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후박탕 – 연하장애를 동반한 고령자의 좋은 친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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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후박탕 – 연하장애를 동반한 고령자의 좋은 친구!①
  • 승인 2020.06.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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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18)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79세 남성.

6년 전, 파킨슨증후군으로 진단받고 일상생활을 하던 중 1년 전부터 거동이 힘들어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6개월 전, 처음 흡인성폐렴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경구섭취가 가능했으나, 3개월 전부터는 연하보조식으로도 식사 진행이 어려워 L-tube를 삽입한 상태이다.

하지만, L-tube 삽입 후에도 3차례 흡인성폐렴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되어 치료를 했다. 반복되는 폐렴 발생과 좁아지는 폐렴 발생 간격에 가족들의 걱정이 많고,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한 한의치료를 위해 협진 의뢰 되었다.

퇴행성 뇌질환에 동반된 연하장애, 그로 인한 흡인성폐렴 빈발을 고려하여 A를 아침 점심 저녁 식전 30분에 L-tube를 통해 투약하도록 처방했다. 큰 부작용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복용하실 수 있게 하도록 지도했고, 보험적용 가능한 한약임을 설명했다.

A를 복용하기 시작한 후 3개월이 경과했다. L-tube는 유지하고 있으나, 이후 흡인성폐렴 발생은 없었다고 한다. 부작용 발생은 없다. 지속적인 흡인성폐렴 예방을 위해 다시 1개월분을 처방했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을 시 지속 복용하도록 지도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이다. 중국 후한시대 『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소반하가복령탕에 기울(氣鬱)을 치료하는 약재인 후박과 소엽을 추가한 것으로 해설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심인성 신체증상에 사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고령자 연하장애 시 흡인성폐렴 예방약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처방은 다양한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문헌에서 각각 칠기탕(七氣湯), 대칠기탕(大七氣湯), 사칠탕(四七湯), 후박반하탕(厚朴半夏湯)이라 부르기도 했다. 칠기탕, 대칠기탕, 사칠탕 같은 명칭은 본 처방이 사용될 수 있는 병태의 병인(病因)을 축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하후박탕 개요

구성약물: 반하 후박 복령 생강 소엽

효능효과: 기분이 울적하고, 인후와 식도부에 이물감이 있으며, 때때로 두근거림, 어지럼, 구역 등을 동반한 다음 상태: 불안신경증, 신경성위염, 입덧, 기침, 쉰목소리, 신경성식도협착증, 불면증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항불안작용, 항우울작용, Substance P 분비촉진작용

 

반하후박탕 활용의 발전사

반하후박탕의 첫 모습은 『금궤요략』에 있다. 당시, 『금궤요략』에서는 “婦人咽中如有炙臠, 半夏厚朴湯主之 (여성 환자가 목구멍 속에 고깃덩어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이야기할 때, 반하후박탕을 사용한다)”라는 유명하면서도 아주 짧은 구절만 제시했다. 보다 자세한 적응증은 『비급천급요방(備急千金要方)』에 등장했다. ‘흉만(胸滿)하고 심하견(心下堅)하며, 목 속에 뭔가 불쾌한 느낌의 고깃덩어리가 부착된듯하나, 뱉으려 해도 뱉어지지 않고, 삼키려해도 삼킬 수 없는 증상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다’라 하였는데, 지금은 매우 당연히 여겨지는 이 구체적인 구절의 출처는 바로 『금궤요략』이 아닌 『비급천급요방』이다.

이후 역대의서는 철저히 이 『금궤요략』과 『비급천급요방』의 적응증에 병기기전과 추가적인 적응증을 설명해가는 방식으로 반하후박탕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반하후박탕의 적응증은 예로부터 “히스테리구”라 부르던 용어로 축약할 수 있는데, 이 용어는 인후부 이물감이라는 증상의 기저에 심인성(心因性)이 깔려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현재의 한의사들은 반하후박탕을 활용할 때, 무엇보다도 증상의 기저에 심인성 요소가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데, 이러한 관점을 최초로 제시한 서적이 바로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이다. 여기서는 반하후박탕을 대칠기탕이라 불렀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의해 발생한 스트레스, 곧 칠기(七氣,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로 장기(藏氣) 평형에 이상이 생겨 흉복부 창만감과 함께 인후부 이물감이 생긴 경우, 반하후박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이간방(易簡方)』에서도 비록 사칠탕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었지만, 칠기(七氣)로 인해 발생한 인후부 이물감, 상기감, 천식, 오심과 구역 등에 이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여, 심인성 병인을 제시함과 동시에 호흡기, 소화기 증상으로 확대된 적응증을 제안했다. 여기서 등장한 사칠탕이라는 처방명은 소엽, 후박, 복령, 반하 총 4가지 약재로 칠정기결(七情氣結)을 치료한다는 의미인데, 이 해설은 『의학입문(醫學入門)』에 처음 등장한다. 그런데 반하후박탕은 총 5가지 약재인데, 왜 4가지 약재라고 했을까? 사칠탕이라는 명칭을 처음 기록한 『이간방』은 생강을 탕전방법에 기록해두었다. 이런 이유로 반하후박탕과 동일한 구성을 갖추었음에도 4가지 약재로 구성된 처방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 외 다양한 서적들이 반하후박탕이라는 이름 외 사칠탕이나 대칠기탕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적응증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보제방(普濟方)』은 조금 다른 사용방법을 제시했다. 여성의 소변불통과 그에 동반한 생식기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사칠탕을 언급한 것이다. 『보제방』 사칠탕의 특징은 기존 사칠탕 구성에 감초, 향부자, 호박을 추가하여 사용한 것이다.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사칠탕이라는 이름의 처방을 생식기 통증에 사용한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여성의 원인불명 생식기 통증에 대한 처방으로 반하후박탕을 제안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역대 서적들을 살펴보았을 때, 반하후박탕은 심인성 요소를 갖춘 인후부 이물감 뿐 아니라 소화기계, 호흡기계, 비뇨기계, 아니 심인성 요소를 갖춘 다양한 신체증상에 모두 활용해 볼 수 있는 처방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 일본의 현대한방 임상가들은 반하후박탕을 “한방 신경안정제”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반하후박탕의 적용영역에 큰 지각변동이 생긴다. 일본 도호쿠대학의 이와사키 그룹이 진행한 몇몇 위약대조 비교시험을 통해 “고령자 뇌신경질환 환자의 연하반사, 기침반사 개선을 통한 흡인성폐렴 예방”이라는 완전히 다른 활용영역을 구축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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