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생활 속 거리두기, 더위 속 극기복례(克己復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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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생활 속 거리두기, 더위 속 극기복례(克己復禮)
  • 승인 2020.05.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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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제준태산돌한의원 원장
제 준 태
산돌한의원 원장

2020년 전반기 뉴스는 정말 흘러 넘칠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 판데믹으로 가득했습니다. 한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종 전염병의 관리 전략을 성공시키며 전 세계의 예방의학 교과서를 바꿀 정도의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초기 감염의 감염 고리를 찾아내 지역사회와 차단시키는 '봉쇄 전략'에 이어, 대규모 감염이 확인되면서 시작된 지연 전략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어느새 전국민의 생활 방식을 바꿀 정도로 익숙해졌습니다. 322일부터 4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그 이후 55일까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좀 더 완화된 방식이 5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시행됩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외출까지 자제하고 각종 시설이 문을 닫는 등 사회, 경제적 충격이 적지 않아 컸습니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도 이런 경향은 유지 되었습니다.

감염증이 어느 정도 조절이 되고 있는 상황이 되자 감염증 외의 문제들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산업, 경제 전반에 있어 활력이 크게 감소 되었고 자영업자들은 극도의 재정적 위기 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고정비용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매출의 급감은 결국 고용을 줄였고,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등 실업자의 증가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소비패턴은 지역사회에서의 소비 보다 택배와 배달 등 온라인 수요로 빠르게 옮겨 갔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더 사회적 불안정성을 높이는 상황입니다. 사회, 경제적 교류의 단절은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일상으로의 복귀는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시기입니다. 성급한 일상 복귀는 감염의 재확산으로, 너무 느린 일상 복귀는 사회, 경제적 손실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53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고 필요에 따라 위기단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결국 '일상 생활'으로 복귀를 강조한 것입니다. 거리두기라는 말이 남은 이유는 완전한 일상으로의 복귀 전단계로, 일상이지만 감염에 주의 하는 일상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촉 자체를 금기시 했다면 이제 적정 수준의 일상 생활로 돌아가되 마스크의 착용과 손씻기 등 생활방역에 대해선 느슨해지지 말자는 것입니다. 생활방역에서 학교의 개학은 가장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하지만 학교의 모습도 이전과는 다를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씻기를 생활화 하는 교육이 일상적인 교육 이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에서 역시 새로운 감염자의 유입이 일어날 경우 현재 상황에서 전파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규 확진자의 범위가 급감하고 대부분 해외로부터의 유입이므로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은 현재로선 안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높은 감염성을 갖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를 놓치고 한 명을 놓치면 그 다음에는 수 십명이, 며칠을 놓치고 몇 명을 놓치면 그 다음에는 수 백 명의 확진자가 등장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감염증은 한국이 잘 한다고 해서 종식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 교류가 활발한 현대사회에서 감염증 문제는 일종의 '조별 과제'와 같습니다. 조장이 아무리 잘 해도 어디든 문제가 되는 곳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또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조장이 된 한국의 대응은 세계 모든 국가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생활 속 거리두기는 그래서 전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방역체계에서 일상으로 복귀할 것인지 지침이 될 중요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전략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워 가장 심한 폭염으로 기억되는 2018년 보다 더 더울 거라는 전망입니다. 더우면 마스크의 착용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땀을 흘려서 마스크 안 쪽이 습해지는 것과 더불어 더위로 인해 숨이 가빠지는 것까지 마스크 착용을 방해하게 됩니다. 게다가 땀과 더워진 얼굴 때문에 손이 얼굴로 더 자주 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마스크 착용자의 비율이 감소하게 되면 결국 감염의 고리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일정 비율 이상으로 감염이 차단될 수 있는 사람이 유지되면 감염자가 있더라도 주변으로 전파될 확률이 급감하는 것이 집단면역의 핵심입니다. 한 명 한 명이 마스크와 손씻기를 유지할 수록 감염은 지역사회 내에서 제한적으로 전파되고 전염의 속도 역시 느려지게 됩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덥고 답답한 것은 그만큼 그 마스크가 효과적으로 외부와 내부를 차단해 주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대개 해도 좋다는 신호가 오면 더 늘어져 버리기 쉽습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정부 발표가 그런 신호가 되는 것 역시 걱정 중 하나입니다. 유교에서 사람다움 또는 사람의 도리를 인()이라고 합니다. 안연이 공자에게 인()을 물어 보았을 때의 대답이었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을 참고 주변 사람과 사회의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는 자세,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화두로 삼고, 앞으로도 손씻기와 마스크 등의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실천해야 합니다. 부디 안전한 가운데 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제준태 / 산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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