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5> - 『痘方新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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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5> - 『痘方新編』②
  • 승인 2020.10.17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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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우두법의 조선전래와 痘瘡傳經 辨程治法

새로운 방식의 변증치법이 적용된 이 두창전문서는 19세기가 저물어가는 시점(1886년)에 작성된 것이다. 서양에서는 18세기말 영국인 의사 제너(1749~1823)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牛痘接種法이 점차 확산되게 되었다. 원래 아시아지역에서는 인두접종법이 널리 쓰였으며, 조선에도 소개되었지만 접종 후에 예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급되지 않고 있었다.

◇ 『두방신편』
◇ 『두방신편』

우두접종법은 1876년 일본에 修信使 일행으로 방문한 역관 朴永善에 의해 알려졌는데, 당시 일본에서 구한 『種痘龜鑑』을 그의 문도였던 지석영에게 건네주었다. 한의였던 지석영은 새로운 두창치료법에 무척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드디어 1879년 부산에 설립된 제생의원에서 일본인 군의로부터 우두법을 배운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충주의 처가에서 지역민 약40여명에게 처음 종두접종을 시술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에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지석영은 그 후 전국에 우두국 설립을 주청하였으며, 평소 종두시술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서양 우두종법의 내력과 종두이론을 요약하여 『牛痘新說』(1885)을 저술하였다. 이때부터 점차 우두종법이 조선 전역에 확산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우두법이 전국에 두루 보급되기 직전, 전통 치료법이 적용된 거의 마지막 시기에 해당되는 시점에 집필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도 역시 종두에 관한 언급이 들어 있긴 하지만 아마도 여기 수록된 종두법은 인두묘를 사용한 접종법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전통 두창 치료법에 대해 그 요지만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면, 먼저 ‘發熱三日, 在腎經程治方’조에 가감승마탕과 해독산이 기본방으로 제시되고 뒤이어 ‘發熱之初, 逐條治法’이 20則이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병발증상에 대한 대처법이 다양한 증상과 함께 수재되어 있는데, 대략 傷寒이나 傷食과의 감별진단이나 이에 따른 대증치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어 ‘見點三日, 在心經程治方’에는 신해산, 진사울금산, 청지퇴화탕 3처방이 주치방으로 등장하고 외치에는 사성산을 점적한다. 또 잡증이 병발한 경우, 앞에 제시된 기본방에 가감활용하는 방법을 논하였다.(雜症照前方加減) 아울러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見點三日, 逐條治法’이라 하여 21종의 대증처치법이 열거되어 있는데, 夾癍, 驟痘, 鋪紅, 熱不退, 出遲, 觸犯, 似有痧疹 등으로 다양하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발열 3일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단계인 收靨落痂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2~3종의 기본방과 雜症加減 그리고 축조치법이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어 두창 치료법에 관한한 전문성을 충분하게 구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계별 축조치법에 제시된 治則은 發熱之初逐條治法(20조)으로부터, 見點(21조), 起脹(26조), 貫膿(25조), 收斂(16조), 落痂餘毒逐條治法(25조)에 이르기까지 도합113조에 달하는 변증처치법이 수록되어 있다.

또 끄트머리에는 58종에 달하는 많은 대증치료방이 수재되어 있는데, 별도의 처방편을 배치해 놓았다. 가미황기건중탕으로부터 쌍해산, 비급환, 황련해독탕, 청금산화탕, 백화고 등 다종다양한 치방과 함께 보조요법이나 예방법이 함께 수록돼 있어 흥미롭다.

예컨대, 찻잎과 대추, 유향, 메밀면을 섞어 화로에서 태워 연기를 쏘이면, 두창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달래주고 감염 우려가 있는 더러운 독기(穢氣)를 막는다고 하였다. 또 水楊浴法에는 忍冬藤 즉 금은화의 덩굴줄기를 사용하는데, 봄과 겨울에는 줄기를 쓰고 여름과 가을에는 가지와 잎을 달여 욕조에 부어넣고 너무 뜨겁지 않게 洗浴하면 두창이 검게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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