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한의계에 빗대어.(회원투표 제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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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한의계에 빗대어.(회원투표 제안 이유)  
  • 승인 2020.12.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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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이승룡

mjmedi@mjmedi.com


이 승 룡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회원투표 대표 발의자
이 승 룡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회원투표 대표 발의자

최근에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에서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라는 다큐멘타리를 보게 되었다.  

2002년 노동운동가 출신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되어 극빈층을 구제하고, 실업률을 역사상 최저로 떨어뜨리고, 브라질을 세계 13위에서 7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시켰다. 룰라 대통령은 2007년 재선을 거쳐, 퇴임 당시 지지율이 87%에 달할만큼 성공적이었으나, 그 이후 어떻게 본인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다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당시 지지율 1위 후보였던 룰라 본인도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를 잘 그려냈다. 그 결과로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몰락하고, 국민들의 분열은 극심해졌으며, 군인출신의 극우정치인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민들의 무지와 무관심, 그리고 오랫동안 세습되어온 기득권 가문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필자는 이 다큐멘타리를 보면서 묘하게 한의사협회가 오버랩되어 가슴이 쓰라렸다. 

전대 집행부가 탄핵되고 나서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된 43대 최혁용 집행부는 회원들과 불통(不通)의 모습을 보이며 회원들을 섬기는 협회가 아니고 회원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요한 회원투표를 앞두고는 늘 협회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문자들만 회원들에게 보내졌으며, 반대쪽의 목소리도 실어달라는 의견은 계속 묵살 당했다. 협회에 전화를 해도 책임 있는 임원들과는 통화를 할 수 없고, 늘 직원들이 회원들의 화난 목소리를 감당해야 했다. 회원들의 이의가 있을만한 중요한 문자메시지는 늘 금요일 퇴근 무렵에나 보내져서 회원들의 불만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왔다.   

2019년도 첩약건보 시범사업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무렵, 5,000여명의 회원들이 회원투표를 요구하며 회원투표 요구서를 제출했으나, 팩스로 보내서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를 들어, 정관에 명시된 회원들의 권리인 회원투표를 무력화했다. 

2020년 8월에 대의원총회에서 서면결의를 통해 <경과조치가 선결되지 않는 집행부의 학제통합 및 변경 추진을 중단할 것>에 대한 회원투표가 발의되었을 때, 협회는 본인들에게 불리한 안건으로 회원투표가 발의되자, 정관에 “14일 이내에 투표에 관한 공고”를 하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고, 결국 그 이후 대의원총회 의장의 공고로 회원투표가 치러지게 되었다.  

2020년 12월 4일부터 9일까지 대의원 98명의 발의로 시작된 <2020년 11월 20일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최종시행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회원투표 발의>에 대한 서면결의가 가결되어 12월 10일에 대의원총회 의장이 이를 발표하였다. 회장은 정관에 따라서 14일 이내에 회원투표 공고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계속해서 미루다가 마지막 날인 24일이 되어서야 떠밀리듯이 공고하였다. 

그리고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외부의 우려를 근거로 협회장이 회원투표에 불참해줄 것을 종용하는 문자를 전회원들에게 보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짓밟고, 회원들의 의사표출을 방해하는 행위이다. 협회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외부의 시선이 두려운가? 많은 회원들이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는 지금 시범사업이 이대로 계속 진행되는 것이 회원들 입장에선 더 두려운 일이다.  

이런 것들은 한의계의 민주적인 절차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이다. 정책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민주적인 절차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이 한의계의 역량을 저하시키고, 회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한의계의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마치 브라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첩약건보에 대한 찬성, 반대의 판단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합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에 있어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그걸 토대로 서로 논의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보완하고, 그렇게 해서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야 하는데, 협회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서, 지금 와서 봐도 6월 회원투표 당시에, 시범사업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표해 임했던 회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협회는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문제의 본질은 비껴가거나, 무의미한 말들을 반복함으로써 회원들의 반발을 억누르려고만 하였다.  

최종시행안이 나오자 첩약급여에 반대했던 회원들 뿐 아니라, 찬성했던 회원들 사이에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 분노에 가까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형편없이 낮은 수가, 처방 조제내역 공개와 원산지 공개, 그리고 진료비 상세내역서를 뗄 경우 첩약의 원가 공개, 매 환자마다 첩약표준 진단체크리스트 작성, 원내탕전뿐 아니라 원외탕전을 하는 경우에도 청구프로그램에 약재 단가, 수량, 원산지 등의 약재코드 입력을 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약국으로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여, 의약분업이 본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협회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부 업자들과,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고자 보이는 세력들의 전유물이 아님은 자명하다. 과연 한의사 협회가 한의사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현 협회하에서 회원들은 소외되고, 피폐해지고 있다. 

이제 곧 <2020년 11월 20일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최종시행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회원투표가 시행된다. 

한의협 선관위는 12월 28일~30일까지 투표인 명부 확인을 하고, 2021년 1월 4일~6일에 걸쳐 회원투표를 실시함을 공지하였다. 

마지막으로 회원 여러분들께도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생계와 미래가 달린 만큼, 한의계 내부의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무관심으로 눈과 귀를 닫아버리면, 결국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지금 시행되는 첩약건보 시범사업의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보시고, 기대할 수 있는 점 외에도 문제점이나 우려되는 점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보시고, 어렵게 마련된 회원투표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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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규 2021-01-02 21:14:54
이번에 드러난
여러 가지 절차상의 문제들을 살펴보면,
협회 정관의 맹점들을 逆으로 두루 잘 짚어주신 것 같아요.
향후 한의사협회 정관 개정 및 보완 등에 큰 역할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0-12-30 11:46:11
레전드노 ㄹㅇ ㅋㅋ

룰라 2021-01-02 20:22:02
쉼터 이야기구나. 한의계 민주주의가 위기다.

침구학 2021-01-02 23:45:44
솔직히 동의하기 어려움. 그럴듯한 포장지속에 추악한 알맹이들을 보았음. 소위 kmd를 지켜내자는 채팅방의 추악한 알맹이를 보았음

옳지않다 2021-01-05 19:26:29
회원투표 문안과 항목을 보면 정말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의 상황을 첩약의보에 대입해보자
룰라->첩약의보
거짓선동세력->빈의협 모리배들
브라질의 무너진 민주주의->한의계의 무너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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