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간단하게 읽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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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간단하게 읽는 인문학
  • 승인 2020.11.2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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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ajhj@unitel.co.kr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도서비평┃1일 1페이지, 세상에서 제일 짧은 교양수업 365


올해는 정말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나 봅니다. 3월초에 온라인 강의를 준비할 때만 해도 2학기에는 학생들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12월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까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당기간 계속될 듯싶은데….

데이비드 키더‧노아 오펜하임 지음,
허성심 옮김, 위즈덤하우스 출간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는 책 제목의 ‘수업’이라는 단어에 끌려 구입했습니다. 생전 처음 겪는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자칫 ‘뉴 노멀’이라 불리며 자리 잡으면 어찌 될까 염려한 마음이 컸던 걸까요? 이제껏 글쓴이가 두 명이 넘는 책을 구독한 경우는 손꼽을 정도로 여간해선 눈길을 주지 않았거든요. 지은이의 사상·태도·문체 등과 같은 개성을, 공저자가 여럿인 책에서는 음미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책은 소위 ‘교양’과 관련된 인문학적 지식들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 1년 365일 동안 읽어 나가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흔히 ‘문사철(文史哲)’이라 일컫는 문학·역사·철학을 비롯하여, 과학과 종교, 음악과 미술에 이르는 모두 7가지 분야의 글들을 시간표마냥 요일 별로 배치해 엮어 놓았지요. 대표 저자는 데이비드 키더(David S. Kidder)와 노아 오펜하임(Noah D. Oppenheim)으로 표기되어 있던데, 실은 각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원고를 부탁한 뒤 해당 분야 석·박사학위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쳐 출간한 만큼, 저자라기보다는 기획자·편집자의 역할이 컸으리라 여겨집니다.

내용은 짐작하시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학에서는 유명한 작가들 및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역사에서는 서양문명의 형성과 발전에 관련된 인물과 사건을 다루며, 철학에서는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철학자들을 등장시킵니다. 또 과학에서는 태양계부터 원자까지 거·미시 세계로 안내하고, 종교에서는 세계의 주요 종교 및 그 종교의 교리와 기원을 설명하며, 음악에서는 위대한 작곡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알려주고, 미술에서는 회화·조각·건축물을 탄생시킨 거장들과 미술 사조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날마다 화장실에 앉아있는 시간만으로도 읽어내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아주 짧은 분량으로…. 아무튼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인데, 참신한 구성과 깔끔한 요약이 독자들에게 어필하였는지 1년도 안 되어 30쇄를 넘게 찍었고, 후속작으로 리더·선지자·악당 등을 다룬 인물편과 영화·스포츠·팝 등을 다룬 현대문화편까지 나왔더군요. 저는 뭐 이 정도면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책이라고 느꼈는데, 미술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진조차 싣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은 점, 전체적으로 동양권에 관한 항목이 상당히 빈약한 점 등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인문(人文) 교양이란 인간(人間)의 삶, 곧 사람들[人] 사이[間]에서 더불어 함께 울고 웃는 다양한 삶의 모습·무늬[文≒紋]을 이해·공감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인위(人爲)는 결국 거짓[僞]이기에, 비슷할지언정 진짜가 아닌 사이비(似而非) 아니겠어요?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세영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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