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0> - 『鍼灸學硏究科敎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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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0> - 『鍼灸學硏究科敎材』②
  • 승인 2020.11.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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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電探機로 측정한 침구치료 醫案

목차에 따라 본문을 살펴보면, 경락의 유주, 기경팔맥, 要穴解義, 기혈영위, 삼초제론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보사의 선후, 기혈연구, 실지임상연구, 자침수기법, 고전보사연구까지 도합 28종의 소주제로 나뉘어 침구경락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 『침구학연구과교재』
◇ 『침구학연구과교재』

그런데 정작 목차 다음에 이어지는 본문에는 皮內針法, 자락요법의 정의와 種別, 전탐기의 사용법이란 소제로 3편의 논의가 펼쳐져 있어, 앞서 제시한 목차와 다소 달라 잠시 독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목차에도 싣지 않은 이 3편의 논설이 교과서적인 내용에 앞서 실린 까닭은 아마도 초심자들에게 한시 바삐 최신 연구경향이나 신치료기법을 소개하고 싶은 의욕에서 비롯된 결과이리라.

우선 첫 편인 피내침법은 당시 새로 소개된 신침법에 해당하는데, 개략적인 설명과 함께 3종의 도판을 그려 刺入方法을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둘째로 자락요법에 대해서는 정의와 함께 자락법의 종류로 일반사혈법, 정맥자락, 세락자락, 피부자락, 말단자락으로 세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세락이 출현하는 상태, 세락의 양상, 세락의 호발부위, 자락치료의 금기, 과오, 부작용 등 주의사항에 대하여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나아가 세락의 탐색법, 자락치료법의 작용이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논고형식으로 작성한 글이다.

또 세 번째로 전탐기 사용법이 실려 있는데, 이른바 한의학에서 경혈점으로 사용해오던 특정 혈위의 피부저항치가 여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낮은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피부저항치가 낮아 전기가 잘 흐르는 양도점과 그렇지 않은 불양도점으로 구분하므로써 경락현상을 분석해 보려는 시도를 소개하고 있다. 당시로선 최신 연구 방법인 셈인데, 여기서 말하는 전탐기란 나중 양도락기기라 불리게 되는 경락진단기의 원형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지열감도측정법, 치료자극량의 추정 등 새로운 경향의 신지식이 소개되어있어 기존에 보지 못한 참신한 내용을 담아낸 교재라 할 수 있다. 이로보아 단순 학습용 교재에 머물지 않고 최신지식을 곁들인 연구서로서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 하겠다.

특히 소독법에는 아직 철저하게 통제되지 못하고 있던 병원균의 소독에 대해 전문적으로 기술하였다. 곧 병원균의 기생부위, 소독에 필요한 조건을 비롯, 소독의 종류 및 방법을 실었는데, 이학적 소독법으로 일광법, 건조법, 기계적소독법(淸潔法), 소각법, 건열소독법, 증기소독법, 煮沸소독법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또 화학적 소독법의 종류로 승홍, 알콜, 석탄산, 포르말린, 수산화석회, 가성가리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화학소독약품들을 열거하고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곧이어 법정전염병이 열거되어 있기에 무엇 때문에 소독법을 상세하게 기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 3편의 내용 다음에야 비로소 흔히 침구경락교재에 보이는 개론격인 내용, 즉 경락의 유주라든가 기경팔맥, 장부총론, 기혈영위, 음양허실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보아 1960년대 침구학 분야에서 전탐기(양도락측정기)나 지열감도측정법 등 새로운 경락경혈 진단법의 등장과 피내침, 자락법 등의 신치료기법, 그리고 전염병의 유행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소독법 등이 주요 현안과제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책에서 가장 큰 특색은 ‘실지임상연구’ 부분에 드러나 있다. 이것은 저자가 실제 임상에서 겪은 침구치료 의안을 수록한 것인데, 환자의 성명과 나이, 남녀, 병명과 함께 망문문절로 나뉜 四診의 결과와 証決定이라 이름붙인 한의병증명, 그리고 (침구)치료 항목으로 구분한 11례의 실제 임상의안이 실려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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