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가인삼탕 – 구강건조를 동반한 병태의 first choice!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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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가인삼탕 – 구강건조를 동반한 병태의 first choice!①
  • 승인 2020.09.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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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22)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53세 여성.

일하는 도중에도 여러 차례 화장실에 가야만 하는 증상으로 그동안 여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수 차례 항생제 처방을 받아봤지만, 증상 개선은 없었다. 6개월 전, 주변 비뇨의학과에서 과민성방광 의증으로 진단받고, 항콜린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변증상은 개선되는 듯 했으나, 약 1개월 후부터 심한 갈증이 발생하여 수시로 물을 마시게 되었다. 문제는 수분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다시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가야 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야간까지도 갈증이 심하다 보니, 밤 중에도 한 번씩 화장실에 가야 하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 한방치료를 원하여 내원했다. 항콜린제 복용으로 인한 갈증이 발생한 상황으로 판단하여 A를 투약해보기로 했다. 항콜린제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약 4주 후, 갈증이 매우 경감되었다. 갈증이 경감되면서 수분섭취량도 줄었다. 수분섭취량이 줄면서 화장실 가는 횟수 역시 재경감되었다. 증상이 개선되었으나, 환자가 일단은 병용치료를 지속하길 희망하여 당분간 백호가인삼탕을 복용하기로 했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환자는 소변증상의 재악화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백호가인삼탕(白虎加人蔘湯)이다. 중국 후한시대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당시에는 감염성 질환 치료 도중 또는 온열질환으로 발생한 진액손상, 소갈(消渴) 같은 병태에 사용하기 위한 약으로 창방되었다. 하지만, 이후 역대의가들의 경험을 거치며 발진을 동반한 피부질환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구강건조를 동반한 다양한 병태,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질환에 응용되고 있다.

 

백호가인삼탕 개요

구성약물: 석고 지모 감초 갱미 인삼

효능효과: 비교적 체력이 좋은 사람의 상열, 갈증 등을 목표로 한다. 급성증에서 현저한 갈증, 전신 발한, 고열 등을, 만성증에서 갈증, 국소 작열감, 상기, 소변량증가, 피부발적과 발진, 소양감 등을 동반한 경우에 좋다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타액분비 촉진작용, 아쿠아포린에 대한 작용

 

백호가인삼탕 활용의 발전사

백호가인삼탕의 첫 모습은 앞서 언급한 중국 후한대(後漢代) 의서 『상한잡병론』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조문은 다음과 같다.

“服桂枝湯, 大汗出後, 大煩渴不解, 脈洪大者, 白虎加人蔘湯主之.”

“傷寒, 若吐若下後, 七八日不解, 熱結在裏, 表裏俱熱, 時時惡風, 大渴, 舌上乾燥而煩, 欲飮水數升者, 白虎加人蔘湯主之.”

“若渴欲飮水, 口乾舌燥者, 白虎加人蔘湯主之.”

“太陽中熱者, 暍是也, 汗出惡寒, 身熱而渴, 白虎加人蔘湯主之.”

위 조문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크게 3가지 상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감염성 질환인 상한(傷寒)에 한토하(汗吐下)와 같은 치료법을 사용한 뒤 또는 그렇지 않았음에도 번갈(煩渴)과 구건설조(口乾舌燥)가 동반된 경우, 둘째, 온열질환(중열(中熱))으로 땀이 나고 오한하며(汗出惡寒) 몸이 뜨겁고 갈증(身熱而渴)이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소갈(消渴)에 갈증이 있어 물을 마시고 싶고(渴欲飮水) 입과 혀가 건조한 경우(口乾舌燥)이다. 이러한 『상한잡병론』 상의 적응증을 종합하여, 백호가인삼탕은 역대 의가들에게 염증, 온열자극, 내과질환에 의한 “신체의 열을 식히고, 진액상실을 방지하고자 하는 약”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여기에 대해 큰 이견은 나온 적이 없다. 따라서, 이후 대부분의 고전 의서들은 이와 같은 백호가인삼탕의 적응증을 그대로 답습하며, 『상한잡병론』 조문에 대한 보다 상세한 해설과 임상증례를 제공해왔다.

그러던 중 중국 송대(宋代) 하대임(何大任)의 『소아위생총미론방(小兒衛生總微論方)』에 이르러 새로운 적응증이 추가된다. 바로 피부질환, 반진(斑疹)이다. 이 책에서는 “창진(瘡疹)이 적흑(赤黑)하며, 번조(煩躁)할 때 백호화반탕(白虎化斑湯)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여기서 언급된 백호화반탕이 바로 백호가인삼탕이다. 최근 많은 한의사들이 백호가인삼탕을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질환에 응용하는데, 아마도 그 원조격에 해당하는 문헌이 아닐까 싶다. 이후 반진 관련 기록이 지속 축적되는데, 중국 원대(元代) 주진형(朱震亨)의 『단계심법(丹溪心法)』에서도 화반탕(化斑湯)이라는 이름으로 백호가인삼탕을 소개했다. 『상한잡병론』의 기록과 유사하게 상한(傷寒)에 한토하법(汗吐下法)을 실시한 후 반진이 발생한 경우 화반탕을 사용하도록 소개했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백출(白朮)을 추가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대표적인 사법(瀉法)인 한토하 3법을 실시한 뒤, 발생한 피부의 반진을 치료할 때 백출을 추가함으로써 손상된 비위기능의 회복을 도모함이 필요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후, 명대(明代) 우단(虞摶)의 『의학정전(醫學正傳)』에서는 위란반(胃爛斑)에 화반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제시한 화반탕은 백호탕가현삼에 해당하고, 위란반은 위의 미란에 의해 발생한 반(斑)이다. 이후 같은 시대 오곤(吳崐)의 『의방고(醫方考)』에서 『단계심법』과 『의학정전』의 내용을 종합하여 백호가인삼탕을 “위열(胃熱)에 의한 피부질환, 곧 발반(發斑)”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러한 발전과정을 거친 백호가인삼탕은 현재 원 출전과 달리 감염성 질환 보다는 구강건조감을 위주로 한 다양한 내과질환(예를 들어 쇼그렌증후군, 당뇨병이나 구강건조증)과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질환에 다수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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