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령산-수독(水毒)을 동반한 병태의 신경계질환에 first choice!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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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령산-수독(水毒)을 동반한 병태의 신경계질환에 first choice!①
  • 승인 2020.10.0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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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24)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78세 남성.

좌측 안면부 통증으로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은 뒤, 카바마제핀을 3개월째 복용 중이다. 하지만, 특별한 호전이 없는 상황이다. 좌측 안면부에 가벼운 접촉만 있어도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어 일상생활이 어렵다. 세수를 하려고 물만 가져다 대어도 통증이 일어나 힘들다. 침치료도 시도해보았으나, 침을 자입하는 순간 안면통증이 더욱 심해져 치료 적용자체가 어려웠다.

삼차신경 root entry zone 압박부위의 부종을 경감시켜 볼 목적으로 현재 복용 중인 카바마제핀과 함께 A를 투약해보기로 했다. 약 4주 후, 안면통증이 매우 경감되었다.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큰 통증 없이 세수를 편하게 했다고 했다. 아직 통증이 남아 있어 복약을 이어가길 희망했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복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는 매우 경미한 통증만을 호소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오령산(五苓散)이다. 중국 후한시대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당시에는 감염성 질환 치료 도중 또는 온열질환으로 발생한 갈증, 소변불리(小便不利)에 사용하기 위한 처방으로 창방되었다. 하지만, 이후 역대의가들의 경험을 거치며 습(濕), 수독(水毒)을 기저병태로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계통의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세포막의 물 채널 아쿠아포린(AQP4, 5)을 억제하는 약리작용이 있음이 밝혀지며, 뇌부종 조절, 급성 허혈성뇌졸중, 만성경막하혈종 등에까지 응용되고 있다.

 

오령산 개요

구성약물: 택사, 저령, 창출, 복령, 계지(계피)

효능효과: 체력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고 목이 마르고 소변량이 적어졌으며, 어지럼, 구역, 구토, 복통, 두통, 부종 등 중 하나가 동반된 다음 증상: 수양성 설사, 급성위장염(이급후중(裏急後重)이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음), 더위 먹음, 두통, 부종, 숙취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알코올대사 개선작용, 이뇨작용, 물 채널인 아쿠아포린 중 AQP4, AQP5를 억제, 소화관운동 항진작용

 

오령산 활용의 발전사

오령산의 첫 모습은 앞서 언급한 중국 후한대(後漢代) 의서 『상한잡병론』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조문은 다음과 같다.

“太陽病, 發汗後, 大汗出胃中乾, 煩躁不得眠, 欲得飮水者, 少少與飮之. 令胃氣和則愈. 若脈浮, 小便不利, 微熱消渴者, 五苓散主之.”

“傷寒汗出而渴者, 五苓散主之. 不渴者, 茯苓甘草湯主之.”

“中風發熱, 六七日不解而煩, 有表裏證, 渴欲飮水, 水入則吐者, 名曰水逆, 五苓散主之.”

위 조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오령산은 감염성 질환인 상한(傷寒)에 발한법(發汗法)을 사용한 뒤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약 6~7일이 경과한 뒤, 번조(煩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갈증을 느끼면서 소변이 시원치 않은 경우(小便不利)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이다. 당대(唐代) 손사막의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에서는 『상한잡병론』과 유사한 적응증을 제시하면서, 열병으로 탈수가 발생하여 생긴 광언과 번조 같은 ‘의식착란’을 일으킨 경우에까지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고, 황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이후 여러 의서에서는 유사한 적응증을 답습해왔다.

그러던 중 적응증 확대가 시작되었다. 먼저, 명대(明代) 공정현의 『만병회춘(萬病回春)』 부인제병(婦人諸病)에서는 “대소장교(大小腸交)”라는 산후에 질부위와 직장이 손상되어서 소변과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병증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보중익기탕과 함께 제안되었다. 감염성질환에서 벗어나 부인과 질환으로 치료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또한, 일본 에도시대에 활약한 의사 고토 콘잔(後藤艮山)의 『병인고(病因考)』에서는 오령산을 상한(傷寒)이나 중풍(中風) 같은 감염성 열성질환 외, 중습(中濕)에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전신 내외의 기(氣)를 소통시켜 소변을 통해 습(濕)을 제거할 수 있다는 기전까지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신체 어느 부위든 병인이 습(濕)인 경우, 모두 활용할 수 있음이 처음 제기되었다.

이후, 현대 의료인들의 습(濕), 곧 수독(水毒)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병태, 이를테면, 수양성 설사를 동반한 급성 위장염, 구역과 구토, 다양한 어지럼(메니에르병, 멀미, 숙취 등), 간성복수, 다양한 신장질환(신염, 신증후군), 방광염, 부종, 두통 등에 대한 증례가 축적되며 그 활용범위를 넓혀왔다. 급기야는 2000년대 들어 이러한 오령산의 효과가 세포막의 물 채널에 있는 아쿠아포린 억제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최근 만성경막하혈종의 치료와 수술 후 재발억제를 목적으로 한 무작위대조시험 결과가 발표되기에 이른다. 급성열성질환에 동반된 소변이상과 갈증에 사용하도록 제안되었던 처방이 수독을 병태로 한 다양한 신체계통의 질환(신경계, 비뇨기계, 소화기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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