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3> - 生理解剖圖說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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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3> - 生理解剖圖說②
  • 승인 2020.09.2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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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新知識의 상징으로 여겨진 동의보감

대개 이 책은 상해에서 펴낸 석인본 『동의보감』전질에 포함시켜 발행한 탓에 별도의 판권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낱권에서는 원서의 출판사항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다행히 판심 하단에 ‘掃葉山房’이란 판행처가 표시되어 있기에 출판처를 알 수 있으며, 판심 상구에 서명인 『생리해부도설』이 기재되어 있다.

◇ 『생리해부도설』

특이한 것은 일부 그림 설명이나 영문명칭을 한역한 외래명사 아래 괄호( )를 표시하고 발음을 표기해 두었는데, 가만히 보니 일본어 카타카나로 기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중국에서 발행한 한역서에 일본어로 외래어 발음이 표기된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이행시기 한발 앞서 서구식 근대화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던 일본이기에 나가사키 데지마(出島)를 발원지로 서양과학지식을 받아들이기에 가히 열풍이 불었었다. 아울러 청대 말엽 중국의 지식인들이 일본유학이나 유람을 통해 수많은 희귀서나 서양서적들을 구해 들여가기도 하였다. 이런 연유로 상당수의 희귀한 조선의서들이 중국으로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추리해 보자면 혹시 이 책의 원작이 일본을 통해 입수되었기에 이런 흔적이 남은 것인지, 아니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본토의 대부분을 일본군이 점령했던 탓에 책안에서도 이 때의 흔적이 남아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동판세밀화를 곁들여 근대식 활판기술을 적용하여 대량 생산된 이 책은 서양의 새로운 의학지식을 압축하여 보여주기에 적당했을 것이며, 전통적으로 익히 알려진 임상의학전서를 출판하면서 부록편으로 곁들임으로써 현실적인 수요에 부응하여 상업성을 확보하고 판매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이 유독 조선에서 펴낸 『동의보감』에 별편으로 편입하였을까? 확증은 없으나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떠올려 본다. 그 첫째는 서양의학이 처음 도래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낯선 외래 의학지식에 접했을 때 놀랬던 경험을 『동의보감』을 통해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앞서 얘기된 漢譯西醫書 즉, 서양선교사들이 들여온 서양의학서를 번역할 때, 낯선 외래지식을 어떻게든 기왕의 경험을 통해 이해해 보려 노력한 사연이 청말 중국에서 펴낸 『體用十章』이란 책 서문에 잘 나타나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상론하기로 한다.

이 얘기는 내가 10수년전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하려고 신청서를 작성할 당시, 우연찮게 구한 희귀한 한역서의서의 중국인 서문에서 『동의보감』을 언급한 한 구절을 발견하여 『동의보감』의 세계성을 유네스코의 심사위원에게 역설할 때 아주 적절하게 원용했던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다른 이유는 이 생리해부도설이 편입된 『동의보감』이나 『의학입문』, 『만병회춘』에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이들 의학전서에는 하나같이 전면부에 신형장부도를 비롯한 인체도 혹은 전신경락순행도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전통의학서 가운데 유달리 인체 전신의 골격이나 내장을 눈에 보이게 표시하려 했고 인체구조와 순환의 원리를 이같이 그림을 통해 가시화했다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는 설명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서 상근성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 서양과학지식을 들여다 값싸고 유용한 지식매체로서 간편한 대중서로 꾸며 대량 보급하던 출판판매인들에게 은연중에 동과 서의 의학지식이 가장 공통분모를 찾기 쉬운 접점으로 『동의보감』을 떠올렸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추정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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