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16)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장기(臟氣)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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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16)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장기(臟氣) ①
  • 승인 2020.08.1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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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모호성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인간 역사와 윤리의 무거운 영원성(永遠性) 속에서 일회성(一回性)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이 얼마의 무게를 가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늠할 수 없게 넓디 넓은 진리의 바다를 헤엄쳐 살아 나가는 한 마리 물고기는 그 존재의 가벼움만큼 바다를 애매모호(曖昧模糊)하게 이해할 수 밖에 없다.

● 폐기(肺氣) : 1. 폐(肺)의 정기(精氣). ≪영추(靈樞)≫ <맥도(脈度)>에서 「폐기(肺氣)는 코로 통(通)하니 폐(肺)가 화(和)하면 코가 능히 향취(香臭)를 안다.(肺氣通于鼻, 肺和則鼻能知臭香矣.)」라고 하였다. 2. 호흡의 기(氣), 가슴속의 종기(宗氣). 3. 폐(肺)의 기능 활동.

《동양의학대사전》

《동양의학대사전》에서 말하고 있는 폐기(肺氣)의 정의이다.

한의사 동료여러분은 이 ‘정답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역시 한의학의 정수는 근원적 진리의 다양한 적용에 있다며 감탄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 감탄의 이면에는 공부를 하고도 뭘 공부했는지 모를 애매모호함에 대한 허탈함 또한 섞여있지는 않는가?

자연의 영원한 시간 앞에서 한 인간의 일회성 삶이 한없이 무기력한 것처럼 자연-생명의 거대한 법칙 앞에서 한 인간의 나약한 지성은 모호성의 약점을 보이기 쉽다.

 

2.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 폐기(肺氣)의 이해

하지만 자연법칙을 연구하여 이룩한 인류의 위대한 업적은 일회성(一回性)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생(生)을 겨우 한바퀴 돌고 있는 미약한 개개인의 지성(知性)들로 인해 비약적으로 전진(前進)해 왔음을 명심해야한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경맥을 다시 한번 보다 정밀하게 탐구해 보길 제안하였다.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통해 《본수. 영02》의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은 기존의 이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폐기(肺氣) 운행(運行)의 시(時)·공간적(空間的)개념을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폐기운행(肺氣運行)은 경맥(經脈)의 공간적(空間的) 개념을 내포한다.

첫째, 경맥(經脈)은 맥내(脈內)/맥외(脈外)의 2중(重) 구조로 구성되어있다.

둘째, 오수혈(五腧穴)을 지나는 폐기(肺氣)는 정혈(井穴)인 소상(少商)에서 맥내(脈內)로부터 맥외(脈外)로 외출(外出)하며 합혈(合穴)인 척택(尺澤)에서 맥외(脈外)로부터 맥내(脈內)로 내입(內入)한다.

●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폐기운행(肺氣運行)은 시간적 개념을 내포한다.

첫째, 오수혈(五腧穴)을 지나는 폐기(肺氣)의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은 소상(少商)에서 척택(尺澤)으로의 향심성(向心性) 흐름을 가진다.

둘째, 오수혈(五腧穴)을 지나는 폐기(肺氣)는 12경맥(經脈)의 차서(次序)와 방향이 다른 별개의 존재이다.

정리하면 경맥(經脈)은 맥내(脈內)/맥외(脈外)의 2중(重)구조로 되어있으며 《본수. 영02》에서 밝히고 있는 오수혈(五腧穴)을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하는 폐기(肺氣)는 12경맥의 음양경(陰陽經)을 순서대로 주행(走行)하는 기(氣)와 전혀 다르게 수족말단(手足末端)으로부터 체간(體幹)으로의 향심성(向心性)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3. 《구침십이원(영.01)》에 나타난 특징적인 폐기(肺氣) 운행(運行)의 당위성(當爲性)

《황제내경》의 저자가 서술하고 있는 구체적인 이 생명-길의 시(時)·공간적(空間的) 의미를 되찾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폐기(肺氣)의 운행에는 매우 중요한 또다른 당위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 당위성은 십이원자(十二原者), 즉, 원혈(原穴)과 관련되어 있다. 필자가 기고를 시작한 첫 주제인 12원자(十二原者)와 폐기(肺氣)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십이원자 오장지소이품삼백육십오절기미야(十二原者 五藏之所以稟三百六十五節氣味也)”

“소출위정 소류위형 소주위수 소행위경 소입위합 이십칠기소행 개재오수야(所出爲井 所溜爲滎 所注爲腧 所行爲經 所入爲合 二十七氣所行 皆在五腧也)”

《구침십이원(영.01)》

《구침십이원(영.01)》의 저자는 12원(原)과 오수혈(五腧穴)을 함께 밝히고 있다. 오장(五臟)-에너지의 근원(根源)인 365절(節)의 기미(氣味)가 오장(五臟) 오수혈(五腧穴)의 수혈(腧穴)인 원혈(原穴)을 통해 오장(五臟)으로 공급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365절의 빛-에너지는 오수혈(五腧穴)의 폐기(肺氣)-시스템을 통해 폐장(肺臟)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지금까지 공부한 폐기(肺氣)의 시(時)·공간적(空間的) 운행(運行)의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경맥.영10》의 운행(運行) 차서(次序)와 달리 폐경맥(肺經脈)의 맥내(脈內)와 맥외(脈外)를 출입하는 《본수. 영02》 오수혈(五腧穴)의 특징적인 폐기운행(肺氣運行)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그 의미의 해답은 《구침십이원(영.01)》에서 설명하고 있는 에너지원(源)의 위치에 있다.

 

4. 장기(臟氣)의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범차오장육부십이경수자, 외유원천이내유소품, 차개내외상관, 여환무단.(凡此五臟六腑十二經水者, 外有源泉而內有所禀, 此皆內外相貫, 如環無端.): 외유원천이내유소품(外有源泉而內有所禀): 외부(外部)의 원천(源泉)으로부터 내부(內部) 오장(五臟)으로 에너지가 공급됨.

《경수. 영12》

내부(內部) 오장(五臟)으로 수송되는 에너지의 원천은 외부인 365절에 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폐장(肺臟)으로 수송(輸送)하는 역할은 오수혈(五腧穴)을 지나는 폐기(肺氣)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 정혈(井穴)인 소상(少商)에서 맥내(脈內)로부터 맥외(脈外)로 외출(外出)하여 원혈(原穴)인 태연(太淵)을 지나 합혈(合穴)인 척택(尺澤)에서 맥외(脈外)로부터 맥내(脈內)로 내입(內入)하여 폐장(肺臟)으로 수송(輸送)되는 폐기(肺氣)는 외부(外部)의 원천(源泉)으로부터 폐장(肺臟)으로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수송선(輸送船) 즉, 캐리어(carrier)이다. 우리는 오수혈(五腧穴)을 운행함으로써 외부-에너지 원천인 365절(節)의 기미(氣味)를 오장(五臟)으로 실어나르는 이 기(氣)를 장기(臟氣)라고 이름한다. 장기(臟氣)는 캐리어(carrier)이다.

다시 말해 오장(五臟)이 365절(節)의 외부(外部) 원천(源泉)으로부터 원혈(原穴)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오수혈(五腧穴)의 장기(臟氣) 수송(輸送)-시스템이 수족말단(手足末端)과 주슬관절(肘膝關節) 사이에 있는 원혈(原穴)을 통해서 365절의 기미를 공급받아 알맹이 오장(五臟)으로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정혈(井穴)에서 맥내(脈內)로부터 맥외(脈外)로 외출(外出)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맥중(脈中)/맥외(脈外)를 출입(出入)하는 오수혈(五腧穴)의 장기(臟氣) 운행(運行) 특징은 외부(外部)의 빛-에너지를 오장(五臟)으로 수송(輸送)하는 캐리어(carrier)-시스템으로서의 역할에서 기인한다.

 

5. 진리탐구를 위한 인간지성의 무게

지금껏 단 한번도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폐기(肺氣)에 대한 논의가 너무 생소하게 느껴져 거리감이 있을까 우려된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일 수도 있는 내 삶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섞여 살아가는 시대와 윤리의 무게를 얼마나 무겁게 보느냐에 달려있다. 진리탐구의 자세도 이와 같지 않을까?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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