02》의 운행경로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무소불행(無所不行)의 특징만으로 싸잡아 뭉뚱그렸던 장지총 선생의 해석과 그 결을 같이한다.

폐기(肺氣)의 운행을 이해한다면 ‘상어어이반쇠(上於魚以反衰)’는 폐장(肺臟)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상(少商)에서 맥외(脈外)로 외출(外出)하여 폐경(肺經)의 원혈(原穴)인 태연(太淵)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기 직전 어제(魚際)에서의 폐기(肺氣)상태를 묘사한 것이며 그 운행 방향은 향심성(向心性)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8. 원혈(原穴)과 장기(臟氣)

우리는 《구침십이원.영01.》의 원혈(原穴)을 시작으로 《경맥.영10》과 《본수.영02》의 경맥의 운행, 그리고 《동수.영62》 폐기(肺氣)의 운행양상에 대한 기록을 통해 장기(臟氣)운행의 일부분을 엿보았다.

장기(臟氣)는 에너지 공급처인 원혈(原穴)을 기준으로 오장(五臟)을 반환점으로 하는 원(圓)운동을 하며 맥중(脈中)과 맥외(脈外)를 넘나들며 운행한다. 이는 맥중(脈中)만을 운행하는 영기(營氣)와 맥외(脈外)만을 운행하는 위기(衛氣)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원혈(原穴)로부터 오장(五臟)으로 365절(節)의 기미(氣味)를 공급하고 있는 장기(臟氣)는 영기(營氣)와 위기(衛氣)의 운행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에너지-운송시스템인 것이다.

 

◎ 연재(連載)를 마치며

1. 《황제내경》 대변인(代辯人)의 자격

지난 연재를 통해 살펴보았던 역대제가들의 《황제내경》 해석은 여러분에게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제가들의 해석은 《황제내경》저자의 생각을 대변할 자격이 충분해 보이는가? 적어도 12원혈(原穴)과 경맥(經脈)의 해석에서 제가들은 매우 교만하고 폭력적이다. 명확한 의도로 선택된 표현조차 묵살되기 십상(十常)이었고 상식적인 논리구조는 제가들의 편의에 따라 억지스럽게 해석되었다.

《황제내경》 저자의 대변인(代辯人)을 자임(自任)하는 제가들의 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는 대상에 대한 이해실패에서 기인한다. 이해하지 못한 대상을 남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깎아내리고 무시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황제내경》 저자의 입장에서 매우 억울하고 분한 일이나 어쩔 도리가 없다. 죽은 자의 말은 《황제내경》 외에 덧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2. 멸시(蔑視)

하지만 이러한 《황제내경》에 대한 멸시(蔑視)는 오늘날 전에 없이 거칠고 모욕적이다. 제가들의 해석에 대한 무시(無視)는 물론이거니와 자신만의 《황제내경》을 써내려가는데 거침이 없다. 그들은 자신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전체를 해석한다. 내가 경험한 경맥은 20개라거나 경맥은 혈관이라는 등의 웃지 못할 주장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형이상학(形而上學)과 형이하학(形而下學)을 아우르는 《황제내경》의 형이상학적 ‘경험공유’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주장의 경우 이성적 설득과 토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3. 멸시(蔑視)의 이유: 경전(經傳)에 대한 의심

이러한 《황제내경》에 대한 무시와 조롱은 수많은 천재(天才)들의 해석으로도 설득되지 못한 경전에 대한 의심을 근간으로 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규과정을 마치고도 경맥 하나 그릴 수 없는 한의학의 전문가로서의 자괴감은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기 때문이다. 아픔은 쉽게 분노로 변한다.

한의학을 조롱하고 모욕하는데 한의사가 더욱 과격하고 파괴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양의사보다 더 양의학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그 이해의 범위를 벗어난 대상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인냥 비난한다. 하지만 알맹이 없이 남겨진 한의학적 치료경험들을 놓지 못해 이리저리 자신의 맘대로 꿰맨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는 모습은 더욱 안쓰럽고 가슴 아프다.

 

4. 《황제내경》해석의 최종본(最終本)

하지만 제가들의 해석이 우리를 설득하지 못했다해서 《황제내경》의 본의(本義)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 개인으로서의 의가(醫家)가 읽어내지 못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번 연재를 통해 여러분에게 묻고자 했던 주제는 단 하나였다. 여러분이 《황제내경》에 대한 신뢰를 모두 내팽개칠만큼 제가들의 해석은 《황제내경》을 충분히 대변(代辯)하고 있는가?

유구(悠久)한 세월이 지났어도 우리에게까지 한의학의 은총(恩寵)이 내리고 있는 것은 제가들의 노력들 덕분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몇 곳의 간과(看過)들로 인해 전체의 주제를 흐리게 만든 책임 또한 제가들에게 있음도 부정(否定)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제내경》은 우리의 신뢰를 모두 끊어버릴만큼 충분히 이해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믿었던 제가들의 해석을 끝까지 의심하고 추궁함으로써 그 몇몇 곳의 간과(看過)를 직시(直視)해야 한다. 배웠어도 경맥하나 그리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황제내경 해석》은 최종본(最終本)이 아님을 아는 것에서 마지막 남은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5. 마지막 한걸음

한의학에 쏟아내는 멸시(蔑視)와 조롱(嘲弄)을 멈추어라.

그대가 신뢰할 수 없다 단정하는 대상은 《황제내경의 해석》이지 《황제내경》이 아니다. 《황제내경의 해석》은 최종본이 아니기에 그대의 해석으로 《황제내경》의 최종본을 대체(代替)할 수 없다.

《황제내경》은 《황제내경의 해석》이 그의 뜻이 아니라하는데 왜 그대는 그대의 해석이 《황제내경의 뜻》이라 하는가. 그렇다고 《황제내경의 최종본》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겸손하고 신뢰한다면 그 곳에 닿는 거리는 마지막 한 걸음일지도 모른다.

 

6. 양해(諒解)의 말씀

필자는 지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권건혁 박사님의 《동의16형인》 중에서 원혈(原穴)에 관한 일부의 내용만을 여러분에게 소개하였다.

학문을 전할 소임(所任)을 맡은 자는 그 학문에 대한 이해도(理解度)가 충분해야 하며 독자에게 저자의 의도를 곡해(曲解)없이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권건혁 박사의 저서는 다루는 주제의 범위와 주장 하나하나의 논거가 《역경(易經)》, 《사서삼경(四書三經)》, 《황제내경》과 《동의수세보원》, 《상한론》, 《천문학》, 《식물학》 등에 이르고 있어 그 규모와 깊이가 매우 방대(尨大)하고 깊어 천성이 게으르고 부족한 필자가 여러분에게 이 학문을 전달한다는 것은 애초에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약득(略得)한 정도라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초석(礎石)의 도움은 되지 않을까 싶어 12원혈(原穴)을 소개하는 중임(重任)을 덜컥 맡게 되었다.
그러나 포부만 거창하고 게으른 탓에 한 회 한 회 마감에만 급급하다 보니 제목조차 체계적으로 구분하지 못하였으며 강의경험 또한 일천(日淺)하여 논거로 든 제가들의 해석소개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하지 못하고 중언부언(重言復言)하였다. 또한 제가들의 해석이 《황제내경》 해석의 최종본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숭고(崇高)한 선현(先賢)들의 피땀어린 노력들은 애써 눈감아 무시하고 허물만 들추어 깎아내리는 주제넘는 결례(缺禮)를 범하였다. (하지만 매회(每回)마다 선현(先賢)들께 한의학의 명맥(命脈)을 잇게 해주신데 대한 감사와 결례(缺禮)에 대한 사죄(謝罪)를 올렸던 필자의 진심(眞心)도 알아주길 바란다.)

더군다나 12원혈(原穴)을 다룬다 해놓고 오수혈(五腧穴)의 운행과 고장(膏臟)과 황장(肓臟), 경기(經氣)와 락기(樂氣) 등등 원혈(原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할 획기적(劃期的)인 주제들은 다루지도 못하고 마무리를 하게 되어 매회(每回) 응원해주셨던 한의사 선생님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지 못했음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모쪼록 여러 가지 부족한 점 때문에 실망하셨거나 과격한 표현으로 불편하셨을지도 모를 독자분들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간청 드리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간하신 책만 총 23권, 1만8천여 페이지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연구업적을 이루시고도 끊임없이 진리탐구를 위한 집필에 몰두하시며 그 성과를 남김없이 나눠주시는 권건혁 박사님께 염치없이 감사의 마음만 전한다.

 

7. 등불

첫 회를 시작하며 여러분께 《구침십이원.영01.》이 전하는 등불하나 들려드리겠노라 다짐했었다. 연재를 마치며 필자의 부족함이 오히려 등불을 흐리게 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지만 《황제내경》의 마지막 비밀의 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전해 드릴 수 있었다면 기쁘겠다. 음으로 양으로 격려해주시는 여러 동도제현(同道諸賢)들과 함께 그 마지막 비밀의 문을 열어 젖힐 수 있는 그 날을 고대한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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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1-01-23 11:19:53
매우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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