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권력을 대하는 묵직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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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권력을 대하는 묵직한 시선
  • 승인 2020.03.1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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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신문기자
감독 : 후지이 미치히토출연 :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감독 :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몇 주 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19 시국으로 인해 국내 경제를 비롯하여 국외적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100여개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가 되면서 해외여행의 길이 전면 차단되어 많은 사람들을 애타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작년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일본과의 관계 역시 조금 나아지려고 하는 찰나에 일본에서 사실상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한일관계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심은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며 그녀가 출연했던 일본 영화 <신문기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문기자인 요시오카(심은경)는 어느 날 양 그림과 함께 대학 설립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받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한 고위 관료인 칸자키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이에 의문을 품은 요시오카는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하게 된다. 한편 내각 정보실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뒷조사를 비롯하여 가짜뉴스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 공무원 스기하라(마츠카자 토리)는 칸자키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해왔던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요시오카와 함께 진실을 찾는 일에 뛰어든다.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논픽션을 원안으로 제작된 영화 <신문기자>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명분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댓글조작 등을 하면서 혹세무민하는 정부와 그것의 진실을 찾으려는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현재 일본의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을 떠올릴 수 있는 유사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제작 전부터 많은 이슈를 낳기도 했었는데 전반적으로 국가 권력과 언론 매체의 관계에 대해 매우 직설적이고, 묵직하게 표현하며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6년에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인 <스포트라이트>와 비교해서 보면 좋을 정도로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과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더 이상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정의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속칭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가 판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진정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민감한 정치적인 이야기로 인해 일본 여배우가 아닌 심은경을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감독은 영화 제작 전부터 그녀를 염두 해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로인해 평소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었던 배우 심은경은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로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절제 된 연기를 선보이며 우리나라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일본과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아 약간 저평가 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영화 <신문기자>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으며, 특히 음소거가 된 영화의 결말 부분은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이야기꺼리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여우주연상 수상 축하 기념으로 3월 11일에 재개봉을 한다고 하니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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