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지금 중요한 것은 잘 자는 힘, 수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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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지금 중요한 것은 잘 자는 힘, 수면력이다
  • 승인 2020.11.2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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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나는 자고 싶다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가운데, 수렵과 채취의 이동생활에서 농업혁명을 가져온 정착생활을 통해, 엄청난 사고패턴과 생활방식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인류의 건강생활에 가장 영향을 끼친 발명품이 있다면 바로 에디슨이 만든 ‘전구’일 것이다. 이미 40만 년 전부터 불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던 인류는 바로 이 전구로부터 밤을 온전히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빛을 통해 밤과 낮을 구분짓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처음 직접화법으로 말씀하신 것은 “빛이 있으라”였다. 천지창조의 제일 첫 번째 날에 하신 것이 바로 빛을 만드신 일이었다. 신의 능력을 인간도 가지게 된 사건이 밤을 밝히는 전구를 켠 일이다.

이상수 지음, 엠엘커뮤니케이션 출간
이상수 지음, 엠엘커뮤니케이션 출간

물론 그 이전에도 불을 사용한 어둠을 밝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인간은 만들어 왔지만 ‘전구’야말로 온 밤을 새도록 꺼지지 않는 신의 영역을 엿보게 해주었다. 이로 인해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문명의 혜택은 크게 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류의 건강은 형편없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인에게 크게 위세를 떨치고 있는 비만, 당뇨, 조현병, ADHD, 아토피성 피부질환, 우울증, 고혈압 등만 아니라, 골치 아픈 만성 질환들은 모두 수면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만성질환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급성질환 또한 자주 이환되는데, 대개 감염병은 이러한 기저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잘 걸리게 되어 있으므로 결국 모든 병을 거의 포괄하게 되는 것이 수면의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수한 배경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야간 통행 금지를 시행해 오다가, 전두환 대통령 통치 시절인 1982년 1월 5일 통행 금지를 해제함으로써 밤을 마음대로 누리게 되었다. 개인의 수면 생활이 자유롭게 되었으니 모든 국민이 이를 반겼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997년 IMF 경제 위기 때를 겪으며, 비록 통행 금지는 없더라도 우리의 수면 생활은 또다시 통제받을 수밖에 없었다. 월급 받고 일하자면 대부분 야근을 감내해야 했다. 줄어든 월급 때문에 주부도 일터에 나가야 했다. 가정을 지키는 가장과 주부가 야간 일을 하게 되니 아이들도 학원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급기야 대개의 국민은 잠을 설치는 환경이 되고 말았다. 즉 병은 늘어나고 의료기관은 대형화하거나 대형병원은 분점을 내면서 크게 성장했다.

결국 대형병원의 성장은 이 땅의 다수의 국민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망가진 몸을 담보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비록 이 책이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까지 미치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희생으로 대형화한 병원들이 이제는 국민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툭하면 진료거부나 국시거부의 시위사태는 이제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아픔과 함께하는 우리 한의사들은 수면이 방해되고 있는 현대생활이 계속되는 한, 자연적 처치에 따른 우리 의학적 진찰과 치료가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단잠을 잘 수 있는 서양 의학적 방법을 제시한 이 책과 더불어 우리의 한의학을 되돌아봄이 어떨까?

 

김홍균(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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