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환자에 문제되는 다약제사용…한의치료 병용으로 새로운 모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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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환자에 문제되는 다약제사용…한의치료 병용으로 새로운 모델 제시”
  • 승인 2020.11.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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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2020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고령뇌혈관질환자 한의치료 병용’ 연구책임자 권승원 교수.


한약 멀티타깃 특성으로 여러 기저질환 대응criteria 의존 아닌 원인 해결 가능

건보공단 및 병원 데이터 투트랙 분석 연구신경외과 교수 등 한양방 연구진 참여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을 통해 공익적인 한의약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신규 지원 과제 중 하나로 고령 뇌혈관질환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치료 병용의 효과연구가 선정됐다. 이에 연구책임자인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교수에게 고령자 다약제사용문제와 한약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연구개발과제에 고령 뇌혈관질환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치료 병용의 효과과제가 선정됐다. 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한의치료 적용이 과연 65세 이상 고령 뇌혈관질환 환자의 다약제사용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임상질문을 가지고 계획한 연구이다. 고령자, 특히 뇌혈관질환 환자는 뇌혈관질환 그 자체 외에도 기저질환으로 다양한 의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기저질환이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약제를 한 번에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되며, 그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뇌혈관질환 환자는 후유증으로 운동장애, 감각장애, 재활과정에서 각종 관절의 통증 등 다양한 증후적 문제가 발생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병원이나 한의원 같은 한의의료기관에도 자주 내원한다. 이 연구는 한의치료가 이러한 상황에서 전체 약제사용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예후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하루 10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인구가 2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통상 5~6가지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를 다약제사용, 폴리파머시(polypharmacy)’라고 하는데, 이 기준은 5~6가지 이상의 약제를 복용했을 때 고령자에서 취약성, 기능장애, 인지장애, 낙상, 사망과 같은 주요 임상적 결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에 설정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준을 넘어서 10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 연구팀은 고령자 중에서도 뇌혈관질환 환자에 주목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뇌혈관질환 환자는 뇌졸중 자체에 대한 예방, 위험인자관리, 각종 증상에 대처하다보면 자연스레 다약제사용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이 중 각종 증상 대처에 대한 한의치료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우선 한약은 각 처방이 멀티타깃(multi-target)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팔미지황탕은 고령 뇌혈관질환 환자의 각종 통증, 비뇨기문제는 물론 인지기능, 기력저하로 인한 우울감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한 가지 처방으로 여러 약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약물요법에 해당하는 침구치료, 부항치료, 한방물리요법 등을 적용하면 약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증상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뇌혈관질환 환자의 다약제사용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가.

국민건강보험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과 병원 내 의무기록 분석 투트랙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투트랙을 다시 1단계,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1단계에서는 각 데이터 상 고령 뇌혈관질환 환자의 다약제사용 현황을 살펴보려 한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다약제사용 현황 뿐 아니라 다약제사용 시 동반될 수 있는 부적절처방의 빈도, 과소처방의 빈도까지도 조사한다. 2단계에서는 국민건강보험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의치료 이용군과 비이용군의 장기적 약제사용현황의 변화를 살펴 볼 예정이다. 병원 내 의무기록 분석에서는 후향적차트리뷰를 통해 한방병원 입원 환자의 구체적인 약제사용 현황의 추이를 평가할 것이다. 이 중에 극적 효과를 보였던 사례를 발굴하여 증례보고의 형식으로 일상 임상의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계획도 있다.

본 연구는 사실 연구팀 자체가 가장 큰 자랑이라 자부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포진하여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먼저, 국민건강보험데이터 분석 연구에는 경희대 장보형 교수, 가천대 이예슬 교수가 함께한다. 두 분과는 이전에도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뇌경색 환자에 대한 한의치료의 효과)를 출판했었는데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되었다. 병원 내 의무기록 분석 연구에는 한림대 신경외과 전진평 교수, 가천대 한방내과 양승보 교수가 참여해주었다. 전진평 교수와는 개인적 친분으로 한양방 융합치료를 통한 뇌졸중 환자 후유증 치료에 대한 공감대를 항상 형성해왔다. 그동안 실제 환자 컨설트를 통해 협업하기도 했고, 뇌부종에 대한 유전체 연구도 함께 진행했다. 양승보 교수는 의국 후배이기도 한데, 한방병원 의무기록 연구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어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연구진 구성을 통해 어쩌면 최초일지도 모를 종합병원과 한방병원의 의무기록을 통합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연구가 완료됐을 때 한의계에 어떤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나.

다약제사용에 대해 현재 아무 대처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환자의 상황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criteria 적용방법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다약제사용과 부적절처방에 대한 STOPP Criteria, Beers Criteria, 과소처방에 대한 START Criteria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보다 앞서 다약제사용의 문제점을 경험한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러한 criteria 적용이 단순 사용약제 수 경감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임상적 유효성은 보이질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약제사용을 유발하는 다양한 증후, 질환에 대한 적극적 대처 없이 환자에 대한 criteria 적용과 환자교육에만 몰두한 결과라 생각한다. 원인 해결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멀티타깃을 가진 한약처방, 비약물치료법인 침구, 부항, 물리요법은 충분히 그 원인이 되는 증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고령사회를 맞이한 지금, 고령환자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치료 병행이라는 새로운 관리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한의치료의 새로운 역할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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