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8> - 『傷寒經驗方要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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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8> - 『傷寒經驗方要撮』
  • 승인 2020.11.0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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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傷寒病에 대한 조선의학계의 省察

표지에 ‘傷寒經驗方’이라 쓴 책제목과 함께 ‘檀紀四二八五年壬辰拾貳月日新衣’라 적은 등사기가 기록되어 있는 필사본이다. 서문과 목록을 비롯, 권수제는 ‘傷寒經驗方要撮’로 되어 있어, 저자 조병후가 1933년(昭和8) 전남 진도에서 신연활자본으로 인쇄하여 해남 回春閣藥房에서 발행했던 상한전문서임을 알아 볼 수 있다.

◇ 필사본『상한경험방요촬』
◇ 필사본『상한경험방요촬』

이 책에 대해선 이미 오래전 몇 차례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2008년 당시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전남한방산업진흥원의 장흥 전시관에 자문하러 들렀다가 이 책을 처음 마주한 이후, 394회차에 ‘대물림한 海南의 傷寒治法, 『傷寒經驗方』’이란 제목으로 간략한 내용을 옮긴 적이 있다.(2008.11.17.일자 참조)

뒤이어 2012년도 전라남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남지역에 산재한 역대명의를 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저자의 가계를 조사하고 초상영정을 찾아내는 등 여러 가지 사적을 발굴하면서 2차례 더 소개하였다.(535회 口傳心授한 해동경험 傷寒要藥/ 2012년5월3일자, 536회 壯實老虛 구분한 傷寒辨症 치법/ 2012년5월10일자) 또한 근래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번역 출간한 바 있다.

오늘 다시 소개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이 일제강점기에 지방에서 소량 부수만 발행하였던 탓에 널리 알려지지 못해서인지 광복 이후 이를 등사하여 간직한 사본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내친 길에 한 번 더 살펴보기로 맘먹었다. 그간 ‘상한경험방’이란 제목이 붙은 사본이 여럿 발견되었고 서로 혼동될 우려도 있어서, 이번에는 권수제를 따라 정서명인 ‘상한경험방요촬’이란 서제를 앞세웠다.

또한 마침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홍보 활용사업’에서 계획했던 2020년 한국한의학연구원 특별전을 ‘동의보감, 역병과 전통의학의 역할’이란 주제로 기획하느라 경희한의대 의사학교실 김남일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던 바, 마침 서고에 깊숙이 간직해 두었던 몇 가지 귀한 소장자료를 전시를 위해 서슴없이 내어준 덕분이다.

대상판본은 활자로 인쇄된 원본을 보고 판심까지 그려 넣을 정도로 판면구성까지 그대로 본떠 베껴두었던 등사본이기에 별달리 특이점을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조선에서 상한과 같이 전염병만을 전문으로 연구한 서적이 매우 드문 편인데다 마침 연중 내내 가실 줄 모르고 이어지는 코로나 감염병 유행이 갈수록 확산된 탓에 역병에 대한 관심이 여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머리에 虎巖樵人 鄭汝丞(생몰년 미상)의 서문이 먼저 등장하는데, 1921년(辛酉年)에 쓴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이 처음 발행된 것이 1933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가능했던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매우 오래 전부터 돌아가신 부친의 遺志를 받들어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준비해 왔었던 것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원저자인 曺澤承(1841~1907)의 생몰연대와 嗣子이자 이 책을 실제 펴낸 曺秉矦(1869~1944)의 활동시기를 감안한다면, 부친의 뜻을 이어 의업에 종사해오다 10여년 만에 책을 펴내려 맘먹고 정여승에게 서문을 부탁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서문에서 ‘曺拙軒先生澤丞’이라 지칭하였고 ‘其胤君秉侯’라 했기에 대략 책이 엮여져 간행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배경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간행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던 듯, 또 다시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인 1930년 尹忠夏(1885~1946)의 발문을 받아 3년 뒤에야 겨우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전후로 장장 2십여 년이 소요되었던 것이니, 저자의 부친이 사망한 후로 적잖은 세월이 흐른 시점이다. 그래선지 권수에는 ‘先考拙軒公傳/不肖曺秉侯著’라고 적혀있어 저간의 사정이 느껴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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