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병에서 한의학 역할 중요…경기도 역학조사관 중 한의사 공보의 多”
상태바
“새로운 질병에서 한의학 역할 중요…경기도 역학조사관 중 한의사 공보의 多”
  • 승인 2020.08.06 0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공한협-김춘호

대공한협-김춘호

mjmedi@mjmedi.com


▶인터뷰: 코로나 현장에서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는 박현기 공보의

한의사, 코로나 대응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사실 점점 알려져 보람차

확진자가 거짓 진술하는 경우가 정말 힘들어서로 공감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워

코로나 사태 이후 한의과 공보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학조사관 업무 등으로 많은 희생을 해왔다. 그 결과 현재 경기도 지역의 심층 역학조사관의 90%가 한의과 공보의라고 한다. 현재도 코로나와 싸움에서 승리를 위해 일하는 경기도 한의과공중보건의 대표이자 경기도 역학조사관으로 활동 중인 박현기 한의사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역학조사관은 어떤 업무를 하나.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크게 감염원 파악과 접촉자 분류 두 가지로 나뉜다. 감염원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해당 감염원으로부터 발생되는 추가 확진을 막을 수 있다. 접촉자 분류는 확진자가 전염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기부터의 동선을 조사해 환자의 진술, CCTV 등의 자료를 통해 모든 접촉자를 파악하고, 그들을 수동감시 및 자가격리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진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선제적으로 격리조치하고, 감염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일이 역학조사관의 역할이다.

지금은 처음 공중보건의 역학조사관이 임명되었을 때보다 체계가 많이 잡혔다. 주말에도 출동했던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주말에는 조를 짜서 일하고 있다. 휴식조와 대기조로 나눠서 격주로 주말에 휴식조는 쉬고 대기조는 출동대기를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역학조사는 신속하게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 평일에는 시군별로 거리에 따라 역학조사관의 출동 우선순위를 정해두었다. 그래서 확진자가 발생한 곳의 시군에 최대한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공보의가 출동한다. 예를 들어 A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A시 역학조사관이 출동 순위 1번이다. 그런데 이미 출동을 했거나 별도의 사정이 있을 경우 가까운 B, C시 순으로 연락이 가게 되어있다. 또 출동 카톡방을 따로 만들어서 정보공유를 하고 있다. 이러면 이동 동선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다. 이런 체계는 공보의들의 노력과 경기도청, 그리고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감염병관리지원단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인데 감염병 관리단계가 심각 단계라 우리와 함께 역학조사를 하게 됐다. 여기에는 여러 분야 출신 선생님들이 있다.

경기도 코로나 역학조사관은 심층, 사례분류, 병상배정 등으로 나뉘는데 그 중 심층 역학조사관은 원래 한의사와 치과의사만으로 구성되어있었고 이번에 충원 및 교체되며 현재는 약 90% 정도가 한의사로 구성되어있다. 현재는 44명이 심층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학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가장 기초가 되는 건 확진자와의 전화 인터뷰다. 인터뷰를 통해 환자의 감염원과 동선, 접촉자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환자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하거나, 거짓 진술의 가능성도 있어 카드 사용 내역이나 GPS, DUR등의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또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동선을 따라 CCTV를 학인하고 확진자가 입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CCTV를 보면서 모든 접촉자를 분류한다. 분류는 마스크 착용 여부, 대화 여부, 신체적 접촉 여부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CCTV를 확인하는 중인 박현기 공보의.
◇CCTV를 확인하는 중인 박현기 공보의.

 

현재 경기도내 코로나 상황과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경기도내 코로나 상황은 흐름이 있다. 한때는 북부지역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다가 잠잠해질 즈음 남부에서 엄청나게 나왔다. 지금은 다행히 남부와 북부 둘 다 잠잠한 편이다. 하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지역감염 0명을 이어가다가 연휴가 지나고서 확진자가 급증했었다. 질본에서는 지금의 상황과는 별개로 올가을 대유행을 대비하고 있고, 우리 역학조사관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할수록 대유행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역학조사관의 노력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위생수칙을 지키며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대비라고 생각한다.

 

한의과 공보의가 어떻게 역학조사관을 시작하게 됐나.

경기도에는 북부와 남부 이동진료반이 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동 진료가 전면 중단됐다. 그 뒤 이동진료반 공보의는 경기도 의료원의 수원병원과 의정부병원에 배정받아 체온을 재고 문진 업무를 담당했다. 얼마 후 이들(한의과 4명 치과 2)이 도청 소속 심층 역학조사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역학조사관 1기라고 보면 된다. 당연하게도 6명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도청에 역학조사관을 더 뽑아야 한다고 요청을 했는데 당시 도청에서 상황을 긴박하게 보지 않았다. 재차 충원 요청을 했고 경기도 한의과, 치과 공보의 59명을 역학조사관으로 추가 차출했다.

체계가 안 잡힌 상태기도 했고 상황이 워낙 급하다보니 정식 교육을 수료한 것도 아니었다. 한시적 종사명령으로 간략하게 교육을 받았고 수당체계도 엉망이었다. 그러다보니 내부적으로 갈등도 있었다. 일이 많으니 도청 담당자가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가기까지 했다. 당시 일했던 분들은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다고 한다.

3월 말 즈음 비희망자와 복무만료되는 3년차 선생들이 빠졌고 11명 정도 남게 됐다. 도간이동과 신규 공보의들이 들어오면서 충원되어 33명이 됐다. 그들이 3개월 정도 고생하고 다시 비희망자 교체 및 충원이 되어 44명이 됐다. 현재는 이 44명이 심층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학조사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이나 에피소드를 말해달라.

일용직 노동자인 확진자를 역학조사 한 적이 있다. 확진자와 확진자의 아버지, 돌아가신 친척의 자녀, 이렇게 셋이 사는 가정이었는데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이다. 환자가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치료 시설에 입소를 하게돼 생계에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라 안타까웠다. 그런데 역학조사를 하다 보니 인력사무소에 몇 번 갔다더라. 제일 난감한 상황이 CCTV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가 그랬다. 현장에 나가 확인을 했더니 사무소 내에는 CCTV가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 외부에 설치된 옆 가게의 CCTV로 입장, 퇴장을 확인하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정황을 듣고 참고했다. 상세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결국 10명 넘는 인원을 자가격리조치 했다. 역학조사를 하며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대부분이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상황이었고, 자가격리를 통해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었다. 이상하게 역학조사를 하다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이 많이 감염되고, 또 그런 분들이 접촉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근로시간 준수나 숙박 등 기본적인 복지는 잘 이루어지나.

근본적으로 역학조사의 특성상 근로시간이 애매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역학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신속함이다. 우리가 최대한 빨리 접촉자를 분류해서 자가격리 통보를 해야 혹시 모를 감염원을 차단할 수 있다. 퇴근시간이라고 미룰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역학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주말 근무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상황이 긴급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 보건소 직원들도 고생이 많다. 접촉자 관리는 지역 보건소에서 담당하는데, 우리가 분류를 하면 그 명단을 DB화해서 관리한다. 그러다보니 역학조사가 끝나고서도 퇴근하지 못하고 업무를 한다. 이렇듯 모두가 고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우리의 근무환경 개선을 선뜻 요구하기가 어렵다.

 

애로사항이나 힘든 점이 있다면.

정해진 스케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니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그러다보니 확실하게 보장된 휴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근무가 일정하지 않으니 평일 저녁도, 주말에도 스케줄을 만들기 애매하다. 주말도 휴무가 아니라 출근 대기 상태다 보니 휴식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업무적으로는 확진자가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가 정말 힘들다.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역학조사를 진행했는데, GPS나 카드사용내역 등 새로운 자료가 나와서 확인해보면 인터뷰 내용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거다. 확진자 입장에서는 거짓말 하나지만 우리는 그걸 찾아내고 밝히기 위해 그의 생각을 읽고, 의심하고, 출동하는 등 수없이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숨겼던 동선에서의 접촉자는 연락이 잘 안되거나 때에 따라서는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사실 역학조사는 확진자와 접촉자를 돕기 위한 것인데, 아직 그런 공감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방역폰이 없는 경우도 좀 힘들다. 방역폰은 접촉자나 확진자와 전화인터뷰를 할 때 쓰는 핸드폰인데 자동으로 통화녹음이 돼서 차후 거짓 진술로 인한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그런데 방역폰 제공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개인 핸드폰을 사용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밤이고 새벽이고 전화가 오는 일이 생긴다.

그 밖의 어려운 점은 체력적인 부분이다. 출동도 워낙 많을뿐더러 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업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관했던 정보를 취합해 최종보고서도 작성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연속적인 출동 또는 업무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하면 현재 상황에서는 다른 대응책이 없다. 공중보건의가 아닌 시군 자체 역학조사관을 뽑아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는 있지만 실상을 보면 지금 당장의 실효성은 많이 떨어진다. 우리 공보의 역학조사관이 코로나 대응의 브레인이라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역학조사에 임하고 있다.

◇역학조사관의 출동 가이드라인 교육.
◇역학조사관의 출동 가이드라인 교육.

 

역학조사관을 대표해서 공중보건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역학조사라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어색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을 꽤 많이 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잘 모르는 일을 한다는 것이 심지어 그게 누군가를 격리 시키는 일이라면 무섭기도 하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한 사람을 가둬두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역학조사는 누군가를 격리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격리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이다. 또 역학적 연관 관계를 끊임없이 고려해서 그러한 격리자, 감염자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 역학조사다.

한의학에는 미병(未病)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는 내내 수없이 들었던 단어이고 개념이다. 방법과 수단이 다를 뿐 역학조사관은 그 미병(未病)을 치료하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공중보건의로서의 인생의 황금기를 기대하다보니 지금 상황이 더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다시 하지 못할 경험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 모두 라떼 한잔 들이키며 기분 좋게 공중보건의 복무를 떠올릴 수 있도록 안전하게 생활하자.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감염병에 있어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새로운 질병이다 보니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제일 크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병원에 가도 대증치료만 하고 무증상 확진자의 경우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새로운 질병이 나올 때 한의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이러스와 한의학이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바게트를 젓갈에 찍어 먹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양방은 인체를 세포단위까지 쪼개서 미시적으로 바라보고, 또 그렇게 치료를 한다. 그러다보니 세포단위의 분석이 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라고 일컬으며 거시적으로 바라본다. 약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대증치료를 하면서도 전체적인 컨디션과 면역력을 높이고,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우리 인체가 그에 대항할 힘을 키워주는 것.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별진료와 역학조사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한의사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의사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증치료를 하면서도 전염병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한의사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늘 해오던 일이다. 어제도 했던 일을 오늘도 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

 

초창기엔 한의과 공보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직접 거론하기 힘든 일들이 꽤 있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서 한의과 공보의가 자원했을 때, 의과 공보의와는 달리 어떠한 설명도 없이 차출이 거부됐다. 각 지역 선별진료소 검체채취 업무에서 배제되는 일도 허다했다. 심지어는 검체채취 업무를 하다가도 갑자기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역학조사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의과 공보의만으로 선발하다가 이동진료반이 먼저 역학조사관으로 임명된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6명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역학조사 업무를 굉장히 잘해주셨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도청에서도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59명의 한의과, 치과 공보의가 역학조사관으로 충원되고 체계가 잡혀 나가면서 경기도에서는 이제 역학조사관은 한의과와 치과 공보의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 요즘 경기도에서는 시군별로 자체 역학조사관을 선발하고 있는데, 의사, 간호사 등을 뽑을 수도 있지만 한의과 공보의들이 명단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경기도에는 31개 시군이 있는데, 지금은 모든 시군에 경기도 소속으로 공보의 역학조사관 선생님들이 배정되어 있다.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소와 협력해서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각 시군에서의 역학조사관, 그리고 한의과 공보의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좋다. 코로나 대응 의료진에게 지급하는 덕분에 뱃지도 받고 얼마 전에는 의료진 응원 엽서도 주더라. 물론 한의사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아직 우리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그렇지만 서서히 바뀌어나가고 있다. 적어도 공중보건의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한의사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에 동료들의 짐을 나눠 들고자 자원한것이다. 우리 선생님들께서 열심히 역학조사를 해주셔서 한의사도 코로나 대응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알려지는 것 같아 보람차다.

진행=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정리=김춘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