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역] 뇌화풍 - 결핍의 경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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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주역] 뇌화풍 - 결핍의 경계②
  • 승인 2020.11.0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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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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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장기한의원장
박혜원
장기한의원장

전편에 이어

 

九四 豊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구사는 앞서 말한대로 양이 음자리에 있어 자리가 적절하지 못하다. 그러나 초구를 만났다. 보통 음양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효사들끼리는 좋지 않다는 효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구사는 다르다. 초구는 허물이 없는 정도였지만, 구사는 길하다. 심지어 육이에서는 자신의 빛을 가리기 위해 등장했던 포장이 마찬가지로 구사를 가리지만 되려 길하다. 왜일까?

육이와는 달리 구사는 지위만 있고 밝지는 못한 상태이다. 그러니 초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지위는 없지만 머리가 좋은 초구는 구사의 지위와 재력을 바탕으로 일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초구가 구사의 머리가 나쁘다며 업신여기거나, 구사가 초구의 신분을 들어 깔보기 시작하면 초구에서 본 대로 재앙이 닥친다. 그러나 구사가 자기를 낮추고 초구의 말을 따라서 둘이 손발을 맞추면 길한 결과가 나온다. 세상사는 수학과 달라서 1+1이 언제나 2가 되는 것은 아니며, 어떨 때는 1+1이 10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 20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잘 될거라 생각한 일이 어이없이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게 되겠어? 하고 의문을 가졌던 일들이 그야말로 대박이 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초구와 구사는 세상의 판단과는 다른 행보로 풍요를 만드는 것이다.

六五 來章 有慶譽 吉

빛나는 것은 앞서 말한 육이일 것이다. 육오의 의심을 살까봐 포장을 뒤집어쓰고 자기 빛을 감추고 있는 육이를 믿고, 비록 음양응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정당한 자기 짝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육오가 의심하고 근심하는 것은 뭘까? 육이가 너무 밝은 것이다. 태양과 같은 불의 밝음은 번개의 밝음과는 다르다. 번개는 곡식을 기를 수 없지만 태양은 다르다. 번개는 음식을 익혀 사람을 먹일 수 없지만 불은 다르다. 육오의 두려움은 육이를 맞이했을때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까 주저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괘사에서 말했듯이 걱정하지 않아도 해는 중천에 뜬다. 육오는 임금의 자리이다. 육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왕이 될 수 없다. 그저 왕을 밝게 하는 신하나 배필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육오가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불안과 의심을 거두고 육이의 밝은 빛을 얻어 세상을 더 환하게 비출 수 있다. 그래서 길해진다.

上六 豊其屋 蔀其家 闚其戶 閴其无人 三歲不覿 凶

상육은 다 가졌다. 음이 음자리를 차지하고, 유일하게 음양응이 되는 제 짝도 있다. 괘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러니 집은 풍대하고 포장은 더 기가 막히게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은 구삼이다. 정당한 상육의 짝이지만 오른팔이 꺾여버린 구삼은 상육에게 환멸을 느낀 모양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육은 심지어 이것들을 잃을까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고, 돈이 나갈 일이 생길까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상육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손에 쥔 이 풍요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밖에 나가 큰 뜻을 펼치려는 구삼의 팔을 꺾는다. 팔까지 꺾어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배필에게 어떤 정이 남아 있을까. 네가 좋아하는 풍요로움을 혼자서 한껏 누리라며 배필이 떠나 돌아오지 않는 집은 적막만이 남을 뿐이다.

무엇이든 가득 차면 넘친다. 해는 뜨면 지고 달도 차면 기울며 꽃은 피면 반드시 진다. 아무리 없던 사람이라도 조금이나마 차는 시기가 있고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조금이나마 비는 시기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데서 대박이 나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쪽박을 찬다. 풍요란 그런 것이다. 인간은 언제 올지 모르고 아무리 붙잡으려 전전긍긍해도 영원히 잡고 있을 수 없는. 그러니 그런 것에 집착하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무엇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마음이 공허하면 늘 결핍에 시달린다. 지극히 한다는 것은 마음의 곳간을 채우는 일이고, 그 곳간은 나 외에는 아무도 채워줄 수가 없다. 사랑하는 연인, 금쪽같은 자식, 두둑한 통장 잔고 같은 것으로 마음을 채우면 그것들이 사라졌을 때는 내 마음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내 마음을 채울 것을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보자.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내가 나한테 해주면 어떨까. 나를 가장 잘 위로하는 것도, 가장 아프게 하는 것도 나다. 그러니 그렇게 잘 아는 나를 내가 달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나부터 시작해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한낮의 해가 하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내 마음도 밝은 곳에 자리를 잡을 때가 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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