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스위트홈’, 넷플릭스라 가능했던 크리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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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읽기] ‘스위트홈’, 넷플릭스라 가능했던 크리처물
  • 승인 2020.12.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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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스위트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스위트홈’은 한국드라마에 있어 상당히 신선하고 긍정적인 시도로 남게 될 것이다. 괴물이 나오는 공포물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마니악한데다 국내 제작여건상 제작이 힘든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라는 대자본의 힘을 빌려 방영되었고, 심지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 이응복출연: 송강, 이진욱, 이시영 등
감독: 이응복출연: 송강, 이진욱, 이시영 등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로 인해 ‘그린홈’이라는 아파트에 갇혀버린 사람들이라는 배경은 스티븐 킹의 ‘미스트’를 연상시키고, 괴물이 좀비처럼 사람을 물어 전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극대화되는 인간이 괴물로 변한다는 소재도 신선하다. 낯선 소재여서인지 감독이 소재를 버거워한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그만큼 신선함이 보증된 작품이다. 특히 괴물화되지 않은 인간 중 가장 강한 무력을 자랑하는 여자 소방관 서이경이나 무기를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지닌 지체장애인 한두식,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남자 편상욱 등의 캐릭터는 흥미를 자아내는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괴물이 등장하는데도 공포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의 존재를 얼마나 긴장감 있게 묘사하느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숨을 참게 될 만큼의 긴장감을 줘야 하는데 감독은 이를 혈흔이 낭자하는 잔인함으로 대신하고 있다. 공간적인 요인도 있다. 작중 배경이 되는 아파트 ‘그린홈’이 밀폐된 공간이라기에는 너무 커서 괴물의 밀집도가 낮은, 의외로 살만한 공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숨 막히는 스릴러를 기대한 마니아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만화를 실사화하면서 따라오는 현실과 가상의 괴리감이다. 이는 톤이 일관되지 않은 캐릭터에 있다. 가장 대적점에 있는 캐릭터로 이은혁과 정재헌을 들 수 있다. 이은혁은 갑작스런 괴물의 등장에도 시종일관 차분하고 침착하게, 때로는 냉정하게 기지를 발휘할 줄 아는 똑똑한 리더다. 그렇기에 그의 캐릭터는 처절한 생존물에 어울린다. 반면 정재헌은 일본 소년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이다. 검도실력이 뛰어나 갑작스런 상황에도 진검을 휘두를 수 있는 설정은 그렇다 치자. 내가 이 괴물을 상대할테니 먼저 가라고 동료들을 떠나보낸 뒤 성경문구를 읊조리며 괴물에게 맞서는 모습은 소싯적 만화 좀 봤다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이 두 캐릭터가 한 작품에 동시에 등장하다보니 과연 이 작품은 현실적인 생존물인지 아니면 다소 만화적인 판타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문제가 생겼다.

스위트홈의 음악이 구설수에 오른 것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이다. 촉수괴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은혁이 소화기로 반격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워리어’는 긴장감이나 처절함보다는 극적이고 신나는 액션에 가깝다. 비와이의 ‘나란히’ 역시 공포물이었다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종류의 음악임은 확실하다. 즉, 이은혁을 필두로 하는 현실적인 생존과 스릴러를 즐긴 시청자에게는 이 음악이 몰입을 방해하는 최악의 음악이었을 것이고, 정재헌의 독특한 캐릭터성을 필두로 하는 만화적인 설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쾌감을 주는 테마곡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드라마의 진입장벽으로 꼽히는 초반부의 이 애매한 정체성은 중후반부에 가면 문제가 해결된다. 괴물의 등장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서사에 집중하게 되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줄어든 것이다. 중후반부에 들어가서 그린홈 주민들이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협력하거나 배신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과거사와 괴물의 정체를 둘러싼 음모를 찾아가는 과정은 만화적인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실제로 드라마 초반부의 작위적인 설정에 괴로워했던 필자 역시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뒷이야기가 궁금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던 사실을 고백한다. 반면 기괴한 괴물이 활개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아포칼립스를 기대했던 마니아라면 오히려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작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괴물화의 시작과 스위트홈 주민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제작진은 만화적인 설정과 현실의 괴리감을 매울 수 있을 것인지, 뒷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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