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가와 수요 - 회원투표를 제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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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가와 수요 - 회원투표를 제안한 이유
  • 승인 2020.12.31 07:1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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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김회권

mjmedi@mjmedi.com


김회권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회원투표 대표 발의자
김 회 권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회원투표 대표 발의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시범사업 최종시행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위해 대의원들에게 모이자고 처음 이야기를 꺼낸 남양주분회 중앙대의원 김회권입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정치적인 욕심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이번에 대의원도 되고 이렇게 글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협회가 첩약건보를 준비하던 초기부터 제기되어 오던 여러 가지 의혹들이 시범사업을 시행하니 사실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의약분업이나 원내 탕전 규제, 원가 및 처방전 원산지 공개 등의 여러 가지 문제도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수가와 수요 문제입니다. 수가가 3만원밖에 안될 것이라는 의혹이 원내 탕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바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존보다 첩약이 2~3배 늘면 된다고 생각하시던 분들은 이제 순이익으로 계산하면 5배로 바꿔 생각하셔야 합니다. 한의사의 전문적인 치료행위인 변증이 이렇게 값싸게 취급될 행위가 아닙니다. 학교교육과 별개로 임상에서 환자에 맞는 변증 및 처방을 구성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고 자료를 찾았던 날들이 덧없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수가에서는 기존의 전체를 아우르는 전일관념의 변증을 통한 치료가 아니라 질병명에 맞춘 약속처방만 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 협회는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첩약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수요를 늘려서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첩약의 수요는 어떨까요? 정말 건보 적용이 안되면 첩약을 먹지 않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일까요?

1년간 첩약을 소비하는 건수를 한의원에 해당하는 부분(병원제외)을 계산해보았습니다. 2018년 면세사업자 수입금액 신고현황을 보면 한의원이 14795개이고 평균 333백만원의 수입을 신고하였습니다. 17년 조사한 한약소비실태조사에서 한의원 비보험매출 비중은 41%였고 그 중 탕약이 62.5%였습니다. 한의원 탕약매출은 12624억정도로 계산이 됩니다. 간단히 한제 20만원이라고 계산한다면 1년간 631만제의 첩약이 처방되었습니다. 병원급에서 나가는 첩약을 추가한다면 국민들이 첩약을 외면한다고 하기에는 많은 숫자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배에 해당하는 첩약이 나가야 기존 수익이 유지된다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한번씩 첩약을 복용하는 수준으로 건수가 늘어나야 합니다. 첩약을 한의원에서 전보다 처방하기 힘들어진 이유가 약값이 부담되어 전체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근거 없는 한약 비하로 이미지가 나빠지고 전체 한의사와 한의원이 늘었기 때문이 큰데 첩약 건보만 되면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협회 자료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기존 첩약 수익은 그대로 두고 신규로 수요가 생기는 식으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첩약이 건보 첩약으로 바뀌는 겁니다. 적용 질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녹용도 이미 시범사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1차 월경통과 2차 비염 적용만으로도 대부분의 여성과 소아가 대상이 됩니다. 한의학에서 첩약이 한가지 질환에만 적용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가 건보적용을 요구할 때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기존 첩약 수익이 건보 적용으로 줄어드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 낙관적인 전망이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처방 관련 수가를 너무 형편없게 책정하여 수요가 다소 늘더라도 손해가 예상됩니다.

첩약 건보는 한의사들의 오랜 희망이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실비보험 적용 등으로 한의사의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의사의 수익을 너무 많이 포기하고 있는 이번 시범사업은 실비가 되더라도 한의사의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첩약건보가 어떤 좋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의사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없으면 일본의 경우처럼 될 수 있습니다. 첩약을 처방하는 것이 처방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별로 없어서 처방을 하지 않아 첩약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대형제약회사만 살아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협회가 이번 회원투표가 진행되고 나서야 설문을 하고 개선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협회장이 회원들의 회비를 들여서 문자를 보내 회원투표에 기권하라고 합니다. 협상을 함에 있어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냥 통과되는 것이죠. 반대를 하면 협상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는 현 상태에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협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협상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목소리를 등에 업고 협상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정말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밖에 없는 게 첩약 건보라면 우리가 감당하게 되는 손해만큼 다른 무언가가 우리 손에 쥐어져야 하는데 우리 손에 쥘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한의사의 이익을 위해서 누군가가 대신 일해주지 않습니다. 한의사 개개인이 정신을 차리고 힘을 모아서 한의약과 한의원을 지켜야합니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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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1-12 00:04:53
첩약건보 되면 제대로 된 의술은 사라진다. 심평의학은 한의학을 일본 한방 수준으로 퇴보시킬 것이다.

국민건강은 2021-01-11 11:50:59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네요
그많은 의사들이 왜 수가보다 적은 치료를 하고있는지
생각좀 해보세요
오로지 돈돈돈
그래서 한의사가 욕먹는겁니다

이보시오 2020-12-31 10:13:00
원내탕전 중심 사업인데 원내탕전 이야기는 빼고 논지를 전개하는군요
빈의협 설문조사 준비했던 사람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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