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신인감독 '정진영'의 색다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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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신인감독 '정진영'의 색다른 시도
  • 승인 2020.07.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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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사라진 시간
감독 : 정진영출연 :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
감독 : 정진영
출연 :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

벌써 7월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 깜빡할 사이에 2020년의 반이 훌쩍 지났다. 필자의 경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예년 같으면 지금쯤 1학기 수업을 마무리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8월까지 가야만 끝이 나기에 솔직히 7월 같지 않은 7월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올 상반기를 집에서만 보내다보니 특별히 무슨 일을 했었는지도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이 많은 것 같다. 마치 영화 제목처럼 사라진 2020년 상반기의 시간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적한 소도시의 시골마을,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을 지닌 채 지방 근무를 자청한 교사 수혁(배수빈) 부부에게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친다. 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게 된 형구(조진웅)는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단서를 추적한다. 그러나 사건해결에 자신만만하던 형구는 수사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이 준 술을 마신 후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충격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연기 경력 33년차인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인 <사라진 시간>은 제목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사라진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특히 정진영은 직접 각본, 감독, 제작까지 1인 3역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영화 속에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영화 구성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사라진 시간>이라는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우선 시나리오부터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호한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하며 관객들과 모종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나눠질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예고를 봤을 때 결말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이 영화의 관건이라고 봤는데 결과적으로 감독은 완벽한 결말보다는 열린 결말을 선택하며 관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어떻게 보면 매우 무책임한 선택일 수도 있고, 관객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것일 수도 있는데 여하튼 <사라진 시간>은 무수한 떡밥과 예측만을 남기며 영화의 뒷맛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상업 영화에 몸담았던 배우가 신인감독으로서 영화를 연출하면서 그간의 답습 대신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예술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관객의 호기심을 잔뜩 높였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관객에게 결말을 맡긴다는 것은 신인으로서는 잘못 된 선택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좀 더 완결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본 후에 이런 류의 영화를 시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갑자기 바뀐 삶을 살아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낸 조진웅의 명불허전 연기를 보는 재미만큼은 있으니 오랜만에 나름대로 추측하면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이 있다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이다. 경우에 따라 영화를 보다가 자신의 시간이 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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