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시평]의료일원화 용어 사용의 문제점과 사라진 한의학 교육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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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시평]의료일원화 용어 사용의 문제점과 사라진 한의학 교육 목표
  • 승인 2020.08.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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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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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경희이태형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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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이태형한의원

지난 86,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민형배 국회의원 주최로 포스트 코로나19, 한의사 한의대를 활용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 간담회에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통합의대 도입개편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였다.

최혁용 협회장은 발표를 통해 보편적 의료를 위해 한의사는 의료통합 내지 의료일원화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의료일원화는 교육면허기관 통합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를 위해 교육을 우선 통합하고 이에 입각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때문에 교육통합이 의료일원화의 실마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1). 또한 협회장은 지난 83, 국회간담회에 앞서 이루어진 의료통합에 대한 한의협 입장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의대에서는 의학도 가르치고, 의사 면허시험도 쳐서 통합의학을 해보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2)

그런데 최혁용 협회장의 주장을 살펴보면 의료통합’, ‘의료일원화’, ‘통합의학과 같은 용어들이 의미가 명확히 구별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사용됨으로 인해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논의의 진척을 위해서는 용어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필자는 무엇보다 협회장이 말하는 의료일원화가 통합의학과 같은 개념이 아님을 지적하고자 한다.
 

- 의료일원화는 통합의학이 아니다

통합의학 개념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개념은 애리조나 의과대학의 앤드류 웨일 교수 등이 새로운 의학교육을 시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미국 주류의학이 비싼 의료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이 지금까지 성공적이라고만 여겨져 왔던 기존 생의학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였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 설정을 위해 통합의학 교육과정을 개설하였다고 하였다.3) 또한 듀크 의과대학 통합의학교실의 트레이시 가우뎃 교수는 기존 생의학의 관점에서 보완대체의학을 연구할 경우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이 가지는 의료적 가치가 충분히 드러날 수 없으며, 따라서 보다 열려있는 새로운 접근을 해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4)

이 같은 논의를 통해 통합의학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는 통합의학 개념이 기존 생의학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생의학이 질병중심적으로 의사의 관점 하에서 일방적으로 환자를 대상화하여 바라본 것과 달리, 통합의학은 질병보다는 환자가 중심이 되는 치료를 목표를 하였다. 또한 기존 임상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기존의 ‘golden rule’로 여겨졌던 무작위 대조군 실험(RCT)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한의학과 같은 각 의학체계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5)

그런데 우리는 2000년대 이후 통합의학 개념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그 의미에 많은 부분 왜곡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통합의학교실 소속의 변광호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통합의학은 CAM(보완대체의학)하고는 다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고 있는 양한방협진은 이원화 개념인 Combination Medicine이고 통합의학은 진정한 일원화 개념인 것이다”, “또한 통합의학의 정착은 우리 의료계의 숙원인 의료일원화 방안으로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라고 주장하여,6) 통합의학 개념을 의료일원화 개념과 같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의학이 기존 생의학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환자중심의학을 구현하기 위해 발현된 개념임을 상기해본다면, 국내의 연구자들이 이를 기존의 생의학적 관점에 의거한 의료일원화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분명 통합의학의 취지에 어긋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의료일원화에 대한 서울대 조병희 교수의 우려

통합의학, 그리고 의료일원화 논의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의 의견을 참조해볼 필요가 있다.7) 조병희 교수는 그의 발표에서 우선적으로 일원화개념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최혁용 협회장이 중국의 중의학이 미국 정골의학(DO)와 같이 의료일원화가 되어 있는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8) 그는 중국과 대만의 경우 이원적 체제로 중의학과 양방의학이 각기 고유 업무영역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다만 중의사와 의사 간 업무에 있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호교류와 인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적다고 설명하였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의사들이 한의학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으로 인해 현재와 같은 이원적 의료체계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따라서 의사들의 경우 한의사 제도 소멸을 통한 일원화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또 조병희 교수는 국제적으로는 생의학과 전통의학이 병존하며 공생하는 것을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통합의 의미가 마치 단일의학(one medicine)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와 더불어 통합과 관련한 담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면허의 통합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다. 최혁용 협회장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교육통합과 교차면허를 우선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조병희 교수는 의료일원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으로 한의학에 일방적인 의학적 표준화 및 과학화, 증거기반의학(EBM)의 채택 압력이 심해질 것이며 이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한의학이 소멸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였다. 또 그는 의료일원화가 될 경우 통합의사들이 한의학을 멀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필자는 과거 통합의학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며, 통합의학 개념이 한의학이 현대의학으로서 역할 하는데 있어 많은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합의학 자체가 기존 생의학에 대한 비판적 견지를 토대로 비롯되었으며, 무엇보다 환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의학 체계간의 교류와 협력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국내에서 발표된 통합의학 관련 논문들에서 통합의학 개념이 의사들에 의해 의료일원화 개념을 의미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의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한의학의 의료적 특성을 반영한 현대적 기초 및 임상연구를 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 효과적인 한의학 교육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

하지만 현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통합의학 개념을 의료일원화 개념과 뒤섞어 사용할 뿐더러, 앞서 조병희 교수가 우려한 것처럼 통합 이후 한의학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 없이 일방적으로 한의학과 의학 간 교육과 면허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지난 86일 있었던 국회간담회에서 최혁용 협회장과 함께 발제를 진행한 신상우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은 새로운 한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인 KAS2021은 미국의 정골의사(DO) 제도를 롤모델로 했으며, 한의학 교육 방향은 의생명과학을 기반으로, 세계의학교육협회(WFME)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9)

왜 한의대의 교육목표가 미국 정골의대를 롤모델로 해야 하는가? 왜 한의학 교육 방향이 의생명과학만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가? 왜 통합의학 개념을 의료일원화와 혼재해서 사용하는가? 협회장의 정책 추진은 교육과 면허통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한의학이 현대의학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역할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담론이 부재하다. 통합의학은 의료일원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중국과 대만의 경우도 일원화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무리하게 의료일원화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한의학이 통합의학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한의학의 학문적 특성을 계승하면서도 의료기기 사용과 다양한 한약제제의 보험 적용 등 한의사의 의료적 권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추구하는 것이 대한한의사협회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각주.
1) 한의신문, “보편적 의료서 한의사 활용 위해 의료일원화 길 가야”, 2020.08.07. 
2) 대한한의사협회 보도자료, 의료통합에 대한 한의협 입장 녹취록, 2020.08.03.  
3) Andrew Weil, 「The Significance of integrative Medicine for the Future of Medical Education」, <Am J Med.>, 2000 Apr 1;108(5):441-443
4) Tracy W. Gaudet, 「Integrative Medicine: The Evolution of a New Approach to Medicine and to Medical Education」, Integrative Medicine, 1998;1(2):67-73
5) 이태형, 보완대체의학 및 통합의학의 정의에 대한 고찰, 경희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1.
6) 변광호, 새로운 의료 파라다임: 통합의학과 생활습관의학,  <스트레스 연구>, 2004;12(1):1-8. 
7) 국회의원 윤일규 주최,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 자료집. 2019.05.07. 
8) 최혁용 협회장 정책자료집, 2017.
9) 민족의학신문, 의료일원화 위한 첫 걸음...교육-제도 변화 무엇이 먼저인가,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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