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08)-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12원(原)-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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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08)-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12원(原)-①
  • 승인 2020.04.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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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의학은 인체에서 일어나는 현상관찰을 통한 이성적 논리체계이다. 하지만 양의학(洋醫學)은 관찰의 대상이 오감(五感)의 세계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 한의학(韓醫學)은 성정(性情)의 세계를 포함한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성정(性情)의 세계는 오감(五感)의 범주를 벗어난 대상이기 때문에 한의학의 관찰방법은 내면을 바라보는 주관적 체험방법이 유일하다. 체험방법이 주관적이지만 나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이성적 논리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 체험이 타인의 주관적 체험과 공유되었으며 그 공유된 체험적 논리체계를 통한 예측결과가 증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제내경은 ‘객관화된 주관적 체험의 기록’인 것이다.

형이하학(形而下學)의 논리체계는 오감(五感)을 통한 공유가 쉽다. 하지만 형이상학(形而上學)의 논리체계는 그것이 이미 객관화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새로운 참여자의 주관적 인지(認知)과정이 동반되기 어렵기 때문에 객관의 확장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주관적 체험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객관적 논리체계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유효한 임상결과를 얻고 있다.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을 주관적 체험으로 경험하지 못하였음에도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논리체계를 이해함으로써 위장열(胃臟熱)의 병증에 족삼리(足三里)를 이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단, 황제내경처럼 이미 객관화된 논리체계라 하더라도 주관적 체험의 공유가 없는 경우 그 논리적 인과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해석이 절대적 필수조건이다. 정확한 해석을 통한 논리체계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그 논리적 인과관계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못된 해석으로 인한 논리체계의 몰이해(沒理解)나 본뜻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될 경우 그 논리체계의 인과관계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이 당면한 현실이다. 체험을 통한 검증이 단절된 논리체계에서 무지(無知)의 틈새 틈새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의심(疑心)들이 신뢰(信賴)의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너무도 쉽고 강력하다.

다음은 황제내경에 기록된 전염병 예방의 한 방법이다.

 

● 1- 故歲宜苦以燥之溫之, 必折其鬱氣, 先資其化源, 抑其運氣, 扶其不勝, 無使暴過而生其疾, 食歲穀以全其眞, 避虛邪以安其正。

2- 適氣同異, 多少制之, 同寒濕者燥熱化, 異寒濕者燥濕化, 故同者多之, 異者少之。

3- 用寒遠寒, 用凉遠凉, 用溫遠溫, 用熱遠熱, 食宜同法。

4- 有假者反常, 反是者病, 所謂時也。

國譯/국역

1- 그러므로 태양한수(太陽寒水)가 사천(司天)하고 태음습토(太陰濕土)가 재천(在泉)하는 이러한 진술(辰戌)의 해에는 마땅히 고한(苦寒)한 약물(藥物)과 조습(燥濕)한 약물(藥物) 및 온열(溫熱)한 약물(藥物)을 사용하되 치료시(治療時)에는 반드시 울(鬱)을 일으키는 기(氣)를 제거하고 먼저 그 생화(生化)의 근원(根源)을 보(補)하며 그 세운(歲運)과 세기(歲氣)를 억누르고 그 불승(不勝)한 기(氣)를 도와서 갑자기 편승(偏勝)하거나 태과(太過)하여 질병(疾病)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세곡(歲穀)인 검은색과 황색 곡류(穀類)의 곡물(穀物)을 많이 섭취하여 그 진기(眞氣)를 보전(保全)하고 각 계절의 이상(異常) 기후변화(氣候變化)에 근거하여 기거(起居)와 조섭(調攝)에 주의하여 인체의 정기(正氣)를 편안하게 해야 하며,

2- 세운(歲運)과 세기(歲氣)의 동이(同異)에 근거하여 약물(藥物)의 다소(多少)를 제정(制定)할 것이니 한습(寒濕)과 동일한 경우는 온열조습(溫熱燥濕)한 약물로서 치료하고 한습(寒濕)과 다르고 습열(濕熱)에 속하는 경우는 청열조습(淸熱燥濕)한 약물로서 치료하되 동일한 경우는 많이 사용하고 다른 경우는 적게 사용한다.

3- 한량(寒凉)한 약물을 사용할 때는 한량(寒凉)한 증상(症狀)이나 한량(寒凉)한 계절을 피하고 온열(溫熱)한 약물을 사용할 때는 온열(溫熱)한 증상(症狀)이나 온열(溫熱)한 계절을 피해야 하며 음식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4- 그러나 명확하고 구체적인 적응증하(適應症下)에서는 어떠한 계절이라도 모두 한량(寒凉)한 약물로서 열증(熱症)을 치료하거나 온열(溫熱)한 약물(藥物)로서 한증(寒症)을 치료할 수 있으며 이러한 원칙을 위반하게 되면 병(病)이 발생하게 된다. 질병(疾病)의 성질(性質)은 계절(季節)의 시후(時候)와 관계가 있으므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소문연구집성-소문연구집성간행위원회》

 

위 조문은 《육원정기대론(소.71)》의 일부이다.

아마도 대다수 한의사들의 이 조문에 대한 이해는 ‘특정 해에 특정 약물을 써야하는 병이 많이 생기나 보구나. 특정 사기가 편승할 것을 대비하여 특정 음식을 많이 먹어두면 정기(正氣)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정도일 것이다.

역대제가들의 해석은 나의 그런 정도의 이해가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해 준다.

 

“필절기울기, 선자기화원(必折其鬱氣, 先資其化源)” 치료시(治療時)에는 반드시 울(鬱)을 일으키는 기(氣)를 제거하고 먼저 그 생화(生化)의 근원(根源)을 보(補)한다. 《소문연구집성-소문연구집성간행위원회》

 

주관적 체험의 공유를 통한 검증시스템이 단절된 상태에서 역대 제가들의 해석은 강한 신뢰의 동아줄과 같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려운 해석이라 하더라도 그 줄을 놓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제가들의 동의를 얻은 나의 ‘당연한 해석’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深思熟考)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매우 높은 수준의 해석만이 논리적 인과관계를 유지시킬 유일한 수단인 한의학에서는 본래의 뜻과 벗어난 ‘당연한 해석’이 주는 폐해(弊害)는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황제내경에 대한 논리적 인식체계가 ‘마땅히 그러할’ 정도로 완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도 그러하다. 역대제가들의 해석이 대체적인 건강유지방법 정도의 해석에서 그친 이유는 이미 지난 시간 공부하였다. 이유는 무엇인가?

‘오장지소이품 삼백육십오절기미야(五臟之所以稟 三百六十五節氣味也)’의 품(稟)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12원혈(原穴)의 오장(五臟)으로의 에너지 공급의 의미를 무시(無視)했던 눈은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의 의미를 볼 수 없다.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 의 ‘원(源)’은 오장유질, 당취지십이원。십이원자, 오장지소이품삼백육십오절기미야(五臟有疾, 當取之十二原。十二原者, 五臟之所以稟三百六十五節氣味也) 《구침십이원(영.01)》 의 원(原)이다. 즉 오장(五臟)으로 365절(節)의 기미(氣味)가 쏟아져 들어가고 있는 찬란한 빛-에너지의 공급처 12원(原)인 것이다.

황제내경은 태양사천지정(太陽司天之政)의 천기불강(天氣不降)의 사기인 울허한(鬱虛寒)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대비하여 ‘선(先)’ ‘먼저’, 심수태양정천기불강울허한 표태양정천기불강울허한병(心受太陽政天氣不降鬱虛寒 表太陽政天氣不降鬱虛寒病)인 심병(心病)에 심장의 원혈(原穴)인 「신문(神門)」을 보(補)해야 하며 방광수태양정지기불승울허습 리태양정지기불승울허습병(膀胱受太陽政地氣不升鬱虛濕 裏太陽政地氣不升鬱虛濕病)인 방광병(膀胱病)에 방광의 원혈(原穴)인 「경골(京骨)」을 보(補)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특정 시기에 특정 장부(臟腑)의 질병을 대비한 정교하고 획기적인 치료예방법이 그저 기운을 북돋아주는 정도의 조언에 그쳤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는 천지(天地)의 변화와 천지지정기(天地之精氣)의 오장(五臟)-에너지 공급시스템의 구체적 상관관계를 끊어버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오장지소이품 삼백육십오절기미야(五臟之所以稟 三百六十五節氣味也)’의 품(稟)을 좀 더 겸손하게 대했더라면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을 이리도 심드렁하게 바라보았을까? 물론 12원(原)의 의미를 알게된 지금도 굳이 저 한 글자를 원혈(原穴)로 해석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된다. 365절의 기미(氣味)가 쏟아져 들어가는 체험을 공유하지 못한 현한의학(現韓醫學)의 불행이다. 무죄(無罪)를 증명하라는 것만큼 어려운 요구도 없지만 그래도 노력해야하는 이유이다. 그 체험의 지도를 손에 넣을 날이 멀지 않았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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