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처방 관련 약인성 간독성 및 신독성 객관적 자료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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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처방 관련 약인성 간독성 및 신독성 객관적 자료 제시할 것”
  • 승인 2020.09.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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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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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심평원 빅데이터 기반 한약 안전성 연구책임자 이상헌 교수.

하버드에서 연구년 통해 다양한 분석방법 습득…공신력 있는 한약 안전성 정보 제공에 기여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2020년도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세부과제의 신규 지원 대상 과제가 정해졌다. ▲가이드라인 개발 ▲최적화임상연구 ▲약물상호작용 ▲질환별 중점연구센터 ▲중개개인연구 총 5개 분야에서 각각 3개에서 10개 내외의 세부과제가 선정됐다. 이번호에는 최적화임상연구에서 ‘심평원 빅데이터 기반 한약 안전성 연구’를 수행할 이상헌 단국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최근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연구개발과제에 ‘심평원 빅데이터 기반 한약 안전성 연구’를 맡게 됐다. 어떤 연구인지 설명해달라.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국민 전체의 의료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러한 보건의료관련 전국민 빅데이터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해 왔다.

따라서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 기반 연구를 통해 전향적 임상연구로 진행하기 어려운 다양한 연구주제들을 국내 연구자들이 수행해 매우 우수한 탑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다. 이에 한의계도 이러한 데이터를 널리 활용하여 한의약 근거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본 과제를 계획하게 됐다.

 

▶해당 과제를 선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수십 년 동안 한약의 안전성 관련 이슈는 뜨거운 감자로 다루어져 왔고, 한편으로 이렇게 각 전문가집단이 첨예하게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주제가 또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한약의 간독성 관련 연구는 지금까지 여러 연구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약인성 간손상 전체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보고된 자료도 있는데 이는 국민 사이에 통용되는 한약이라는 명칭 자체가 한방의료기관을 통한 처방 이외에 다양한 루트의 한약을 포괄하는 모호성으로 인하여 유발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수집된 빅데이터 기반 약인성 간손상 및 신손상 환자 발생을 전수 조사해 개별의료기관 중심의 연구자 소속에 의한 바이어스 및 환자 선택 바이어스를 없애고 기존 양방 혹은 한방 단독연구의 한계를 극복을 통하여 한방의료기관 한약처방관련 약인성 간독성 및 신독성의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할지에 대한 플랜이 궁금하다.

우선 앞서 말한 간독성 연구의 경우 약물 반응이 개인 특이적일 수 있어 기존의 환자대조군 연구로는 적합한 매칭이 어렵다. 따라서 이런 경우 상병명을 통해 간독성, 신독성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 이전, 위험요인에 대한 노출 여부를 갖고 연구를 진행하는 환자-교차연구설계(case-crossover design)를 이용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다만 현재 심평원 자료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급여처방 내역 및 한방의료기관 이용 등의 변수를 활용하여 한약노출의 시점으로 가정하고자 한다.

 

▶연구가 완료됐을 때 한의계에 어떤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나.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한방의료기관 처방 한약과 관련된 간독성 및 신독성에 대한 소모적 논쟁 속에 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에 대하여 조금 더 객관적이고 공신력이 있는 한약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번 과제와는 별도로 지난해부터 하버드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데, 그곳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우연한 기회로 하버드 보건대학원 바이오통계학과에서 작년 2월부터 연구년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전에 유전체 데이터 분석 경험이 부족하여 연구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석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하여 하버드가 보유한 코호트 자료를 분석하던 중 운이 좋게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1년만 연구년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추가적으로 더 연구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곳에서 연구 성과는 무엇이었나.

소아천식 코호트 분석을 통해 최초로 운동성 호흡곤란 관련 유전자를 발굴하여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로 호흡기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유럽호흡기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 IF=12.339) 온라인 판에 최근 게재되었고, 이외에도 현재 하버드에서 진행한 연구로 4편의 논문을 완성하여 High impact 저널에 투고 또는 준비 중에 있다.

 

▶하버드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시야도 더 넓어졌을 것 같은데 한의학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우선 하버드대학의 권위는 나 같은 유전체분석에 경험이 미천한 아시아 변방의 한 사람에게도 연구의 기회를 주는 다양성의 포용에서 나옴을 절실하게 느꼈다.

대학은 이를 통해 조직 내에서 개인의 역량 및 노력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변방의 보잘것 없는 연구자가 일 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주저자로 5편의 연구논문을 하버드 대학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따라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분야와의 교류 및 학문적 융합을 시도하고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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