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속 ‘한방병원’ 개원 열풍에 가려진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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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속 ‘한방병원’ 개원 열풍에 가려진 명암
  • 승인 2020.11.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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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최근 2년간 한방병원 급증…현실은 10곳 중 9곳 폐업
한‧양방 협진으로 다양한 치료 도모…무리한 대출보다 신중히 결정해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2010년 159개소였던 한방병원이 올해 11월 기준 406개소로 늘어나며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6.4개소가 증가했고, 최근 2년 동안에는 99개소가 증가했다. 이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한의진료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현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동시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개원을 고려하는 태도에는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한국한의약연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방병원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에는 총 159개소였던 한방병원은 지난 10년 동안 약 2.5배 증가해 총 406개소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초에는 391개소였던 한방병원이 2달 사이에만 15개소가 증가하며 그야말로 ‘한방병원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같은 시기 한의원의 증가율과 비교해도 확연히 두드러진다. 지난 2010년 기준 1만 1804개소였던 한의원은 2018년에는 1만 4329개소, 지난 11월 2일 기준으로는 1만 4515개소로, 약 1.2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방병원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자동차보험에서의 한의진료 비중 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입을 모았다. 2014년 전체의 33.9%였던 한의진료가 지난해 52.4%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자보환자를 끌어 모으기에 한방병원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었다.

A 한의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자보 시 한의진료의 비중은 약 20%정도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약 50%까지 치솟았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자보는 비용부담이 덜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양의사에 비해 한의사가 수적으로 열세인데도 자보에서만 1대 1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들의 한의치료 선호도가 높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적인 면에서 한의사가 환자 한 명당 진료비를 가장 많이 청구할 수 있는 곳은 의원보다는 병원이다. 한의원에서는 한약 10일분에 추나, 침 치료를 하면 최대 1일에 6만 원 가량이 최선이지만 병원에서는 30~40만 원 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사업적 이익을 생각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B 한의사 역시 “한의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보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최근의 경기불황, 전체 한의시장 규모 대비 한의사 인력 증가 등으로 한의사들의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보시장은 중요한 요소”라며 “이런 상황에 자보환자를 최대한 끌어 모으기에는 한방병원이 최적화되어 있다. 양의사를 고용해 환자의 검사부터 외래 및 입원진료까지 한 곳에서 진료를 할 수 있다면 한의사 입장에서의 이익도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도 훨씬 치료가 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방병원을 한의원과 다른 ‘기회의 창’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C 한방병원장은 “한방병원은 한의원보다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양의사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나 전문의약품 사용에도 제한이 덜하다. 양‧한방 다학제 진료의 길이 열린다면 한의사로서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리한 대출 등으로 성급하게 한방병원 개원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C 한방병원장은 “한의원에서의 임상경력만을 자신하고 병원을 개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규모가 더 커지는 만큼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미진한 경우를 종종 봤다”라고 지적했다.

D 한방병원장 역시 “최근 한방병원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성급하게 개원하려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자신이 병원급을 경영할 만한 여건이 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2018년 전체 한의의료기관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10곳 중 7곳이 폐업한 수준이었던 반면, 한방병원은 2017년 10곳 중 6곳에서 2018년 9곳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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