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21세기 도시 수행자’가 쓴 참선 에세이
상태바
[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21세기 도시 수행자’가 쓴 참선 에세이
  • 승인 2020.04.17 0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참선

오랜 옛적부터 인류가 직면한 질병에 대해 마음의 다스림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해 왔다. 그 가운데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깨달음을 통해 질병과의 응전을 더욱 중요시해왔던 것 같다.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깨달음에 이르는 선불교의 돈오(頓悟)의 시작은 『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의 등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원효(元曉)의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은 이 책에 대한 최초의 주석서로 교학(敎學)을 토대로 융합(融合)에 중심을 두고 성불을 위한 수행관을 담고 있다. 또한, 통일신라 시대의 무상(無相)은 중국에 정중종(淨衆宗)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때 신라의 삼태극(三太極)이 티베트에 전해져 지금도 팔길상(八吉祥)으로 남은 듯하다. 깨달음의 바퀴 축에 삼태극이 중심을 잡고 있는 셈이다.

테오도르 준 박 지음,
구미화 옮김, 나무의 마음 출판

이 책은 크게 제1부 ‘모든 일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제2부 ‘활구참선법’, 제3부 ‘참선의 치유력’의 3부로 나눠졌고, 작게는 30개의 작은 소주제로 나눠졌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참선의 입문을 소개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활구참선법’을 강조하고 있다. 소위 하바드를 졸업한 수재가 왜 이 참선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거기에서 송담스님을 만나 참선을 배우는 과정을 풀어내고 있는데, 선지식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수 많은 중생들에게 적절한 안내서가 되어주고 있다. 가장 초보적인 자세, 호흡, 대의심의 3가지 요소를 어렵지 않게 설명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 전통적인 참선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참선의 방법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어찌 보면 전염병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인류가 겪는 질병의 기본적인 대응은 이러한 마음의 다스림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만 존재하는 ‘화병’같은 것은 기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번민에 불과한 것이 아니던가. 임상에서 접해보는 많은 환자들이 믿음의 관계에서 배신의 경험을 이기지 못하여 오는 마음의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여 생기는 문제이기에 이 참선의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예를 들어 암환자의 경우도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대개의 환자들은 그동안 해오던 모든 일을 접어두고 암과의 투쟁으로 돌입한다. 하지만 이들이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암이라는 질환에 매달리는 일밖에 하지 못한다. 죽고 사는 일은 하늘이 하는 일이고 치료하는 일은 의사가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걱정, 고민, 근심, 짜증... 등의 일들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뿐이어서 어떤 질병도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말기 암의 환자라 할지라도 “대체 저 사람 말기 암 환자 맞아?” 싶을 정도로, 내원한 환자가 유쾌하게 간호사와 농담과 웃음을 크게 하는 사람일수록 치료 효과가 훨씬 좋아서, 결국 다 나아서 끝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음먹기에 따라 치료 효과는 크게 차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것은 이미 임상적 데이터로 논문이 나와 있기 때문에 별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한의학에 접목시키기만 하면 된다. 양방에서 명상의 효과를 인정하듯이 우리도 참선을 통해서 질병 치료의 한계를 한층 넓히면 될 것이다. 자, 이제 독자 여러분들도 충분히 한의학적인 처치를 함과 동시에, 참선의 방법을 더하여 보다 나은 치료 효과를 거두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김홍균(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김홍균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