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과 침의 만남, 體質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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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과 침의 만남, 體質鍼 (1)
  • 승인 2020.08.2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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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22

체질침의 탄생으로부터 8체질의학의 역사를 역사기행 형식으로 써서 엮은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이 2019년 10월 10일에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1) 이 책에 추천사를 쓴 경희한의대 의사학교실의 김남일 교수가 자신이 진행하는 수업시간에 특강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10월 17일에 한의예과 2학년 醫史學 시간에 가서, ‘역사 속의 체질침’을 주제로 A반과 B반에서 두 번 강의를 하였다. 그리고 11월 22일에 한의본과 2학년 ‘各家學說’ 시간에 또 두 번을 하였다. 본과 2학년의 강의 제목을 ‘체질과 침의 만남, 체질침’으로 하였는데 구성은 10월의 강의와 비슷하다. 하지만 본과 2학년은 경혈학을 배웠고, 사상의학에 관한 지식도 얻었다고 하므로, 실제 내용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하였다.

체질침(體質鍼 Constitution-Acupuncture)은 체질과 침의 합성이다. 사람들이 체질침을 보통명사처럼 쓰고 있지만 체질침은 권도원 선생에 의해 새로 고안된 전문용어(terminology)이다.2) 강의를 ‘체질과 침의 만남’으로 한 것은, 권도원 선생에 의해 체질침이 탄생할 때까지, 체질과 침이 각각 어떤 역사적 흐름을 거쳐 왔는지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韓半島는 귀한 땅

나는 책에서 ‘우리 한반도는 귀한 땅’이라고 썼다.3)

들으니, 한의과대학 재학생들이 한의사라는 직군에 대하여 부정적인 전망을 품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의료계가 돌아가는 정황도 그렇고 여러 유형의 핍박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형태와 내용만 다를 뿐이지 한의계의 역사 속에서 늘 이어져 왔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대륙과 해양의 양쪽에서 끊임없는 압박과 침범을 겪었다. 그렇지만 중국이라는 강력한 나라와 대륙을 노렸던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한민족의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여 왔다. 한의학(Korean Medicine)도 과거와 미래의 여러 난관을 뚫고 독자적인 특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외친 것은 오래 되었다.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미 세계 각 지역으로 진출해 있는 중국전통의학(TCM)과의 경쟁에서 우리만의 특성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 첨병에 설 수 있는 것이 체질의학이라고 생각한다.

 

『東醫寶鑑』

먼저, 한반도에서 『동의보감』이 성립하였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동의보감』은 1596년(선조 29)부터 편찬하여 1610년(광해 2)에 완성되었고, 3년 후에 木活字本으로 간행했다. 이것은 한반도의 명예일 뿐만 아니라 한의학적 전통을 공유하는 동아시아의 명예라고 생각한다.

『동의수세보원』은 東武 李濟馬의 마지막 저술이다.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을 저술하면서 질병에 대한 부분들은 거의 『동의보감』을 참고했다. 특히 『상한론』에 대한 것은 『동의보감』에 있는 내용을 가져왔다. 수세보원에 동의를 붙인 것은 한반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東醫壽世保元』과 四象人

동무 이제마는 1900년에 별세하였는데 별세하기 전까지 진행된 작업을, 제자들이 출판을 하기 위해서 栗洞契를 조직해서 출판비용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1901년에 『동의수세보원』이 목활자본으로 출간되었다. 1901년이 신축년이라 처음 출판된 판본을 辛丑本이라고 하고, 인쇄된 판본이라는 뜻으로 印本이라고도 한다. 신축본 발간 이후에 일제 강점기 때도 여러 가지 판본들이 간행되었다. 『동의수세보원』이 대중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무 公은 『동의수세보원』을 통해서 인간과 사회를 네 가지 구조로 나누어 서술했다. 사람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4개로 나누었고, 사상인의 病證 차이와 用藥의 구별을 주장했다. 특히 張仲景의 『상한론』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서 사상인의 병증을 설명하고 있다. 동무 공은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한론』을 가지고 왔다. 『상한론』은 급성열성전염병에 관한 기록인데, 사람이 전염병을 앓을 때 각 사상인 별로 병증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관찰했던 것이다.

전통한의학의 장부론은 오행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사상인의 장부론은 肺脾肝腎의 四焦論이다. 몸의 위에서부터 4등분해서 4초인데, 상초, 중상초, 중하초, 하초의 대표 장기가 위에서부터 폐비간신이다. 이때 폐와 간, 비와 신이 서로 拮抗的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다름에 관한 인식

사상인의 이름은 동무 공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內經 시대에 五態人論이 있었다. 『黃帝內經』은 B.C 3세기 경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通天」4)篇에 오태인이 나온다. 太陽人, 太陰人, 少陽人, 少陰人, 陰陽和平之人이다. 또한 「陰陽二十五人」5)論에서는 木型之人, 火型之人, 土型之人, 金型之人, 水型之人으로 나눈 후에 이것을 五音인 宮.商.角.徵.羽로 세분했다.

사람의 다름에 관한 인식의 전통은 이미 동양과 서양의학의 성립시기부터 있었던 것인데,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6) 시절부터 血液, 粘液, 黃膽汁, 黑膽汁의 4체액설이 있었다. 로마시대에 갈렌7)은 多血質, 膽汁質, 憂鬱質, 粘液質로 4대 기질설을 주장했다.

 

『傷寒論』

장중경8)의 『상한론』은 傷寒卒病論으로 갑자기(졸지에) 진행되는 急性熱性傳染病에 관한 논설이다. 상한이 장티푸스에 관한 기록이라는 견해가 있다.9) 한의사인 홍운희는 1964년에 軍 병원에 근무할 때, 장티푸스 환자 격리병동에 입원한 진성 장티푸스 환자를 관찰한 경험을, 1975년에 『대한한의학회지』에 보고10)하였다. 그 환자들이 보여준 병증이 상한론의 설명과 일치하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같은 시기에 발병해서 같은 날 입원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축 쳐져 있고, 어떤 사람은 땀은 전혀 나지 않으며 이불을 싸매고 덜덜덜 떨고 있더라는 것이다. 같은 장티푸스 입원환자인데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질병특성이 달랐고 그것들이 상한론에 나와 있는 증상 표현과 똑같았다는 것을 보고한 것이다.

동무 이제마의 독창성은 땀과 대변에 의한 관찰이다. 동일한 질병에 이환되었는데 땀이 나는 특성과 대변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관찰했다. 어떤 사람은 설사를 계속하는데, 어떤 사람은 변이 안 통해서 고생을 한다. 어떤 사람은 계속 땀이 나서 축 쳐져서 사경에 빠지는데. 어떤 사람은 땀이 너무 안 나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것을 구분해서 병증론을 조직했다.

 

사상인 병증론

동무 公은 『상한론』의 조문을 참조하고 분석해서 사상인의 병증을 나누었고, 사상인 病證論을 구성했다. 『상한론』 조문을 먼저 열거하고 거기에 덧붙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한 것이 사상인 병증론이다.

사상인의 병증론에서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별로 表病과 裏病으로 구분하고 병증의 특성을 寒熱로 규정했다. 동무 공은 태음인병증론을 改草하던 중에, (태양인병증론은 미처 시작하지도 못하고) 별세했다. 그래서 태양인 병증은 표병(外感)과 이병(內觸)의 한열특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다.

소음인 표병은 表熱證이고 땀이 난다. 땀을 막을 수 없어서 사경에 빠진다. 그리고 이증은 裡寒證이고 설사를 많이 해서 사경에 빠진다. 그런데 예전에 전염병이 돌 때는 설사를 심하게 해서 탈수에 빠지는 것에 대한 대처가 없었다. 지금 같으면 병원에 입원해서 수액을 놓아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때는 설사를 계속하면 죽는 도리밖에 없었다. 옛날에 전염병이 돌 때 사람이 많이 죽었던 것은 특히 탈수에 대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양인 설사는 亡陰證이고, 대변이 막히면 胸膈熱證이라고 해서 석고나 생지황이 들어간 처방을 쓴다. 태음인 표증은 表寒證인데 寒邪가 들어왔는데 땀을 못 내고 계속 떨고만 있다. 마황이 필요한 증상이다. 태음인의 裡熱證은 간에 열이 생겨서 대변이 굳어진다. 갈근 승마 조각 대황 이런 약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각 사상인 별로 쓸 수 있는 藥이 다르고 쓸 수 있는 처방이 다르다는 것이 사상인 병증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동무 公은 기존의 처방을 참고해서 사상인 병증에 특화된 처방을 創方했다.

 

臟腑關係論

동호 권도원은, 『동의수세보원』의 체질론은 내장상관론(Splanchnic inter-relation theory)이라고 썼다.11) 형태론(Morphology)적이라기보다는 장부론(Splanchnology)적이라고 하면서, “장기간에는 마치 天秤의 兩端과 같은 상호관계가 있어 한 强臟器 때문에 한 弱臟器가 더욱 약해지며 반대로 한 약장기 때문에 한 강장기가 더욱 강화되는 원리”라고 하였다. 권도원 선생은 이제마의 四象醫學은 폐비간신 4장의 장부관계론이라고 하면서, 體質醫學이라고 규정12)했다.

여기까지, 체질이 침을 만나기 전까지 내려왔다. 다음에 (2)로 이어진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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