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96) 자기계발? 하지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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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96) 자기계발? 하지말기!
  • 승인 2020.06.12 0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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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doodis@hanmail.net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김영호 한의사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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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시대다. 자영업자들은 몰락하고 비범한 성공보다 실패가 익숙하다. 이런 시기에는 <대박> <성공비결> <부자가 되는 법> 같은 책들이 더 인기를 모은다. 책 한 권,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본다고 인생이 갑자기 바뀌지 않음을 아는 사람이라도 외면하기 어려운 주제 들이다. 이렇게 인기가 식지 않는 성공비결에 대해 지극히 사적인 생각을 꺼내본다.

베스트셀러 책들의 단골 주제가 바로 <감사하기>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인생을 한 차원 이상 성장시키는 첫 걸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유를 스스로 느끼지 못한 무조건적인 감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여러분은 ‘내가 숨 쉬고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밥 먹을 돈이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극 빈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태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합니다.’와 같은 말이 와 닿는가? 다수의 사람들에겐 진심어린 감사가 우러나기 쉽지 않은 문장이다. 인간은 대개 가진 것을 잃고 나서야 감사함을 느낀다. 과정이 생략된 무조건적 감사는 성공을 위한 결정적 비결이 되기 어렵다.

자기계발의 전통적 주제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열심히 하기’다.

그런데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채 아무 일이나 열심히 하는 것은 쳇바퀴를 돌리는 실험용 쥐와 다르지 않다.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것이 없다.’는 어르신들의 푸념이 이런 상황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없을 때 행동이 앞서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는 아닐 텐데 방향도 모른 채 움직이면 돈과 시간, 체력까지 모두 쓰고도 좌절의 상처만 남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할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上策)이고 최선이다.

미국에서 <시크릿> 열풍을 불러온 ‘바라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매일 상상하라’는 주제도 자기 계발의 단골 레퍼토리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염원이지만 구체적으로 상상 한다고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머리로 아무리 상상을 해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그 상상이 오래갈리 없다. 평범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 갑자기 ‘나는 모든 것이 꿈꾸는 대로 될 거야!’라고 상상해봤자 그 상상이 오래 가기 어렵다. 우리는 상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 경험이 없다. 오히려 간절히 바랐지만 이루지 못한 경험이 더 많다. 만약 상상이 무조건 현실로 이어질 거라고 믿으며 살았다면 과대망상증 환자로 오해받아 현실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꿈꾸는 미래는 상상의 형태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진심으로 감사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감사하게 느끼고, 방향도 모른 채 무조건 열심히 하고, 꿈꾸는 미래를 매일 상상하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에서 멀어지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성공 비결이라는 외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듣기 싫은 훈계(訓戒)말씀이 될 수 있다.

세상이 얘기하는 성공 비결보다 내 마음 속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먼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떠올려보고 이것저것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나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싫어하는 일을 가급적 피해야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싫어하는 일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억지로 생각을 만들고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성공과 멀어지는 일이다. 마음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스스로 그러한 상태가 곧 자연(自然)이듯, 내가 살아온 과거를 인정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성공하고 싶다면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성공에는 공식도 없고 기준도 없다.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자기 스스로만이 할 수 있다. ‘이번 인생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살 만 했고 행복 했다.’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과도하게 큰 꿈을 꾼다면 실망할 것이고, 위험을 완벽히 피하려다 보면 불안감만 커진다. 그저 담담하고 재밌게 오늘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성공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오늘이 불행한데 미래의 오늘이 행복할리 없다. 오늘 그럭저럭 잘 살았다면 미래의 오늘도 그다지 나쁠 리 없다. 미래에 대한 큰 꿈이나 걱정을 덜어내자. 성공을 위해서는 자기 계발보다 자기 발견이 우선이니까.

김영호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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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2020-06-15 02:55:47
멋진 사유입니다. 사는데 도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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