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06)-국가의료재난과 한의치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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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06)-국가의료재난과 한의치료 참여
  • 승인 2020.02.2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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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혼란하다. 코로나19는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해 현재 28개국에까지 확산되었다. 중국보건당국은 중국내 확산속도가 일주일동안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그 조사의 정확성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감염병전문가는 중국외 국가에서의 감염상황을 고려하면 전세계인구의 최소 60퍼센트가 감염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 중국의 발표와는 달리 검역망이 뚫려버린 우리나라는 그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확진자로 관리되지 못하자 걷잡을 수 없이 감염이 확산된 것이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인데다 타호흡기감염질환과 비교시 초기증상에서도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된 코로나19의 특성상 한동안 감염자의 급격한 증가추세로 큰 사회적 혼란과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우리 의료계의 위기의식은 남다르다. 특별한 치료방법도 없이 감염병확산관리에 사력을 다해야하는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원내감염으로 인한 확산우려로 인해 내원환자수가 급감하고 있는 일반의원들의 우려 또한 심각하다.

한의계는 의료계의 우려에 한짐을 더 지고 있는 듯 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라는 제목하에 떠도는 유튜브 영상에 동의보감 한권만 보이더라도 혹여나 한의사가 아닌가 가슴을 졸이며 불안해하고 미국침구사라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난한다. 국민들의 불안을 볼모로 광고성 예방치료 권유문자를 보내는 일부 양의원과 한의원의 장삿속 때문에 양심없는 집단의 오명을 뒤집어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료인으로서의 비양심적 행동에 대한 비난에 더하여 이러한 사태들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의학’이라는 오해(誤解)와 불신(不信)의 불이 지펴지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한짐 더 추가된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에 한의약치료 참여 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치적 견해에 앞서 한의사로서 환영할만한 발표라고 생각된다.

진정한 예방의학으로서 한의학의 가치를 알고 있는 한의사들이라면 이번 전염병에 대한 한의치료가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을 것이다.

한의사협회의 발표는 실제 2002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당시 중의학치료의 효용성이 입증된 바가 있으니 대한민국보건당국의 보다 전향적인 검토를 요구한고 발표했다.

초기증상에 비해 감염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코로나19의 경우 중국보건당국의 방역체계 초기대응이 그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역/치료의 의료체계가 거의 마비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현상황에서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양의학의 대증적 치료요법만을 고집하지 말고 한의치료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한시바삐 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하지만 한약의 치료효과를 경험적 항염증효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최근의 한의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름만 다른 양의학적 치료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 질병의 병인(病因)이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육기(六氣)의 영향과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성정(性情)에 기반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더군다나 기후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은 상한론(傷寒論) 온병론(溫病論)은 물론이거니와 천간지지(天干地支)의 변화와 인체의 영향을 기록하고 명확히 설명한 운기(運氣)9편을 통해 수천년동안 심도있게 연구되어온 그야말로 한의학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2원(原)에 대한 인체의 천지(天地)-에너지 공급시스템을 공부하고 있는 것도 사기(邪氣)의 소재지위(所在之位)와 정기(正氣)의 허실(虛實)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천지(天地)-오운육기(五運六氣)의 성쇠(盛衰)에 따라 인체에서 벌어지는 기혈성쇠(氣血盛衰)를 파악하고 오운육기(五運六氣)의 변이(變異)로 인해 발생한 사기(邪氣)의 특성에 따른 소재지위(所在之位)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운기구편(運氣九篇)의 첫 편인 《천원기대론(소.66)》은 “천유오행어오위, 이생한서조습풍, 인유오장화오기, 이생희노사우공(天有五行御五位, 以生寒暑燥濕風, 人有五臟化五氣, 以生喜怒思憂恐)”이라는 선언(宣言)으로 시작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은 하늘의 성정(性情)인 풍한서습(風寒暑濕)이요, 인간의 성정(性情)인 희노애락(喜怒哀樂)이란 뜻이다. 인체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늘의 성정(性情), 인간의 성정(性情)을 통찰해야 한다는 선언(宣言)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천도(天道)의 좌선지리(左旋之理)와 인도(人道)의 우선지리(右旋之理)를 한데 아우를 수 있을 때 비로소 질병의 진면목(眞面目)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내경》이 오운육기(五運六氣), 즉 오성육정(五性六情)의 각도에서 기술했다면 《보원》은 사운사기(四運四氣), 즉 사성사정(四性四情)의 관점에서 기록한 것이다. 《내경》의 관점과 《보원》의 시각은 천(天)과 인(人)의 표리관계(表裏關係)에 있는 것이다.

《지진요대론(소.74)》은 부백병지생야, 개생어풍한서습조화(夫百病之生也, 皆生於風寒暑濕燥火)라고 기록하고 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예외 없이 하늘의 성정(性情), 즉 풍한서습(風寒暑濕)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동의사상인운기병증. 권건혁저》

바이러스의 박멸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의학은 다트판 돌리기 같은 독감백신접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소비하게 하면서도 해마다 반복되는 바이러스 질환의 유행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라도 출현하는 경우는 속수무책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부로부터의 사기(邪氣) 침입과 박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침입의 대상에 대한 어떠한 관심도 없는 치료는 반쪽짜리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운기(運氣)9편은 발생한 사기(邪氣)가 천기(天氣)-승강출입(升降出入)의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어떤 장부(臟腑)를 침입했으며 소재지위(所在之位)가 어디인지조차 연구된 소중한 인류자산(人類資産)이다.

똑같이 사기(邪氣)의 침입을 다루더라도 사기(邪氣)의 성향(性向)과 출현양상, 발생시기등을 이해하는 치료와 사기(邪氣)의 회피 박멸에만 집중하는 치료의 질적 차이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침을 놓고 한약을 쓰는 한의사라면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에 따른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행하고 있으며 체질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한의사라도 환자의 기혈성쇠(氣血盛衰) 구분이 질병치료에 얼마나 중대한 단초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지금의 한의사들은 진료현장에서 엑스레이나 초음파등의 영상기기결과와, 혈액검사 심리검사등 현대질병의 검진에 대한 소견을 참고하여 진단하고 있다. 또한 치료에 있어서도 해부 생리/병리적 치료법을 응용하고 심리치료적 기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 한의사는 현대의학적 방역절차와 감염환자 관리에 대한 매뉴얼, 백신의 효용성과 바이러스 진단키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초하여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적 치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추었다는 말이다.

장사치는 어디에나 있다. 그래도 감기예방수칙에 충분한 수분공급과 영양섭취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양의학의 치료에도 '인간'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한들 할인된 코로나19 포도당 수액주사 광고에서 ‘묻어있는’ 의학적 신념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의사의 예방의학적 면역강화 치료욕구는 본능적(本能的)이고 본질적(本質的)이다. 환자 인신(人身)의 정기허실(正氣虛實)은 한의치료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장사치라는 비난이 설탕물을 파는 의사의 광고에 묻어있는 신념에는 약간의 상처나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본질적 치료목적에 심어있는 한의사의 신념에는 치명적인 상처인 이유이다.

‘감염병 예방의 한의치료’홍보가 장삿속으로 싸잡아 비난받을 때 우리 존재까지 부정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한의사에게도 발병률을 ‘낮춰보지 못한’ 예방치료광고와 치료율을 ‘높여보지 못한’ 자신감은 공염불이고 장삿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인의 장삿속에 살짝 묻은 의학적 신념이 떳떳하다 착각할 수는 있지만 전염성이 강한 환자의 관리시스템하에서 객관적 치료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의료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채 공염불을 외는 것은 한의계 전체에 큰 비난과 상처를 안겨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 급한 것은 개인적 신념만을 떠벌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한의치료를 대한민국응급의료체계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협회와 일선한의사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만 향후 국가의료재난시에 자긍심을 가지고 한의학 치료를 홍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물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한시바삐 한의학의 본질적 이해와 체험을 위해 공부하는 일이다. 12원(原)은 그 목표를 위한 한 걸음이다.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동료한의사 여러분의 전진(前進)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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